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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07 16:26: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물은 생명이 탄생하도록 도와주는 촉진제이며, 보호제이다. 반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죽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누구나 목이 마르면 죽을 정도로 괴로워서 물을 찾고 고마움을 느끼지만 너무 많은 물을 만나게 되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두렵고 고마운 존재가 바로 물인 것이다.

오래 전에 밥에 대한 웃기 힘든 실험이 있었다. 두 개의 유리병에 밥을 담고, 한 병을 향해서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병에는 '나쁜 놈'이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달 가량을 계속한 후 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다. 한달 뒤,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 밥은 발효한 상태가 되어 누룩처럼 구수한 향기가 풍겼고 '나쁜 놈'이라 욕을 먹은 밥은 부패하여 새까맣게 변하고 말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나아가 또 하나의 병에 밥을 담고 그냥 내버려 두고 무시했더니 '나쁜 놈'이라고 욕을 하며 말을 건 밥보다 무시당한 밥이 더 빨리 썩었다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왔다. 욕을 먹는 것보다 무시당한 것이 더 큰 상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심을 갖는 것 그 자체만으로 선한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생명체에 가장 큰 충격은 무시당하는 것이다.

얼음덩어리에 실려 우주로 날아온 생명체- 물도 마찬가지이다. 물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도 눈에 보이는 물질의 중요성에 관심을 빼앗겨왔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기 위해 숲을 베고, 아스팔트로 흙과 계곡을 메우며 물을 무시해가며 자연을 파괴해왔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은 몇 십 년, 몇 백 년의 세월을 흘러 흙을 통과하여 지하수가 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에 감사하고 생명의 원천인 물에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장마와 가뭄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물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땅이 물을 적당히 머금게 하는 것이다. 땅이 물을 머금게 하려면 아스팔트가 적어야 하고, 산에는 뿌리깊은 나무가 많아야 한다, 땅이 자연스럽게 물을 머금어서 촉촉하게 유지되면, 가뭄이 들어도 물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장마 때가 되면 이 흙과 나무들이 비를 붙들어 장마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물을 가둬놓고 조절할 생각만으로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르고 물길을 크게 낸다면, 땅이 머금고 있던 물까지 그 큰 물길로 토해내게 되어서 물 부족이 더 심각하게 되고 이 인공적인 물길은 수해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 혹한으로 인한 고통이 길었던 만큼 올 여름도 그에 못지않은 많은 장마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화되면서 국지성 호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기상관측도 놀랍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하늘의 일을 정확히 내다보고 예측하기는 실로 쉽지 않다. 바야흐로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설마 하거나 안일한 생각으로 방치하고 미루다 많은 피해를 보는 사례를 종종 보아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로 인한 수해가 적지 않으며 인재에 가까운 피해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연 재해나 불행은 멀리 있지 않다. 항상 이웃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인하여 집중호우 피해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단순히 날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수해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이다. 주변을 잘 살피고 상습피해지역을 미리 보수하여 폭우를 대비해야 한다.

유비무환(有非蕪患)-여름철마다 빠지지 않는 한자성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정비 점검하여 비 피해를 막고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하자. 비 소식으로 분주한 일주일이다. 올 여름은 큰 비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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