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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얼마 전 연말을 맞아 연탄봉사를 다녀왔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 해보는 연탄봉사활동이라 잔뜩 부푼 맘을 가지고 집합 장소에 집결, 2018년 들어 하필 가장 추운 날 모인 우리 회사 동료들은, 간단한 요령과 채비를 하고서는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드디어 연탄 봉사의 첫 집 앞. 골목 앞에 높이 쌓인 연탄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요즘도 이렇게 연탄 쓰는 사람들이 있구나….'였고, 두 번 째 든 생각은 '도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골목 골목 아직도 이렇게 오래 된 작은 집들이 모여 있구나….'였다. 일렬로 늘어서서 한 장 한 장 연탄을 옮길 때 마다 스멀스멀 통증이 찾아왔지만 연이어 쉴 세 없이 전달되는 탓에 멈출 수도 없었거니와,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은 얼음을 한 장 한 장 나르는 것처럼 차가웠다. 어떤 집 할머니는 고맙다며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시고, 또 어떤 집 아주머니는 커피는 이미 마셨을 것 같으니 생강이랑 귤껍질이랑 이것저것 넣어 맛을 낸 뜨끈 한 차를 내어 주셨다. 오랜만에 직원들 끼리 연탄 뭍은 손으로 장난도 쳐 보고, 1년 동안 한 번도 대화 해 보지 못 했던 다른 부서 직원과 바로 옆에 서서 능률을 올려 보자며 '헛둘, 헛둘'하며 자연스럽게 리듬도 타 봤다. 평소에는 조금 어려웠던 높은(?)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봉사를 마치고 비록 온 몸은 덕지덕지 붙은 파스로 시큼 한 냄새가 진동했지만, 연탄 봉사 활동을 통해 느낀 개인적인 생각은,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전달했으니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얻은 만족감과 동료와의 소소한 새로운 추억들은 오히려 봉사활동으로 얻은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보니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 된 '사랑의 온도탑'의 주은주가 현재 33.1도로(모금 목표액수의 1%가 모일 때 마다 1도씩 올라간다) 2015년 이맘때 41도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8도 이상 낮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 기부 단체인 공동 모금회에서는 2013년 2천663억 원이었던 공동모금회의 개인 모금액이 지난해 1천938억 원으로 약 27%정도 줄었으며, 이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7%에서 32%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기부가 줄어 든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침체 된 경제상황이 개인의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것, 둘째는 기부하는 돈이 투명하게 쓰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다소 경직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여러모로 힘든 겨울을 보내야 하는 이웃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사회복지단체를 통한 기부에 거부를 느낀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해지고 있다. 정보기술과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이 그 변화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통해 나의 기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의 기부 방식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보기술을 활용해 일명 '착한소비'를 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재능'도 '기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재능을 기부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 국제 봉사단체인 KOICA의 경우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경쟁률이 대략 3대 1 정도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잠시나마 국민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과 안타까운 뉴스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고,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거리를 지나가며 동전을 기부함에 넣는 사람도, 핸드폰 속 기부함에 온라인 계좌이체로 기부를 하는 사람도, 짧은 순간이지만 내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뜻깊고 즐거운 일 일 것이다. 오늘은 기부 한번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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