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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19세기 말, 프랑스의 여류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은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아버지가 정식 조각 교육을 받도록 해 주었고 이후 현대 조각의 거장인 로댕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약하게 된다. 당시 카미유의 나이는 19세, 로딩은 43세였다. 카미유는 젊고 아름다웠으며 조각 실력이 탁월했다. 단연 돋보였던 카미유는 로댕과 사랑에 빠진다.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함께 작업하며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 갔다. 로댕은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했고, 카미유 역시 여성으로서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했다. 그러던 1888년 카미유가 살롱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활약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물 흐르듯 곡선적이며 유려했다. 모델이 있어야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로댕과는 달리 모델이 없어도 제작이 가능한 카미유가 관념적 표상을 표현하는 점에서 월등했다. 이후, 로댕은 카미유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로댕의 작업실에서 나와 작품활동에 몰두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로댕의 작업실에서 그를 사랑한 나머지 무임금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모아둔 돈도 없었다. 힘든 생활이 계속되자 우울증과 정신착란 증세가 시작되었고,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힘겹게 살게 되었다.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요양소에 입원하게 되고 결국,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아름답고 유능했지만, 배신의 늪에 빠져 결국 삶을 망쳐버린 카미유에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배신을 겪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믿고 따르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그 아픔과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동안 충격과 고통에 빠져있었기에 카미유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 다행히 나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이 가까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다만, 극복이라는 것은 마술이 아니기에 하루아침에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 서글픔이 남아 있다. 평소 마음을 가다듬고 있지만 서글픔이 하염없이 몰려올 때도 있다.

오랜 시간 믿고 응원하는 상대였기에 이 서글픔은 마음의 상처로 남아 믿음에 두려움이 생겼다. 이제 사람을 만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습성이 생겼다. 상대가 나와 가까워지려 하면 멀어지게 되는 심리적 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후 그 누구와도 가까이 지낼 수 없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로 간의 거리가 생긴 이상 또 배신을 당할 염려는 희박하다.

배신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화점에 기분 전환 겸 간 적이 있다. 구경하는 나에게 직원이 다가와 눈이 슬퍼 보인다는 말을 했다. 눈이 크고 아름답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으나 실제 슬픈 일을 겪었기에 속마음을 들킨 듯 뜨끔했다. '내가 많이 슬퍼 보였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배신을 슬픔을 낳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 슬픔을 가진 사람을 이해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믿고 따랐을 뿐인데 배신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에 모든 것을 잃고 힘들어했을 마음의 서글픔이 나에게도 서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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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IVA 콘서트' 김소현·홍지민·소냐 인터뷰

[충북일보] 이들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서로 친하다. 서로 무대에서 만난 지 오래됐는데 이번 콘서트 덕분에 만나니 반갑다"며 "셋이 모이면 생기는 에너지가 큰데 이를 온전히 관객들께 전해드리고 싶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홍지민은 "사실 리허설 등 무대 뒤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하다. 셋이 만나면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 행복한 에너지는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이가 좋다 보니 무대에서도 합을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김소현은 최근 일본 공연, 새 뮤지컬 합류 등으로 바쁜 일정에 공연 준비까지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맡은 배역이 위대한 인물이고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라 연기를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공연 준비부터 실제 무대까지 모든 일이 정말 행복하고 즐겁다. 일 자체를 즐기니 힘든 것도 잊고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이번 공연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된다. 공연을 보러오시는 모든 관객께도 지금의 행복을 가득 담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