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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동화작가·증평군청 행정과

삼돌씨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마님을 붙잡고 잔소리를 한다. 올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와서 더 불안한 모양이다.

"마님, 눈길 운전 조심하고 걸어 다닐 때도 빙판길 조심해."

"아이고, 참. 별 걱정을 다하셔. 내 걱정 말고 삼돌씨나 잘해."

마님은 삼돌씨 잔소리가 귀찮다는 듯 자동차 꽁무니에서 방구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삼돌씨는 마을 어귀를 벗어나는 마님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님은 출장을 갔다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진다.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땅을 짚어 엉덩방아는 겨우 면한다. 마침 그 모습을 본 분이 얼른 달려와 마님을 일으켜서 상태를 살펴본다.

"손을 움직여 보세요."

마님이 손을 움직이려고 애를 쓰는데도 축 늘어진다.

"이런, 골절입니다. 우선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에 갑시다."

그 분은 마님을 당신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귤 상자를 오려서 팔 양 쪽에 대고 압박붕대를 감은 다음 마님을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는다.

붕대를 감고 패잔병처럼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온 마님을 보고 삼돌씨가 기가 막혀한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불안하더니만 신 년 초부터 대형 사고를 쳤군."

마님은 삼돌씨 눈치를 보며 너스레를 떤다.

"이러고 다니려니까 조금 창피해서 그렇지 얻은 게 더 많아."

삼돌씨가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마님 팔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아이고 우리 마님께서 이 붕대 대신 뭘 그렇게 얻었슈?"

마님은 방금 전에 의기소침했던 모습을 감추고 허리를 쫙 펴고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첫째, 삼돌씨가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혼자 다 할 테니까 마님 몸이 편하지."

"언제는 마님이 집안일 제대로 했나유?"

"둘째, 히히, 왼손으로는 숟가락질을 제대로 못할 테니까 돈 안들이고도 저절로 다이어트 되지."

"얼씨구, 참 좋겄슈."

"셋째, 그동안 소중한 줄 몰랐던 왼 손의 소중함도 알게 되지."

"그건 그렇지."

마님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 나지막하게 말한다.

"넷째, 정말 중요한 건 오늘 내가 가진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아주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

삼돌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가진 것은 누군가는 너무나 간절하게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기에 가진 것에 자만하지 말라는 겸허함도 배웠거든. 헤~"

마님이 머리를 삼돌씨에게 들이댄다. 삼돌씨는 또 무슨 장난질인가 싶어 지레 겁을 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난다.

"왜 도망가? 만날 사고만 치던 마님이 이런 생각도 할 줄 아니 기특하잖아. 그래서 머리 좀 쓰다듬어 달라는 건데. 피, 야박하긴…"

마님이 새초롬한 얼굴로 삼돌씨를 보고 눈을 흘긴다. 삼돌씨가 그런 마님을 부둥켜안고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칭찬을 한다.

"아이고 울 천방지축 마님이 올해는 철이 들려나보군."

밖에서 두 부부 하는 꼴을 보고 있던 흰둥이가 둘만 놀지 말고 같이 놀아달라고 컹컹 짖는다.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 때부터가 어른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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