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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3.31 17:18: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사동민

충북대학교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어느새 4월이다. 물오른 나뭇가지에 연한 초록과 형형색색 꽃들이 경쟁하듯 열리며 완연한 봄을 알린다. 발 밑에서 올라오는 흙 냄새와 나무의 향기가 어우러져 집을 나서는 순간, 도시의 삭막함이 사라지고 찌들었던 몸이 가볍다. "나무야,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

나무는 한 해에 네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첫째는 문자 그대로의 꽃, 둘째는 싱그러운 잎, 셋째는 가을빛 단풍, 넷째가 하얀 설경 속의 눈꽃이다. 그들은 밤낮의 길이, 계절의 변화, 나아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까지 감지한다. 나무는 살아 숨쉬는 공동체다. 비바람과 악천후로부터 서로를 지켜주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생화학물질을 공중에 뿜어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땅속으로 뿌리를 엮어서 서로에게 의지한다.

숲은 가꾸지 않으면 나무들간에 가지를 뻗으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여 대부분 곧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잘 돌보고 가꾸면 나무의 직경성장이 3배까지도 증가한다. 뿌리도 땅속으로 잘 뻗어 내려가서 주변 토양을 지탱하고, 그물처럼 단단히 흙을 잡아 심한 폭우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게 돕는다. 또한 숲을 가꾸면 방치했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능력도 약 20%가량 증가한다. 나무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한다. 또 이들은 숲을 이루어 수많은 생명체에게 풍요로운 서식지를 제공한다. 나무는 그 자체로 수많은 생명을 품는 생태계의 주인이다.

오랜 시간을 나무와 함께 살아오면서도 사람들은 나무가 생명체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왔다. 인간의 손은 나무를 교체할 수 있어도 본래의 숲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사람의 욕심이 숲의 파괴를 가속시키고 있다. 도시화로 인하여 숲은 위협받고 고층 건물들 틈새에서 사람은 물론 도시 생태계 전체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인들의 녹색 휴식공간과 도시 생태계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나무들이 보호받으며 도시숲으로 가꿔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도시 숲은 공원, 학교숲, 산림공원, 가로수 등을 말한다. 이들은 도심 속에서 만나기 힘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작은 녹색공간을 선물하고, 소음과 매연을 흡수해서 생활환경을 개선시켜 준다. 또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녹음과 기후 조절까지도 담당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위험에 처한 지구의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 오염없는 녹색희망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아무것도 자라지 못할 황무지에 매일 나무를 심었던 지혜로운 노인의 이야기-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던 나무심기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울창한 숲을 만들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었다. 황폐한 땅에 욕심 없이 나무만 심었던 노인은 나무와 함께 선한 희망을 심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는 세상의 온갖 이기주의에서 자유롭고,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으며, 이 세상에 행복의 흔적을 남기는 느리고 선한 인격체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이 자아를 넘어 타인을 위한 삶에 마지막까지 충실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 곁에 두고 내 사람 되게 하고 싶다.

나무를 심는 일은 물질적 풍요는 물론 사람의 영혼마저 풍요롭게 해준다. 지금도 그 조용하고 고마운 노력이 누군가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무심히 지나치는 도시숲에서 잘 자란 나무들을 가꾸어온 선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자. 얼마 전 신임 산림청장이 부임했다. 대학에서 20년 이상 산림 연구와 강의에 헌신해 온 전문가답게 우리나라 산림의 녹색 경영을 더욱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며칠 후면 식목일인데 저탄소 녹색성장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면서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란 사실이 내심 섭섭하다. 돌아오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한 그루 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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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