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살아야할 탁현민

2017.06.25 15:51:28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평원군(平原君)은 중국 전국시대의 호걸이다. 조(趙)나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무령왕의 아들로 식객들을 관리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어느 날 그의 애첩이 식객 중 한 사람인 절름발이 선비의 걷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선비가 지날 때마다 다리를 저는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흉보는 여자의 경거망동에 격노한 선비가 평원군을 찾아와 항의했다.

"공은 댁에 머무는 선비를 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구인 나의 모습을 비웃은 공의 애첩을 죽여 사죄하십시오."

평원군은 선비에게 첩을 죽이겠다는 약속을 하고 선비를 돌려보냈다. 선비를 달래기 위해 첩을 없애겠다고 했으나 평원군은 아까운 애첩을 죽일 마음이 손톱 끝만큼도 없었다. 그는 비웃었다고 사람을 죽이라한 선비를 온전치 못한 놈이라 흉보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기거하던 식객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당황한 평원군이 이유를 묻자 식객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공을 의지했던 것은 공께서 선비들을 아끼고 중히 여긴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이 선비들을 애첩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당황한 평원군은 즉시 애첩을 처단하고 선비들을 붙잡았다. 평원군에 실망했던 선비들은 다시 짐을 풀었다.

평원군의 알려진 일화를 탁현민 사태를 보며 다시 생각한다. 닮은 부분이 신통히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춘추시대의 평원군에 대비하면 식객은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이다. 식객의 상처를 몰라라하고 애첩의 아리따움만 귀히 챙긴다면 식객들은 평원군 곁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탁현민 청와대행정관은 뛰어난 공연기획자다. 대중을 쥐락펴락하는 언변도 남다르다. 자타공인 친 민주당 성향의 인물인 그는 '나는 꼼수다' 콘서트 기획을 비롯하여 '윤도현 밴드, 자우림, 들국화, 이은미' 등 인기가수들의 콘서트 연출을 맡아왔다.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문재인 멘토단에 합류한 탁현민은 문재인 대통령과 네팔에 동행해 주목을 받았다.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했던 이 사람은 글에서도 여과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먼저 충격을 안겨준 책이 2007년에 펴낸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다. '그간 고정관념 때문에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한 10가지 주제에 대해 신랄하고 발칙하게 떠든 내용'이라는 출판사의 광고 문구대로 대담집의 내용은 성적으로 적나라하다.

임신한 선생님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발설한 것은 애교수준이다. 고 1때 성 경험을 한 여중생을 친구와 공유했다며, 좋아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고 했다. 성을 물건처럼 함께 나누었다니 기가 막히다. 게다가 상관없다는 말을 태연히 뱉었다. 범죄행위를 오락처럼 여기며 자랑한 꼴이다. 가책도 없다.

말할수록 성의식이 자유로워짐을 체험한 그는 2011년에 펴낸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를 통해 구체적인 여성취향과 공략법 등을 정리했다. '남자 마음 설명서'는 지나친 여성비하 표현으로 '여성 혐오 설명서'란 별칭을 얻은 책이다.

성관계하고 싶은 여성을 유형별로 정리한 야설과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등의 개수작이 뒷목을 잡게 한다.

자유인이 한 행동이라면 말과 글의 수위가 어떻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개성으로 인정하며 환호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이렇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의전을 담당하는 행정관이란 직책이면 더욱 그렇다.

탁현민은 그의 저서 제목처럼 말할수록 자유로워짐을 향유하며 살았던 사람이다. 그냥 하던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지내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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