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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29 15:08:56
  • 최종수정2013.09.29 15:08:56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귓가에 자연스레 머무는 가사를 중얼거리며 지난 추석 때 오랜만에 밤하늘을 밝히며 꽉 찬 보름달을 보았다. 동네를 산책하는 내내 따라다니는 둥근 달이 새삼 매력적이고 신기해 쳐다보느라 달맞이 소원을 비는 것을 잊어버렸다. 엊그제 밤 산책을 하며 문득 늦은 소원을 빌어볼까 하며 찾은 달은 이미 찌그러진 반달이었다. 내 마음속 달은 아직 보름달인데 어느새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났구나. 달은 인류가 불을 발견하기 전까지 밤을 밝혀주는 가장 밝은 빛이었고 야간활동을 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차고 기우는 주기가 규칙적이어서 농업과 어업 등 생업 전반에서 달력 상의 시간척도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달은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달이 없는 삭 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달의 이름이 다양한 이유는 달의 공전 때문이지 실제로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달과 지구의 공전에 의해 태양빛이 달라지기 때문에 달의 모습이 변하는 것이다. 보름달이 뜨면 사람들은 수면시간이 20분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몸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무의식적으로 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렸을 적에 달 그림자를 보고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살고 있는 줄 반신반의 했던 적이 있었다. 달의 호기심은 1969년 7월16일에 발사된 아폴로 11호가 세 명의 우주인과 함께 4일 뒤 달에 착륙하는 생생한 화면과 함께 풀렸다. 그 착륙광경과 함께 달 속에 계수나무와 토끼를 혹시나 만날지도 모른다 했던 기대는 무너졌지만 지금도 추억 삼아 달 속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며 계수나무와 토끼를 그려보는 버릇이 남아있다. 1902년 '달 세계 여행'이란 무성영화가 있었다.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14분짜리 흑백영화였는데 당시에는 내용과 특수효과 모두 혁신적이었다. 우주선을 대포로 쏘아 달에 가고, 우주복 없이 달에서 활보하고, 인간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을 만나고, 달에서 떨어뜨린 우주선이 그대로 지구로 추락하는 등등 황당한 설정이지만 무려 백여 년 전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상상력이 놀랍다. 지금은 일반인들의 달 관광이 현실화되는 시기가 코 앞에 있다.

달을 쳐다보노라니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달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시다)이라는 시 한 수가 떠오른다. 꽃 사이에서 한 병 술을 아는 이 없이 홀로 마시다가, 잔을 들어 밝은 달을 청하고 그림자를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디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단지 내 몸을 따라하지만,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마음껏 놀아보세.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러이 움직이네. 취하지 않을 때는 함께 즐기고 기뻐하지만 취한 후에는 각각 흩어지겠지. 시름없는 무정한 교류를 영원히 맺어 아득한 은하수를 두고 서로 기약하세(이상 1수).

선선한 가을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을 멋진 시다. 술과 달의 천재 시인, 이백은 술에 취해 있을 때 현종의 부름을 받고 그대로 궁으로 들어가 시를 읊었고, 강에 비치는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익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주태백이라 불릴 정도로 술을 좋아했던 그가 술김에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졌는지는 모르지만 달을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하늘에 떠 있는 달, 출렁이는 호수 물결에 춤추는 달, 파도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달, 정자 위에서 벗과 나누어 마시는 술잔 속의 달, 마주앉은 친구의 눈동자에 깃든 달- 옛날 풍류객들이 달뜨는 밤이면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경포호로 달맞이 갈 처지는 안될지라도 오늘 몇 개의 달을 볼 지 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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