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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경쾌한 음악에 취해 보시라. 생각의 세상은 봄날이 되리니. 꽃들은 형용키 어려운 아리아리한 색깔들로 물들고 마음은 새처럼 창공을 난다. 음악이 흐르면 감정이 출렁거린다. 조용히 음악에 몸을 맡겨보시라. 자신도 모르게 춤이 되리니. 음악에 마음을 얹어보면 어느새 천상을 거닌다. 동창모임에 참석했을 때였다. 술이 거나해진 남자동창 두 명이 싸움판으로 갈 분위기다. 그때 식당주인이 부르스 음악 노래방 기기를 돌리자 둘이 얼싸안더니 눈을 지그시 감고 춤추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거다.

딸이 근무하는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있다.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딸이 도우미를 할 때, 크리스천인 그를 교회에 데리고 온 적이 있다. 발령받고 한국에 막 온 지라 우리말을 전혀 몰라 딸의 통역 없인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교 시간엔 우두커니 있던 그가 찬송을 부를 때는 두 손을 높이 들고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부르는 거다. 대부분의 찬송가가 서양 곡들을 번안한 것이 많아 멜로디가 익숙해서이지 싶다. 신과 인간,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 간에도 일정한 음악이 존재한다. 인종은 다르고 말은 안통해도 음악으로 하나가 되니 음악은 소통이고 어울림이다.

구름이 낮게 드리우더니 색시비가 솔솔 뿌린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피아노 앞에 앉아 패트릭주베의 '슬픈 로라(La Tristesse De laura)'를 연주한다. 처연히 흐르는 전주부터 슬픔이 나의 몸속을 채워간다. 음악이 이렇게 슬플 수도 있다니…. 손끝을 지나다니는 선율들마다 애간장이 녹는 듯하고 악절들마다 애절함이 절절히 배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작곡가의 의도대로 음악 속으로 점점 이끌려 들어갔다.

우울한 마음을 선율에 얹으니 음악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급기야 그리움들을 불러내어 감정을 지배하고 혼을 적시더니 추억도 불러낸다.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몸짓들이 선율을 타고 비처럼 흐른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 북받치는 간절함은 정녕 무언가. 왜 이리 가슴이 뛰는 겐가. 음악이 나를 어떻게 한 건가. 달콤하고도 쌉쌀함을 음악을 통하여 느낀다. 여울물이 돌에 부딪히고 가는 바람이 솔잎 사이에 가만히 들고나는 것을 음악을 통하여 본다. 선율이 원을 그리며 흩어지는가 하면 다시 모아지고, 마음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순수로 음악에게 빠져간다.

고요히 흐르는 음악에 몰입해 보면,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자신도 모르게 평온하게 된다. 음악, 그 근원은 어디일까. 수많은 소리들은 어디로부터 와선 음악이 되어 이토록 사람들을 주장하는가. 바다 깊은 곳에서일까. 구름을 지나 설산을 넘어 우주를 지나 영원으로 이어지는 곳으로부터인가. 세상이 온통 음악이면 좋겠다. 음악처럼 소통하면 좋겠다. 음악처럼 사람들의 삶이 부드럽고 경쾌하고 찬란하면 좋겠다. 음악처럼 세상과 화음을 이루는 것이 결국 삶이란 것을 깨닫는다.

"나는 때때로 거문고 줄로 곡조를 탔다. 높은 소리 낮은 소리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산수(山水)와 서로 들어맞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8세기 북학주창자인 홍대용이 중국인 친구 '소음'에게 보낸 편지내용 중에 있는 한부분이다. 그는 신경성으로 몸이 허약한 자신이 집안에서만 거처하며 지낼 때에 거문고를 연주하면, 병을 잊어버리고 소원이 풀리며 마음이 평화롭고 우울증도 없어지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엔 음악으로도 병을 치료한다지만, 선조들은 오래전에 이 방법을 써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마음을 닦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집안에 전문 음악인을 두고 여흥을 즐기기도 했다. 귀를 열고 마음의 눈을 떠 보시라. 잘 익은 술 항아리 앞에, 한 사람이 방랑하는 기색으로 쓸쓸히 앉아 금(琴)을 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 소리가 맑디맑게 울려 퍼지는 형상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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