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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영의 세계여행 도전기 - 태양의 나라 스페인 Ⅱ

'세기의 문학가' 세르반데스의 상상력을 배우다

  • 웹출고시간2013.03.04 17:33: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주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투우장이다.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이 한때 투우장이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활기차다.
또 에스파냐 광장의 중앙에는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데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우뚝 서있다. 기념비 꼭대기의 여신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왕실미술관인 라도미술관의 '옷을 입은 마하', '옷을 벗은 마하'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번 알아본다.
# 마요르 광장의 거룩한 대변신

마요르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마요르 광장.

마드리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마요르 광장은 한 때 투우장으로 쓰여 구석구석 붉은 피가 겹겹이 스며있는 곳이다. 그 후 사형장으로 모습을 바꾸었다가 종교재판장으로도 변신한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상점에 진열된 체리와 청포도(왼쪽), 그리고 마카롱

지금은 평화로운 시장이 되어 우리와 같은 관광객이나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바나 카페 그리고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광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곳에 역경이 많았던 만큼 그것이 경력으로 쌓여 성공을 이루어나가는 곳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NOW'다. 과거에 어떠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곳 마요르 광장은 매주 주말이면 야외 골동품 시장이 열리고 매년 마드리드 시의 성 이시드로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로 얼룩져 있던 살인장에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하기까지 숱한 고난을 참고 견뎌준 마요르 광장에게 애뜻함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유럽의 가장 큰 공공장소의 하나로 꼽히는 이곳이 앞으로 이로운 영향력을 미치는 장소로 번창하기를 기대해 본다.

마요르 광장에 있는 웅장한 건물

마요르 광장에서의 자유 시간을 모두 소비하고 난 우리 세 모녀와 일행 모두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식당가로 나왔다. 오늘 메뉴는 말만 들어도 즐거운 한국식 목삽겹이다.

타지에서의 삽결살을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눈물이 났다. 한국 떠나온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들은 벌써 애국자가 다 되어 있었다.

한국의 이름을 걸고 거리에서건 호텔에서건 항상 바른 이미지로 나를 컨트롤하면서 국위를 펼치는 나는 민간외교관이다. 나 하나로 인해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마요르 광장에서 만난 14개월 된 아이 카를리나와 그의 아버지.

우리들은 삼겹살로 위를 충전시키고는 만족한 얼굴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요르 광장 근처에 사는 어린천사와 운명적으로 마주쳤다. 이름은 카를리나 나이는 1년하고도 2개월이라고 그의 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

카를리나와의 만남은 오늘 빡빡했던 일정에서 다소 여유로움을 갖는 달콤한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다. 너무나 귀여운 그 천사가 피로한 내 하루를 가뭄 속 단비처럼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잠깐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카를리나와의 아쉬운 이별이 나에겐 커다란 짐처럼 무거워졌다.

카를리나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폴라로이드는 그녀의 모습을 필름에 새기고서 그녀에게 즉석사진 한 장을 건내 주었다. 지금은 이해 못하더라도 미래의 카를리나가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선명하게 기억하리라고 믿는다. 의로운 일에 동참하는 사람으로 다시 만나자고, 세계 평화와 안녕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다시 만나자고, 즉석 사진 위에 메모가 선명하게 말해 줄 것이다.

# 돈키호테의 숨결이 살고있는 에스파냐 광장

세비아스페인 광장.

마드리드의 에스파냐 광장. 광장 중앙에는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데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우뚝 서있다. 기념비 꼭대기에 있는 5명의 여신은 5대륙을 상징하며 모두 책을 읽고 있는 공통점이 있있다.

기념비 근처는 분수와 크고 작은 나무들로 치장하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사람, 노래 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유로운 마드리드의 일상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이 날 운 좋게도 이곳 에스파냐 광장에서는 영화를 찍고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배우들이 제목도 예상키 어려운 영화를 찍고 있었다. 배우로 보이는 소년 소녀가 기념비 앞에 앉아 조용한 목소리로 정다움을 나누며 햇살처럼 웃고 있었다. 스텝들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혼신의 노력을 불살라 거대한 업적을 이루는 것은 아마 세계 공통의 일인 것 같다.

영화 이야기가 희미해질 무렵 두 딸들과 나는 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세르반테스가 지은 돈키호테 이야기로 옮겨갔다. 돈키호테가 책을 읽다가 가상의 세계에 빠져 세상을 자신의 상상으로 여행하면서 다른 이들과 다른 삶을 산 사람 이야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자 듣고 있던 가이드는 두 딸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 까지 덤으로 얹어 주었다. 돈키호테는 당시 항간을 풍미했던 기사도 이야기의 권위와 인기를 타도하기 위해 에스파니아에서 유명했던 다른 이야기를 패러디해서 쓴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 의도한 바를 잊어버리고 주인공 돈키호테와 종자인 산초 판자의 성격을 창조하면서 새로운 주제에 열중하게 되어 드디어 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대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창작은 이렇게 모방에서 모티브를 찾고 새로운 얼굴로 탄생한다는 것을 두 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세기의 문학가와의 만남이 딸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교육과정으로 남아 한국에 가서도 공강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녀들의 시간표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체험의 시간이 증설되어 상상력학교를 무사히 졸업해서 이 시대의 청춘들을 대표하는 일꾼으로 거듭 났으면 좋겠다.

# 스페인 회화의 왕궁 프라도미술관

프라도미술관에 있는 고야의 동상.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이다. 이곳 왕실 미술관은 19세기 초에 설립되어 열렬한 왕실의 수집활동으로 자리를 늘려 나갔다. 이 미술관의 핵심은'스페인 회화의 왕궁'이라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 '옷을 벗은 마하'라는 작품은 미술관 최대의 자랑이라 하겠다. 가이드는 친절하게도 고야의 작품 앞에서 입이 부르트도록 열변을 토하며 하나라도 더 우리들 가슴속에 넣어주려 안간힘을 썼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그림은 여성적인 미와 곡선을 과장해서 살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델의 풍만한 육체를 표현하였고, 그에 반하여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오른쪽 겨드랑이부터 가슴을 넣어 허리 골반 허벅지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참 여성적이라고 덧붙여 이야기 해 주었다.

가이드의 지독한 설명 덕분에 이 작품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두 그림의 차이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그의 설명에 더 감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는 그가 스페인으로 이민을 오면서 반은 스페인 사람이 된 것에 놀랬고, 가는 곳마다 작품 설명을 줄줄 물 흐르듯이 뿜어내는데 또 한 번 놀랬다. 그의 언변과 뇌 속에 매장되어 있는 메모리양에 녹아내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곳 프라도미술관만의 차별화된 또 하나의 특징은 약탈품이 한 점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프라도는 평화를 사랑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세계적인 명성만큼이나 착한 마음씨를 간직하고 있는 프라도미술관이 갑자기 더 위대해 보였다.

미술관을 나올 때까지도 우리들은 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눈인사를 하고, 가슴으로 소통하고,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그림의 맛을 보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배가 불렀다. 먹지 않아도 힘이 펄펄 쏟아지고 있었다. 그림 한 장 한 장 안에 그렇게 다양한 맛과 향기가 있는 줄 몰랐다. 어느 것은 쓰고, 또 어느 것은 매웠다. 느낌도 달라서 어느 것은 부드럽고 어느 것은 딱딱했다. 체온도 달라서 어느 것은 따뜻하고, 또 어느 것은 차갑고 냉정하기까지 하였다.

그림에 대한 가이드님의 친절한 설명은 우리들을 미술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급기야 고야를 기념하는 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미술관에서의 유일한 사진이었기에 탑 앞에서의 숭고함과 애절함이 뚝뚝 묻어났다. 간혹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춤을 추었다. 마치 프라도 미술관 안에 있는 그림 속 여자 주인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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