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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1.10 15:34:34
  • 최종수정2013.12.08 14:02:25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노을이 지는 황금빛 들판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소박한 농촌 부부의 모습이 정겨운 밀레의 만종은 농촌의 평화로움을 담은 그림으로 유명하다. 발 밑에 감자바구니와 캐다 만 감자가 흩어져있고 멀리 교회당서 종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듯한 그림은 어릴 적에는 미술책에도, 거실 달력에도 있었고 즐겨 다니던 이발소 벽면에도 걸려있었다. 어릴 적 무심히 보아 넘겼던 만종이 내가 부모가 되고, 가을걷이를 끝낸 이즈음엔 어김없이 기억나는 추억이 되어있다. 평화로운 전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밀레의 만종은 이번에 유럽을 순방중인 박 대통령의 발걸음마저 멈추게 만들었다고 한다.

밀레의 만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보며 자연에 대한 감사와 위안을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밀레의 그림에서 알 수 없는 슬픔과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밀레의 만종을 관찰하고 '밀레의 만종에 관한 비극적 신화'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수 십 년이 지난 후 달리의 놀라운 투시력은 사실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밀레의 만종은 1932년 즈음 정신이상자에 의해 그림이 훼손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복원작업을 거치게 된다. 복원 팀은 X선 촬영을 하는 과정 중에 감자바구니가 그려진 부분의 밑그림에서 아기용 관처럼 생긴 나무상자가 그려진 사실을 발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밀레가 당시 프랑스 농민들의 가난한 삶과 배고픔으로 사망한 아기와 비통에 빠진 부모를 그리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밀레가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약속했던 가난한 부부의 아기가 굶주림에 숨지자 죽은 아기를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고 지금처럼 수정했다는 것이다. 즉 사회비판적인 밀레의 그림이 혹평 받을 것을 우려해 아기의 관을 감자바구니로 바꿔 그렸다는 것이다. 사실적 자연주의자 화가인 밀레와 천재적인 초현실주의의 대가이며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달리의 감성이 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밀레의 만종은 인상파 화가로 유명한 고흐도 무척 좋아했던 그림이었다. 그 때문인지 고흐도 가난한 농부를 주제로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그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풍요를 잉태한 곳의 편안한 쉼과 빈 들판의 쓸쓸함과 적막이 동시에 느껴진다. 밀레의 그림에서 풍요와 슬픈 정적의 삶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이런 것 아니었나 싶다.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도 며칠 전 지났다. 입동 즈음이면 어김없이 김장이 생각난다. 김장은 서리를 맞고 밭에서 갓 뽑은 채소들이 맛있는 입동 전후에 해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요즈음 지구온난화로 김장이 많이 늦어지는 추세지만 11월에 접어들면서 이미 소리 없이 겨울채비가 시작되었다. 올해 배추가 풍작이어서 김장 비용이 줄어들어 주부들의 걱정은 줄었다지만 농가의 손해가 커질까 우려가 많이 된다. 농가의 고민을 덜기 위해 집집마다 한두 포기씩 더 담그는 마음의 여유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손끝이 시려오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던 김장 날, 잘 절여진 배추에 맛깔스럽게 버무린 김치 속을 얹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와 싸서 한 입 가득 먹던 행복한 입맛이 기다려진다. 늦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고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였던 단풍이 길가를 덮은 도심을 벗어나 촉촉한 시골길을 걸었는데 수확이 끝난 감나무들마다 드문드문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겨울을 보낼 산새들 먹이 하라고 일부러 몇 개씩 남겨놓는 거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가꾼 열매를 수확하고 그 일부를 자연에 보답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단 생각이 든다. 이 손길들의 겨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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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