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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01 16:17:39
  • 최종수정2024.02.01 16:17:39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경쾌한 노래에 취해 보시라. 생각의 세상은 봄날이 되리니. 꽃들은 형용키 어려운 아리아리한 색깔들로 물들고 마음은 새처럼 창공을 날리라. 즐거운 노래에 마음을 얹어보시라. 어느새 천상을 날게 되리니. 노래를 부르며 리듬에 몸을 맡기면 자신도 모르게 춤이 되리라. 고요한 노래를 불러보면 들끓던 마음이 어느새 가라앉고 평온해진다.

내 나이 불혹에 접어들던 겨울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안 나가도 용납하던 부부 동반 송년회에 그해에는 나가야 한다고 남편이 말했다. 그리고 애창곡 한 곡 정도 잘 소화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남편의 직장 연륜을 내 노래 실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나의 노래 실력은 보통 정도라고 생각한다.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 메조소프라노 음역으로 교회 성가대에서는 알토를 한다. 가곡을 부를 때 원음이 높아 이조해서 불러보면 작곡가 의도와 달리 키를 낮추어서인지 귀가 만족 못 한다. 원음대로 불러보면 고음의 한계로 성에 안차 마음이 만족 못 한다. 대중가요 트로트를 불러보면 구성지게 꺾이며 넘어갈 때 테크닉의 한계를 느낀다. 모든 노래에는 작사가나 작곡가들의 혼이 담겨 있는지라 그 노래에 심취하여 맛깔스럽게 불러야 한다. 그런데 오랜 세월 기독교 음악에 젖어서인지 찬양곡 외에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감흥까지 잘 오르질 않는다.

하루는 성안길을 걷는데 음악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발목을 잡았다. 박미경 가수가 부르는 '민들레 홀씨 되어'란 노래였다. 악보를 샀다. CD는 여러 곡이 담진지라 악보로 배우는 게 편리할 것 같아서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불러보았다. 발라드풍 가사라 정서에 맞는다. C장조 악상으로 부드러운 저음 G에서 한 옥타브 위 C까지 11개 음역으로 구성됐고, 피날레에서 맘껏 음을 뿜어낼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해 남편 직장 송년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앙코르를 신청하여 다시 불렀으니 그런대로 성공한 셈이다.

그때부터 '민들레 홀씨 되어' 행진이 이어졌다. 가수가 아닌 사람이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계모임을 비롯하여 동창 송년회를 할 때마다 이 노래만 불렀다. 그랬더니 노래를 불러야 할 기회가 오면 "민들레! 민들레!" 하고 좌중이 소리치며 나를 앞으로 내보낸다. 이 노래를 만난 후 수십 년을 한 노래만 불러대니 그럴 만도 하겠다. 길 가다 음악사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같이 가던 사람이 "자기 노래 나오네?" 할 정도다.

나는 왜 이 노래만 부르는 걸까. 노래 가사처럼 어떤 그리움이 있어서일까. 어릴 적부터 내 안에는 막연한 그리움이 있었다.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늙지도 않고 퇴색하지도 않는 꿈같은 것, 가령, 별을 동경한다든지 무지개를 잡고자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었다. 꿈도 사랑이더라. 그처럼 강렬하고 끈질긴 사랑도 없더라. 집요할 정도로 오직 사랑이다. 사랑은 민들레처럼 간결하고 빛나는 뼈대를 담백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 시인이 노래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아도 사랑은 귀하다. 별처럼 닿을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고, 무지개처럼 찬란하여 욕망이 일어도 내 것이 아니기에 산산이 부숴서 민들레 홀씨처럼 날려버려야 한다.

「달빛 부서지는 강~가에 홀로 앉아 있~네/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 보~며/음~가슴을 에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하고 부르다가 끝에 가서는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니 얼마나 절절한가. 이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진심이 되고 가사와 멜로디에 심취하게 된다. 먼지도 솜털도 아닌 민들레 홀씨 같은 꿈들이 추억들이 감성을 건드리며 몽환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간직한 그리움이 있으신가? 이 노래 한번 불러보시라. 솜털 같이 일어나는 감성의 세포를 훨훨 날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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