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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영의 세계여행 도전기 - 포르투갈 Ⅲ

한결같고 소박한 에그타르트의 맛을 추억 속에 가둔다

  • 웹출고시간2013.04.28 18:29: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세상을 울린 맛의 산실 에그타르트 빵집. 포르투칼의 수녀원에서 만들어 먹던 것이 포르투칼의 식민지 마카오에서 영국인이 상품화 하였으며 현재는 아시아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에그타르트는 접시 역할을 하는 바삭한 페스트리에 계란 노른자와 휘핑크림을 넣은 빵류를 말하는데, 비록 식민지를 통해 체인점 형태로 전파된 음식문화이긴 하지만 먼 나라의 새로운 맛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이 풍요로울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800살의 건장한 빵집 안에는 계란을 주재료로 만든 단 하나의 메뉴만을 내걸고 있다. 가게 겉은 보통집인데 가게 안은 아주 특별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앉아 오직 단 한 가지 빵을 먹어보기 위해 분주히 기다리고 있다.

나이 지긋한 점원이 배달하랴 계산하랴 손발이 쉴 틈이 없는 것을 보게됐다. 작은 테이블에 별 불평 없이 둘러 앉아 노란 별빛 모양에 반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데 또 한 번 반했다. 한 입 먹어보니 은은하게 단 맛이 우러나오면서 그 맛이 오묘하고 예민한 미각을 자극하여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는 마술 같은 맛이다.

어려운 시절 쑥개떡이 꿀맛 이었던 것처럼 그 옛날 수녀원에서 계란 하나 만으로 순수하게 맛을 낸 숨어있는 비법을 이제 단 두 명의 전수자가 세계인의 입맛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유리문으로 투명하게 전시된 빵의 실루엣이 수줍은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다.

스페인 마지막 밤에 우리가 사준 맥주가 못내 미안한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 답지않게 도리와 배려 넘치는 인간미로 똘똘 뭉쳐있는 미래 법조인 큰형이 대견스러웠다. 역시 많은 체험과 여행이 그를 그렇게 탄탄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여행의 중요성을 깊이 되새김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그타르트를 흉내낸 모조품들이 여러 나라에서 선을 보이지만 원조의 품격과 덕망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화려한 향기 대신 소박하고 질리지 않는 몸냄새로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맛으로 만족한 표정과 탄성을 자아내며 에그타르트를 온전히 가지고 간다. 기억 속에 그 이름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추억속에 포루투칼 빵집을 가둔다.

# 땅끝마을 까보다로까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마을 까보다로까. 유럽 대륙의 서쪽 땅 끝 마을인 이 곳은 '로까곳'이라고도 불리며 리스본 서쪽 40km의 대서양 해안에 위치하며 절벽의 높이가 140km나 되는 장신을 자랑하고 있다.

말하자면 유럽의 땅 끝 마을인 샘이다. 우리가 이 곳을 향해 오르는 길에 바다도 만나고, 사람들 사는 집들도 만나고, 정겹고도 낯선 장면들을 만나면서 포루투칼 만의 색깔을 경험하기 위해 모든 불필요한 신경을 죽이고 여행자의 예민한 감각만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의 차가 '까보다로까 언덕'에 도착하여 내리는 순간 때마침 비 바람이 우리의 온 몸을 휘감으며 잡아먹을 기세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 어찌나 무섭던지 바들바들 떨면서 기념탑과 나란히 서있기 조차 버거워 딸 아이에게 카메라 셔터를 빨리 누르라는 재촉의 말을 연신 내뱉으며 가까스로 나와의 첫 만남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자연의 힘 때문에 모든 것이 마비되어 주춤거린적이 없었다. 몸은 그만 중력을 잃고 종잇장처럼 가벼워져 이내 떠내려 갈듯 바람과 싸우고 있었고, 내 손이 어느새 공중을 날아다니는 나의 긴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한참 동안 실갱이를 하고 있다.

우리는 땅 끝 마을이라고 재차 강조해면서 울부짖는 '까보다로까'에 승복하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샵 안으로 몸을 숨겼다. 샵 안은 바람이 멎고 비도 죽었으며 들리지 않던 우리들 말소리는 힘차게 다시 살아났다. 사람들은 샵 안에서 바글바글 모여 다음 여행지까지의 남은 여유를 기다렸다.

포루투칼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들로 무장한 닭들이 열쇠고리가 되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잠시 잡아 두었고, '까보다로까' 기념탑이 들어 있는 액자들도 말없이 그만의 가치를 뽑내고 전 세계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경비를 아낀다고 그 흔한 커피숍이나 아이스크림 가게 혹은 간편한 생맥주 파는곳 등도 사치처럼 여겨 절대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의 사람들과의 어울림과 적당한 쉼도 여정을 빛나게 하는 중요한 몫을 한다는 것을 최근들어 알게 되었다.

고된 일정 속에서의 달콤한 시간이 이젠 꼭 필요한 필수 코스가 된 것이다.

# 리스본 호텔의 마지막 밤

땅끝마을인 '까보다로까'를 끝으로 한 시간을 소요하여 다시 찾은 리스본. 추위와 바람에 시달린 몸과 마음과 생각들이 마구 뒤엉켜 다음 일정으로 가는 길을 힘들게 만들었다.

저녁 식사가 중국식이라는 말에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여행 중 가장 맛있고 다채로운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채류와 고기류, 해물류 등 갖가지 재료들을 담아가기만 하면 요리사들이 삶아주고, 튀겨주고, 볶아주는 등 잠깐 동안의 요리로 신선한 재료의 맛을 체험할 수 있었다.

준비된 밥상이 아니라 직접 요리를 해준다는 특이하고 낯선 경험에 반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음식에 탐을 내었다. 세계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맛의 체험이 아니었나싶다. 눈으로 맛을 보고, 코로 분위기를 살피고, 입으로 그것들을 감상하면서 음미하기 시작했다.

여행은 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행이 얼마만큼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다시 걸어야 할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기만 한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주 작은 점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비로소 초월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해본다. 후회하더라도 가보지 않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더 낫다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다.

# 암스테르담 공항 면세점 투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유럽 각국 여행객들의 환승 경로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암스테르담은 환락으로 가득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공항에서 보는 암스테르담과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니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눈으로 직접 보고 듣기까지는 무엇하나도 믿을 수 없다. 듣는 것과 실제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풍차와 튤립일 것이다. 낭만적이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나라라고만 알고 있다. 사는 정도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유럽하면 모두들 잘사는 나라로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그곳의 실상과 허상을 드러내어 나름의 정의를 내려볼 생각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의 차이를 이해하면 공감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의 친구로서 자격이 미달되는 나라는 어느 곳에도 없고, 사는 정도에 따라 인간의 행복을 말하지 말아야한다는 것 또한 내가 얻은 진리요 철학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두 딸들과 나는 면세점 아이쇼핑을 즐기고 남은 시간을 커피숍에서 4시간으로 출발한 여가시간을 소비한 나머지 분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사가지고 온 쿠키와 먹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커피 맛이 유난히 다정하였으며 쿠키의 달콤함과 어우러져 밋밋한 맛의 부족분을 채워 조화를 이루었다. 커피를 향기로만 마시는 나에게 유럽은 새로운 미각을 갖게 해주었다. 쓴맛을 여행과 함께 마시면 얼마든지 달콤함으로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커피를 이야기와 함께 마시고 있는데 옆에 붙은 광고 문구가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다름아닌 한국의 음식을 자랑하고 있는 커다란 직사각 현수막이 그 장본인 이었다. 그려져 있는 것은 먹음직스런 떡볶기였다. 어찌나 놀라고 반가운지 갑자기 그렇게 달콤하던 커피 맛이 자취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떡볶기가 네덜란드 공항에 걸린것 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이 흘러 넘쳤다.

잠시 쉬면서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이 삶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를 절실히 깨달으면서 그렇게 공항 4시간은 쉽게 나와 친해졌고, 세계인들이 이곳에서 만큼은 하나라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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