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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06 16:15:05
  • 최종수정2018.06.06 16:15:05

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얼마 전 6·13 지방선거 선거공보물이 왔다. 어쩌면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말 말 말'이 무성하게 들어있다. 우리 동네 시의원은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가. 이제껏 어떤 삶의 지향을 가지고 살아왔는가. 도지사후보나 시장후보에 대해서는 새로울 것도 없어 공약 중심으로 살펴볼 테지만, 우리 동네 시의원은 어떤 사람들이 나왔을까 다소 설레이기까지 하며 펼쳐봤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정치의 축제라고 한다. 풀뿌리 정치는 생활영역에서 진행되는 삶의 과제들이 제도적 정책적인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로, 지역으로 확장되는 변화의 설렘과 기대가 풀뿌리 정치에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길목에서 주체로 나선 후보자들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며 어떤 꿈이 있는지, 그 생각과 움직임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하나같이 비슷한 자랑이고 비슷한 말이고 비슷한 일을 하겠다면 6·13 지방선거라는 정치 드라마는 참 재미없어 보인다.

거인의 정치에 기대어 한자리 해보겠다고 하는 모습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신발 끈 고쳐 메고 결단하고 나설 때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절박한 꿈이 있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설득해 낸 그들의 언어가 있었을 것이다.

기존 정치는 '나'라는 사적영역보다는 '우리'라는 공적영역만을 이야기했다. 내가 없는 우리였고 우리가 없는 그들이었다. 물론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우리라는 공적 영역을 우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미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 나의 영역과 우리의 영역이 분리 될 수 있는 것인가.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는 촉매라면,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도 그 다웠으면 좋겠다.

몇 번을 속아서인지 유권자는 더 이상 우리가 뽑은 대표자가 우리 삶을 총체적이고 질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라는 환상이 없다. 없는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무성한 말들로 유권자를 사로잡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유권자들은 동네 시의원들과 더불어 삶의 공간에서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관계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 '일상성'이라는 특성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갈등이 형성되고 해결되는 경험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 유권자도 후보도 같은 세상에서 같은 삶을 살다. 그러니 부여하지도 않은 메시야의 권한, 가질 수 도 없는 메시야의 능력을 애써 보여줄 필요가 없다. 신발 끈 고쳐 메고 공적영역으로 나온 그들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서 출발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정치'를 해서 만들고 싶은 세상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있었는가. 그 삶의 언어들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볼 뿐이다.

체 게바라는 남미대륙 여행을 통해 민중들의 생생한 삶과 접하고 나서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살던, 또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젊은이가 어떤 계기와 동기, 만남과 사건을 통해 생생한 현실에 눈 뜨면서 사회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도 사회적 인간으로 거듭난 놀라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생활인 속에서 성장하고 그 지점을 보다 구체화하고, 확장하고, 변화로 연결하기 위한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한가. 자신의 일상, 삶의 자리, 생활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원칙적이고 천천히 꾸준하게 조금씩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활의 바닥에서, 관계의 저변에서 솟아나는 아름다운 사회 변화의 가능성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가.

6·13지방선거는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일어서서 아름다운 사회변화의 드라마를 만들어 보고 싶다. 거인의 정치드라마도 아닌, 스타의 화려한 이야기도 아닌, 저마다 빛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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