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말을 맞아 연탄봉사를 다녀왔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 해보는 연탄봉사활동이라 잔뜩 부푼 맘을 가지고 집합 장소에 집결, 2018년 들어 하필 가장 추운 날 모인 우리 회사 동료들은, 간단한 요령과 채비를 하고서는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드디어 연탄 봉사의 첫 집 앞. 골목 앞에 높이 쌓인 연탄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요즘도 이렇게 연탄 쓰는 사람들이 있구나….'였고, 두 번 째 든 생각은 '도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골목 골목 아직도 이렇게 오래 된 작은 집들이 모여 있구나….'였다. 일렬로 늘어서서 한 장 한 장 연탄을 옮길 때 마다 스멀스멀 통증이 찾아왔지만 연이어 쉴 세 없이 전달되는 탓에 멈출 수도 없었거니와,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은 얼음을 한 장 한 장 나르는 것처럼 차가웠다. 어떤 집 할머니는 고맙다며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시고, 또 어떤 집 아주머니는 커피는 이미 마셨을 것 같으니 생강이랑 귤껍질이랑 이것저것 넣어 맛을 낸 뜨끈 한 차를 내어 주셨다. 오랜만에 직원들 끼리 연탄 뭍은 손으로 장난도 쳐 보고, 1년 동안 한 번도 대화 해 보지 못 했던 다른 부서 직원과 바로 옆에 서서 능률을 올려 보자며 '헛둘, 헛둘'하며 자연스럽게 리듬도 타 봤다. 평소에는 조금 어려웠던 높은(?)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봉사를 마치고 비록 온 몸은 덕지덕지 붙은 파스로 시큼 한 냄새가 진동했지만, 연탄 봉사 활동을 통해 느낀 개인적인 생각은,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전달했으니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얻은 만족감과 동료와의 소소한 새로운 추억들은 오히려 봉사활동으로 얻은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보니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 된 '사랑의 온도탑'의 주은주가 현재 33.1도로(모금 목표액수의 1%가 모일 때 마다 1도씩 올라간다) 2015년 이맘때 41도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8도 이상 낮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 기부 단체인 공동 모금회에서는 2013년 2천663억 원이었던 공동모금회의 개인 모금액이 지난해 1천938억 원으로 약 27%정도 줄었으며, 이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7%에서 32%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기부가 줄어 든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침체 된 경제상황이 개인의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것, 둘째는 기부하는 돈이 투명하게 쓰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다소 경직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여러모로 힘든 겨울을 보내야 하는 이웃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사회복지단체를 통한 기부에 거부를 느낀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해지고 있다. 정보기술과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이 그 변화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통해 나의 기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의 기부 방식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보기술을 활용해 일명 '착한소비'를 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재능'도 '기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재능을 기부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 국제 봉사단체인 KOICA의 경우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경쟁률이 대략 3대 1 정도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잠시나마 국민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과 안타까운 뉴스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고,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거리를 지나가며 동전을 기부함에 넣는 사람도, 핸드폰 속 기부함에 온라인 계좌이체로 기부를 하는 사람도, 짧은 순간이지만 내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뜻깊고 즐거운 일 일 것이다. 오늘은 기부 한번 어떠실까요?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100여 명의 어린 아이돌 지망생들이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경쟁을 통해 1등을 뽑는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가 직접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화면에 등장하는 아이돌 지망생 얼굴 밑에 순위가 표시되고, 매 주 미션을 수행하면서 순위가 바뀐다. 우리는 얼굴 밑의 숫자를 보고 '아 쟤는 곧 떨어지겠구나', '쟤는 살아남겠네'하며 순위로 그들을 기억한다. 매우 잔인하다. 어떻게 그리 쉽게 사람에게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낮은 랭킹을 기록한 아이돌 지망생은 평생 저 숫자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도 성적은 10등, 외모는 7등, 집안의 재력은 20등 하며 이런저런 잣대로 순위를 매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줄 세우는 문화는 비단 요즘 아이돌만의 문화는 아닐 것이다. 직장에서는 성과로, 실적으로 줄이 세워지고, 취미생활에서도 온갖 순위를 매겨 경쟁한다. 아무리 참여에 의의를 둔다해도, 나에게 '순위'가 매겨지는 순간 평정심을 찾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낮은 순위를 받으면 좌절에 빠지게 되고, 높은 순위가 매겨지면 그 자리를 유지하고 더 높은 순위를 받기위해 더욱 진지하게 경쟁에 참여한다. 사실 이 때문에 낮은 순위에 있는 사람도, 높은 순위에 있는 사람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는 힘들다. 대학도 랭킹이 매겨지고, 기업도 순위가 매겨진다. 사회가 어찌 돌아가는지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 많은 지수와 지표들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도 줄을 세운다. 물론 줄 세우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줄세우기 때문에 생기는 과열 경쟁 때문에 랭킹에 참여하게 된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해 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예컨대 대학에 입학하는 목적은 관심 있는 학문을 공부하기 위함이거늘, 성적으로 줄 세워진 학생들은 대학 순위에 맞춰 입학한다. 대학들은 또한 본인 대학의 취업률을 자랑하며 신입생들을 불러 모으기 바쁘다. 교육을 위한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신입생을 모으기 위한 근시안적인 대책들로 전략이 수립된다. 근시안적 전략들로 운영되는 조직은 결국 각자의 상태를 살피고 성찰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조직과 비교하고 경쟁함으로써 조직의 존재 가치를 증명 받게 된다. 건전한 경쟁은 인간을 긴장하게 함으로써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모든 경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 높은 순위로 오르기 위해 힘을 쏟는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게 됨으로써 노력에 보상을 받는다. 건전한 경쟁은 인간에게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이다. 순위 밖에 있는 사람들과 순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가락질 한다. '그들만의 리그'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좋은 아파트 순위, 돈의 순위, 외모 순위, 다이어트 순위… 이 세상에 순위는 여전히 넘쳐나고 새로 생겨난다. 도대체 왜 이런 것 까지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순위들이 너무나 많다. 다만 바라는 것은 기부 순위, 봉사 순위처럼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순위들이 더욱 주목받고 도드라지길 바란다.
"우리 회사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쉽게 그리고 자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철학이나 끈끈한 조직문화 대신 일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기업들, 조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을 갈등 상황을 그저 골치 아프게만 생각하는, 각자 할 일들이 칼 같이 구분돼 있는 기업들이 많다. 과거 기업은 성과를 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업 전체를 움직이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중요하다고 대우받는 몇몇의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다수의 많은 조직원들은 왜 그러해야 하는지 채 이해하기 전에 그저 기계처럼 따라가는 구조였고, 지금도 그러한 조직이 대부분이다. 다수의 리더들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솔직한 비판을 듣길 거북해하고, 그가 유능하다고 믿는 몇몇 직원들의 의견만으로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곤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한 리더십이라고 여겨져 왔다.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혀 가족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지, 그 성과에 따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창출하지 못 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내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는다. 리더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직원이 능력있는 직원으로 평가받고, 회의시간에는 리더의 기분을 살펴서 의견을 제시한다. 이를 굳이 가족이라 한다면 매우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기업의 문화를 살펴보면 '팀워크'에 매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많은 기업에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회식도 하고 동호회도 하고 있지만, 이런 행위들 역시 리더가 원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진행되기 일쑤이다. 세계 최고 기업들이 최강의 팀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면,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를 지향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추구함에 있어 조직 내 인간관계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순간적인 몰입과 화합도 중요시하지만, 그렇다고 구성원들을 억지로 묶어두지 않는다. 개인의 창의성에도 주목 하지만 이것이 팀의 조화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며, 구성원들이 업무에 있어서 책임감도 가지게 하지만 어느 정도 자율권도 주어진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어찌 보면 하나를 선택하면 한 가지는 버려야 하는 상충되는 가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이 두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균형을 맞춤으로써 최강의 팀워크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시행착오 끝에 각자의 조직의 팀워크를 최고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다. 회사의 성과를 최대로 올려줄 매우 훌륭한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서도, 지원자의 눈에 띄는 경력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 직원이 우리 회사의 팀워크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야 한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일에 적합한 직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능력 있는 1%의 인재가 전체 조직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끝났다. 최고의 성과는 최고의 팀워크에서 비롯되며 최고의 팀워크가 구현되는 조직이야 말로 가족 같은 조직이다. 1등하는 누나와 꼴지 하는 동생도 헤어질 수 없는 한 가족이다. 누나는 동생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동생도 누나의 도움에 진심으로 부응해야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런 형제들의 끈끈한 관계를 응원하고, 그들의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봐야 한다. 우리 회사의 사훈은 무엇인가? 동료들은 사훈을 알고는 있는가? 그 사훈의 의미를 동료들과 함께 공감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 박스오피스 영화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안시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현재 누적 관객 472만 명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404억4천908만 원으로, 관객 수 기준 역대 한국영화 순위 10위에 위치 해 있다.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것일까? 안시성이란 영화는 곧 주인공 '양만춘'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만춘은 고구려의 명장이자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안시성의 성주로, 642년(영류왕 25)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켰을 때 연개소문에 복종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성주의 직책을 유지한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은 645년 삼국시대 고구려 전방의 '안시성'이라는 지역인데, 이 시기는 삼국시대 말로써 고구려가 점차 그 기세와 힘을 잃어가던 시점으로, 그 당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안시성은 고구려조차 당나라의 기세에 눌려 포기해버린 비운의 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양만춘은 어떻게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덕목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어떤 시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필요한 반면, 또 어떤 시기에는 국민과 소통하고 합리적인 리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양만춘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수많은 군사들을 호령하는 장수의 모습에서는 카리스마가, 성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며 가족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구성원들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세심함이 있는 반면, 궂은일은 미루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나서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 신궁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활 솜씨(전문성)를 지니고 있기도 하며, 구성원들에게 그저 '적군과 싸워서 이기자!'라고 하기보다는 '안시성에 살고 있는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라며, 전투에 나서는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권력과 위계를 이용하여 조직을 이끌어나가기 보다는, 부하들에게 감성적인 면은 보듬고 챙겨주면서 자발적으로 부하들이 충성하게끔 만든다. 특히 그는 5천의 군대로 20만 적군을 상대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도, "이건 말도 안돼! 미친짓이야!"라고 외치는 구성원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고 할 땐, 싸워야 한다!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며,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그렇다고 왜 포기하면 안 되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상기시킨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심어주라"는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의 말이 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동기를 부여하고, 그 동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라는 의미로, 양만춘이 전쟁에 임하기 전 부하들에게 한 말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전쟁을 막아내고 찾아올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동경이 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부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5천의 군대로 20만의 적을 무찌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둘러싼 복잡한 경쟁 환경과 빠른 변화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증가하고 리더가 내리는 대다수의 의사결정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가를 만큼 그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리더와 구성원들의 신뢰는 더욱 돈독해 져야 하고, 리더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해야 한다. 전문성도 갖춰야 하며, 낮은 자세로 구성원들을 보듬을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안시성 전투가 끝나고 1천400여 년이 지난 지금, 영화 안시성의 흥행의 이유는 그 어느 때 보다 양만춘과 같은 리더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는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경제정책들이 쏟아지고, 또 여기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게 충돌하고 있다.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경영이 어렵다 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은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라며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위기를 겪고,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에 고배를 마시는 동안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양성'은 더욱 더 먼 꿈나라 같은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국제경쟁력센터가 공개한 2017년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나타나 전체 조사대상 63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조사국인 스위스가 100점으로 1등, 그 뒤를 이은 덴마크는 89.36점을 기록하였으며, 홍콩은 12위, 미국은 16위, 39위인 한국의 바로 뒤에는 중국이 4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3년과 2015년 32위까지 올랐던 순위가 7단계 떨어졌다. 물론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중소기업에게, 당장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고,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직원들을 더 채용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인재양성'에 대한 우선순위는 자꾸만 뒤로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맞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크라우드와 같은 분야를 기존의 제조업 분야에 최대한 접목시키려는 노력이다. 인더스트리 4.0 추진으로 단순생산직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게 됐으나 국가와 기업의 노력으로 기존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근무를 하되 교육훈련을 통해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세계 5위 자동차부품사 콘티넨탈의 경우 공장자동화로 단순생산직 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고용의 규모가 더욱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직원들이 산업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직업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생산직 뿐만 아니라 관리직도 새로운 산업 흐름에 맞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1년~1년 반 주기로 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여러 가지 복잡한 경제 상황이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지만, 이럴수록 기업의 생존을 위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고, 결국 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은 기업이 보유한 훌륭한 인재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새로운 산업과 아이디어를 회사에 접목시켰을 때 이를 누구보다 잘 구현 해 낼 수 있는 이들도 이미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존이 걸리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머리 좋고 똑똑한 인재를 찾는 것 보다 지금 우리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가족들을 훌륭한 인재로 만들고 이들이 회사와 본인의 생존을 위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콘티넨탈 HR책임자는 "인재는 자산이아니라 가치"라고 얘기하고, "직원을 자산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로 대우하는 기업문화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 '인재양성'의 가치는 꼭 전략의 중요한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다.
삼성이 김동연 부총리의 방문 이틀 후 향 후 3년간 180조 규모의 신규투자와 4만명 직접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에 앞서 경쟁적으로 신규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기업들도 여럿 있었지만,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 이후, 그 간 비관적이기만 했던 경제와 증권가 뉴스들이 앞 다퉈 180조 투자가 만들어낼 아름다운 효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이 대규모 투자 발표 하루만에,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관련 주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관련 산업계도 180조 투자의 수혜를 얻기 위해 오랜만에 '희망'을 담아 청사진을 그려내느라 분주 해 보인다. 그 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던 정부로써는 삼성의 이 투자계획 하나로 이런 저런 경제 분야가 생기를 얻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경제'분야가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기업에게 더 많은 사회적 공헌과 소득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곳간에 쌓아 왔던 기업들이, 부총리의 기업 방문을 기점으로 갑자기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는 상황이 다소 갑작스럽고 아이러니 한 면이 없지는 않다. 이러한 기업들의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한',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무리한 계획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해 맨 처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한 LG그룹의 경우 1년간 19조원 신규투자에 1만명 고용을, 1월 현대차그룹에서는 5년간 23조 신규투자, 4만5천명 고용을, 3월 SK그룹은 3년간 80조 신규투자, 2만8천명 고용을, 6월 신세계 그룹은 3년간 6조 신규투자, 3만명 고용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기업을 순회하면서 발표한 기업의 향 후 5년 간 투자 규모는 300조원이 훌쩍 넘는다. 물론 정부가 기업에 대해 투자와 고용을 구걸한다는 논란이 있고, 대규모 투자 발표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투자 계획에 대해 앞으로 어떤식으로 기업이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제계는 오랜만의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중소기업에도 훈풍을 불어넣어 경제 회복과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신선하지만, 함께 발표한 일자리 창출 계획도 가슴을 뛰게 한다. 5년 동안 신규 투자를 발표한 5개 기업에서만 15만 명의 신규 채용을 약속했는데, 일자리 정부임을 천명하고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전개하는 정부로서는 5개 기업이 발표한 이 일자리 창출 계획이 다소 씁쓸하고 허무하지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일자리라는 것이, 경제가 부흥하면 늘어나고, 경제가 어려우면 줄어드는, 그래서 정부는 이러한 변화 ㅤㄸㅒㅤ문에 생기는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안전망을 만들고, 경제 상황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에게 생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준비해야 하지만, 정부는 그 간 경제 부흥을 위한 노력보다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더욱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일자리라는 분야의 특성상, 기업도 정부도 함께 '협력'해야만 그 사이서 협력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일자리'라는 결과물인데도 말이다. 내수부진과 교역환경 악화 등 여러 국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180조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보수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대규모 투자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했고, 통상 3년간 2만명 정도를 채용하는 삼성의 채용 규모를 4만명으로 늘려 2만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고 공헌했다. 사실 대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부정적인 사건과 사고로 우리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번과 같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의 선봉에 대기업이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들의 약속을 지속가능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부디 이번 투자 계획이 국민들의 삶을 조금 더 풍족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TV뉴스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일자리 정부임을 내세워 각종 제도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취업률이 올라가야 할 시점임에도 IMF이후 제일 낮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관련하여 도내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해 다수의 중소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임금의 5% 정도가 인건비 상승에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로 생산량을 늘리거나 사업규모를 키워서 이를 충당하기 보단, 생산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근로자들도 줄임으로써(전체 인원의 약 7.4% 정도를 줄일 계획), 최저임금 인상 제도에 대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련된 기업 대상 질문에서는, 생산의 차질이 예상되는 기업이 28% 이상이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추가로 필요한 인력의 규모는 대략 전체 근로자의 7.5% 정도라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제도로 인해 기업은 인력을 감축시키려 하고, 근로시간 단축 제도로 인해 기업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건비 상승의 문제로 누군가는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고,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줄어든 인건비를 받는 일자리에서 누군가는 새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결국 같은 일자리를 두고 사람만 바뀌는 상황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아닌 것이다. 사실 큰 틀에서 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국민의 소득이 올라가고, 올라간 소득을 많은 여가시간을 통해 사용하고, 이렇게 사용한 돈이 또 경제를 움직이는데 사용되는, 선순환의 그림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자리'라는 것이, 단 한가지의 상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현재의 제도 시행은 너무 그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상황을 흡수하기에는 포용력이 떨어져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종과 직업과 직무들에 이 제도가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만 가지 직종과 직업에 이 한 가지 임금 기준이 적용 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 역시 너무 다양한 업종과 상황이 있음에도 일괄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즉, 제도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몇년 전 주 5일 근무 시행의 경우에도 처음 도입할 당시에는 금방 기업들이 도산위기가 찾아오고, 경제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주 5일 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처럼,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별로 다양한 완충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직종과 직무의 특성을 파악하여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영역이 어디인지, 그 사각지대는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야 한다. 각 기관들이 취합한 의견은 의견대로, 현장에 실제로 제도의 시행의 당사자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직접 들어야 한다. 분명 큰 방향과 의도는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하더라도, 자칫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정책을 몰아붙이기만 하면 오히려 국민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누구의 의견이라도 소중히 들어야 할 때이다.
최근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라는 정부의 제도 때문에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OECD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모든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그간 권고에 그쳤던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한 네덜란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 평균 청년 실업률이 13%에 이를 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네덜란드 전역을 아우르는 노사 대협약을 추진했다. 이 협약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첫째는 노조가 기업에게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를 줄이고, 둘째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주 40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정부에서는 36시간으로 줄였으며, 시간제로 근무를 하더라도 종일 근무하는 근로자와 업무가 같다면 급여와 연차 등의 혜택을 똑같이 받도록 했다. 물론 도입 초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수년에 걸친 제도의 보완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시간제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나 선입견을 줄일 수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청년과 여성들의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용률이 5% 이상 상승했고, 경제성장률 역시 유럽연합 평균인 2.1%보다 높은 3.1%를 웃돌게 되었다. 사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성공적인 사례이긴 하나,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희생과 합의가 필요했다. 제도시행을 앞둔 지금,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슈들이 실시간으로 생겨나고 있다. 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적절한 노동시간에 대한 필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기업의 생산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찬성하지만 임금이 줄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기업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런 갑론을박은 10여 년 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때와 비슷한 우려이다. 그 당시에도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제도의 도입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제도 시행 부분에서는 많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나간 지금, 주 5일제는 너무나 보편적인 제도이며, 근로자들도 기업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점점 무색해 졌고, 근로자의 임금도 생각만큼 줄어들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론과 압박만으로 정책 실행을 관철시킬 수도 없다. 다만 여러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가 보편적이고 당연하듯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이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키기 보단 제도가 좀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대안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 초과 근로에 대한 규제의 방법과 수단들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또 현실적으로 도입이 힘든 기업들의 고민은 어떻게 수용할지, 제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촘촘히 살펴보고,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과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자칫 '무늬만 단축근로'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에겐 감당에 가능한 변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인 변화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변화로 인해 일을 하는 모든 국민들이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상황이 개선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임을 천명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추경안 3조 8317억 원을 의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률은 57.1%로(2017년 12월 기준), 지난 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0.8%p 하락했다.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전면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에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부족한 재원을 보충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이 임금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기업 간 구조적 문제로부터 야기 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보조 해 주는 형식의 대책들이 청년들을 위한 정책 사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청년들이 생각하기에 중소기업은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근무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왕 구직활동을 할 바에는 첫 직장부터 안정적인 기업에 취업하길 기대한다.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대기업에 기대어 사업은 운영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원하는 단가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생산비를 줄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만큼 충분한 임금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대기업만을 찾는 청년만의 문제도,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인들만의 문제도 아닌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다.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은 왜 취업을 못하냐고 나무라지만, 안정적인 직장의 문은 좁기만 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덜컥 아무 곳에나 취업하자니, 지금까지 취업하기 위해 준비했던 여러 노력들이 부질없어 보인다. 청년들은 그들이 가고 싶은 안정적인 대기업에는 취업을 '못 하는' 상황이며, 비교적 불안정한 소규모 기업에는 취업을 '안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추경 예산안 중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안 된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사업' 예산이 240억 원 삭감 되었으며, 대학이 이공계 졸업생을 일정기간 채용해 산학협력 연구사업에 참여시키거나, 정부출연기관이 이들 인력을 교육시켜 중소기업에 취업을 유도하는 사업인 '연구개발성과 기업이전 촉진사업' 예산도 1017억 원에서 542억 원으로 삭감 되었다. 이렇게 삭감 된 예산들의 대부분이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적은 SOC관련 예산으로 추가 배정된 사실은 참으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는' 이유와 '안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안정성과 높은 임금, 깔끔한 근로환경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역시 직원들에게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비교적 괜찮은 임금을 지급하고, 깔끔한 근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조적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 역시 좋은 근로환경에서 훌륭한 인재들에게 부족함 없는 임금을 지급하며 회사를 운영하길 원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중견 및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중소기업의 혁신과 생산성이 뒷받침 된, 대등한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재정 여력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이다. 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얼마 전 한 국회 토론회에서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 했는데, 놀랍게도 일과 생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시간의 부족과 함께 심리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아무리 경제성장이 우선 순위이고, 열심히 일하는 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우선한다 해도, 욜로니, 소확행이니 하는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다소 아리송한 유행이 퍼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오랜 시간 근로자들을 붙잡아 두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법적으로 근로시간과 휴가가 정해 져 있고, 퇴근시간 이후에 하게 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금적전인 보상을 준다. 물론 모든 기업과 조직이 이러한 제도와 법을 칼 같이 준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제는 연차휴가를 신청하는 것이, 개인적 볼일 때문에 조퇴를 신청하는 것이, 저녁 6시가 되어서 퇴근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힘든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답변이 '시간이 모자라서'다. 물론 일상의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는 근로자들이 많긴 하여도 단순히 절대적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과 생활의 균형이 힘들다는 의견은 왠지 깊이 와 닿지 않는다. 연구의 결과에서도, 정작 개인에게 일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는 응답 또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찍 퇴근해서 귀가하면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재충전 하는 과정도 필수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사람들은 이 휴식의 시간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논할 때 사용하는 '시간'의 개념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과거 집안일 때문에 우울한 얼굴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라며, 집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던지 간에 절대 회사에서는 내색하지 않는 직원이 훌륭한 직원이라고 칭송받아왔고 현재도 그러한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 하지만, 여러 과학적 연구 결과 일과 생활은 결코 분리 할 수 없는 개인의 '삶'이며,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생활이 일에 영향을 미치며, 일이 또한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간 이러한 영향력의 관계를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 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러한 영향력의 관계가 있다면, 이제는 일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가정이나 개인의 생활에서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생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해 봐야 한다. 즉, 더 이상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과 생활의 불균형이 아니라, 일에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개인의 생활도 만족할 수 있는 상황, 혹은 개인의 생활에서 발생되는 긍정적 에너지가 일에도 전이되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꼭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소확행을 통해서도, 잠깐의 독서를 통해서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예쁜 화분을 가꾸는 행동을 통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동료들과의 즐거운 회사 생활과 일에 있어서의 작은 성취를 통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영역에서 느끼는 행복이던 간에 이 행복은 그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서는 시간이 아니라 먼저 행복해 지려고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 최근까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욜로'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광풍을 일으키고 지나가더니, 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 된 이 단어는 벌써 각종 문화 상품이나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되고, 기업들 역시 소비 촉진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소확행, 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행복감을 일컫는 단어로 암울하고 불확실한 현실에 놓인 청년들에게 그들이 현재를 버티기 위해 의도적으로 '찾아 낸' 한줄기 희망처럼 보인다. 서랍 안에 반듯하게 개어 정리 된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갓 구워낸 따뜻한 빵을 호호 불며 치즈처럼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이 소확행이라고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이어, 최근 '리틀포레스트'라는 영화에서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청춘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자연', '힐링', '음식'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촬영 기법 역시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화면이 이어짐에도 주인공이 천천히 느끼는 바람과 맛있는 음식의 맛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나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행복이며, 멀게만 느껴졌던 행복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리라. 혼밥이 유행이고 혼술이 유행이며,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간단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컵밥집들이 즐비하다. 집단적인 것 보다 개인적인 것들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혼자인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들에게 '소확행'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걱정 없이 친구들과 담소 하는 것에 '소확행'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청년들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던 상황에서, 왠지 '소확행'은 청년들에게 한줄기 희망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보면 '오죽하면' 창틀에 키우는 꽃 화분에 물을 주면서, 햇볕에 널어 둔 까실까실한 이불을 덮는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함께 들기도 한다. 사실 그저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상이라도 행복이라고 느끼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에서는 또 다시 더욱 큰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소확행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한다. 좋은 직장을 얻고,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집과 차를 사고, 결혼해서 아이 잘 낳아 기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기성세대들도 차분하게 돈이 많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얼마나 행복함을 느꼈는지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 행복을 굳이 인생의 큰 사건에만 느낄 필요가 있을까· 행복을 느끼기 위해 큰 돈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면,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많은 순간들을 행복이라고 느끼려는 청년들의 생각에 오히려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비 오는 날 자글자글 기름에 구워 진 파전을 구워주셨던 어머니의 마음도, 월급 날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사 오시던 아버지의 마음도 결국 '소확행'임을.
최근 각종 세미나, 학회, 방송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단골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하는 이슈와 함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는, 초기 '4차 산업혁명이 올 것이다!'에서 '4차 산업혁명은 도대체 무엇인가!'로,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로 점차 그 내용과 분야도 세분화 되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소개 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기술 발전의 속도와 그 영향력의 범위가 매우 넓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기술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이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비관론과 낙관론이 존재하고 있는데,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화 자동화 속도 역시 빠르게 디지털화로 변화함에 따라 관련 일자리가 대량 줄어들어 사회 문제가 예상된다는 비관론이 있다. 반면 일시적으로 위기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술과 공정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다시 일자리의 총량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 역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를 논할 때 함께 등장하는 요인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이미 IT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일부 작업장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근로의 성과물이 더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아닌 업무의 목적을 달성하는 '성과물'이라는 인식 역시 확산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실제 이동이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협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이 접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원들의 범위도 확장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로 장소와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일과 생활의 균형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유망한 직업 10개를 선정하였는데, 사물인터넷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가상현실 전문가, 3D프린팅 전문가, 드론전문가, 생명공학자, 정보보호 전문가,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로봇개발자가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위기직업 8가지도 함께 제시하였는데, 콜센터 요원, 생산 및 제조관련 단순종사원, 의료진단 전문가, 금융사무원, 창고 작업원, 계산원이 여기에 포함된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앞서 제시한 유망직업과 위기 직업이 보도되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서 제시한 유망직업과 위기직업 모두 어느 한 순간 생겨나고 사라지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일명 4차 산업 혁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는 기업과 개인이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신산업 발굴과 창업, 창직 지원을 활성화 해야 할 것이며, 기업은 공장자동화,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의 변화를 추구함에 있어 근로자와 충분한 의사소통과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로자들은 외부 환경과 직무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며, 본인의 직장생활 전반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용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근로자도, 기업도, 정부도 함께 변화에 귀추를 주목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슈이다. 즉, 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노동시장에 대한 충격은 최소화 할 수 있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철 모르던 어린 아이일 때는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유명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른이 되면 나도 TV에 나오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 과학자가 되려면 공부를 매우 잘 해야 하고, 내신도 관리해야 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과외도 받아야 하는, 매우 많은 과정과 공을 들여야만 될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상황을 깨닫게 되는, 한없이 허탈하기만 사춘기와 맞닥들이는 것이다. 야근을 밤 먹듯이 해도, 직장 선배님들과의 회식으로 술이 덜 깬 상태여도 신입 직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살아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게 되어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군소리 않고 넘어가며 회사를 믿고 희망을 품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조금씩 눈꺼풀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자주 떠오른다. 입사하고 2~3년차가 되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단점과 불합리한 시스템들만 자꾸 떠오른다. 처음부터 정확한 방향을 잡아서 일을 시작하면 훨씬 수월 했을 일들이건만, 과장님께 맘에 들게 자료를 작성하면, 차장님께서 맘에 들지 않는다시며 수정하라 하시고, 드디어 차장님 맘에 들게 자료가 완성되면 이제는 부장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하신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하지?" 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고, 나도 나중에 승진을 하고 후배가 생기면 꼭 닮고 싶었던 과장님의 능력을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과장님 지시라면 무조건 토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차장님이 맘에 들지 않으실 것을 감안해 처음 만드는 자료는 그리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작성하게 된다. 어렵사리 일찍 퇴근하고 싶은 직원들을 간신히 모아놓고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눈치껏 일찍 집에 도망(?)가는 팀원들이 늘어나고, 몇 명 남지 않은 회식자리를 끝내고 계산을 하는 과장님 뒷모습이, 예전에는 그리도 크고 넓게 느껴졌던 그 뒷모습이 이제는 왠지 쓸쓸해 보이기만 한다. "내가 이러려고 토익에 자격증에 힘들게 공부했나?"하는 자괴감도 들고, 그러다 보면 다른 회사로 옮겨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도 그만두자니 다른 직장도 별반 달라 보일게 없고, 계속 다니자니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직장인들도 입사한지 2~3년차가 되면 혼자만의 방황이 시작되는, 직장인들의 사춘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려면 청소년기가 필요하듯이 한 단계 딛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만약 이런 방황의 시기가 찾아온 사람이라면 "드디어 나도 사춘기구나. 올 것이 왔구나"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괜히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인가?", "나는 열정이 없는 사람인가?"라며 자책할수록 방황의 시기는 더욱 오래 가게 된다.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워 보겠다고 폭풍 야근을 시작하거나, 팀을 살려보겠노라고 팀원들과 폭탄주를 들이켜 본들 몸만 상하게 된다. 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과 행복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에 쏟아 부었던 시간과 열정을 '나'를 위해서 쏟아 부어야 할 때 이다. 젊다고 대충 넘어갔던 건강검진도 받아보고, 영양제도 챙겨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에너지를 직장이 아닌 직장과 분리된 '나의 삶'에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의 시간도 늘려야 한다. 직장인도 사춘기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춘기가 찾아오지만, 사춘기에 평생 머물러 있는 사람은 없다. 직장생활에 회의가 들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그런 사춘기를 겪는 동료가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 해 주고 기다려 주는 미덕이 필요 할 것이다.
청주 도심에서 20분만 차를 타고 가다보면 어디든 한적한 농촌 마을을 만난다.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매우 천천히 지나가는 경운기가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을 주곤 한다. 하지만, 운동장에 무성히 잡초가 자라 있는 폐교들과 꽤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아주 낡은 빈 놀이터를 보노라면, 어르신들만이 쓸쓸하게 지키고 있는 시골마을의 풍경이 왠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농촌에 젊은이들이 사라지는 상황은 우리에게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그 규모를 더하여 비단 농촌지역 뿐만 아니라, '지방'이라는 규모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총무 장관을 지낸 미스다 히로야는 2014년도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2040년에는 일본의 절반이 넘는 896개의 지자체가 소멸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러한 지방 소멸 현상은 지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대도시의 연쇄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228곳의 지자체 소멸 위험도를 측정하여 발표하였는데, 30년 내 84곳의 시·군·구와 1천389곳의 읍·면·동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측하였다. 특히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경북 의성군을 꼽았으며, 가장 젊은 지자체는 울산 북구로 나타났다. 충북의 경우를 살펴보면, 청주 지역은 정상단계로 나타났지만, 제천, 충주, 음성, 진천, 증평지역은 소멸 주의 단계, 단양, 괴산, 보은, 옥천, 영동 지역은 소멸 위험 진입 단계로 나타났다. 비록 소멸 고위험 지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젊은 인구의 대도시 이동이 가속화 되고,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충북지역의 '소멸'도 안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지방 소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가 발족하였으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세종시와 지역별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이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 소멸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방 소멸'의 저자 마스다는 일본의 인구 감소는 저출산에 따른 자연 감소도 그 원인이지만, 지방에서 대도시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이 더욱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구 집중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구의 대도시로의 집중을 막고 지방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제시하였다. 즉 지방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동시에 대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소멸 지자체 1순위로 꼽혔던 경북 의성군의 경우 농업기반 정비와 도시민의 유입 촉진, 귀농귀촌인 초기정착 지원 등의 전략적 정책을 통해 2014년 214가구 419명이었던 귀농귀촌 인구가 2017년에는 721가구 1천50명으로 4자리 수로 늘어나는 쾌거를 거두었다. 농업이 중심이 되는 지역이니 만큼, 안정적 농업경영기반을 마련하여 귀농 귀촌인들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 지속적인 인구 증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남 나주시의 경우 인근 광주광역시와 새롭게 조성된 혁신도시로 인구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원도심 지역의 고령화, 경기침체 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관광 자원 개발과 함께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고립된 육지의 섬으로 여겨졌던 원도심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고 있다. 충북의 각 기초 지자체들 역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다양한 대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대책과 제도가 우리 지역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 우리 지역에 '남고' 싶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일 해왔던 것들을 정리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아쉽고 미진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보완해서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각종 송년회 일정이 빽빽히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아이가 있는 근로자라면, 아이들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주말에 어디든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모두가 분주하고 바쁜 시기이다.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과 제도들이 있다.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다던지, 정시 퇴근을 활성화 한다던지, 효율적으로 회의 시간을 운영한다던지 하는 등의 제안들이 그것이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던지, 유연근무제도(시차출퇴근제, 시간선택제 등)를 활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러한 제도 들이다. 사실 그 역시가 길진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자들이 행복해질 권리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어 왔으며, 이를 뒷받침 할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마련되어 오고 있다. 어떤 제도나 제안들은 안정적으로 안착되어 잘 활용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제도나 제안들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날까· 조직은 대부분 비교적 많은 수의 사원, 사원의 수 보다 적은 대리나 과장, 대리나 과장의 수 보다 적은 차장과 부장, 그리고 소수의 임원들과 CEO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형 직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직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은 바로 위 직급인 대리나 과장님께 업무를 배우고, 또 중간 관리자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임원들이나, CEO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사원들이 있다 할지라도 이들은 소수의 리더들에 의해 움직여지게 되는 것이다. 조직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원이나 대리들은 비교적 그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윗분들이 하는 방식대로 업무도, 직장생활도 따라하게 된다. 즉, 관리자들이 비교적 잘 활용하는 제도나 제안들은 고스란히 사원들에게 전달되고 확산 되지만, 그렇지 않은 제도나 제안들을 사원들이 먼저 나서서 활용하거나 제안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좋은 제도나 제안들이 안정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제안과 제도들을 관리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고 사원들이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가 근로자들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야근이 일상이며, 일이 바빠 휴가를 못 갔다는 이야기가 자랑스러운 무용담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쉴 권리를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은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안 되는 것이다. 즉, 조직의 일 생활 균형 문화를 유지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결국 리더가 롤모델 이어야 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의지가 필수적인 것이다. KT에 근무하는 한 중간근로자는 '직원이 가족과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인재를 채용하고 지킬 수 있는 확실한 투자는 일가정 양립 제도임을 실감한다'라고 이야기 했다. GE의 제프리 이벨트는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모든 근로자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전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이 힘차게 일 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에너지는 일 이외의 삶에서 재충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쁜 연말이지만, 능력 있는 리더라면, 이렇게 바쁜 시기에도 근무시간에는 집중해서 업무를 완성하고, 퇴근 후에는 재충전과 본인의 행복을 위해 멋진 삶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리더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 임을 잊어서는 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