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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다시, 4월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로 극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충격적 실상을 다시 꺼내 보며 기억과 저항, 애도와 치유에 대해 생각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30명의 생명이 그대로 스러져간 그날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는 묘연하고 세월호에 관한 충격적 증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가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억울한 죽임이기에 밝혀져야 하고 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왜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다. 이제 과거를 보기보다 미래를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점잖게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생명을 값없이 여기고 생명 죽임의 문화에 익숙해 있다. 세월호 사건은 오늘도 무수히 발생하고 있는 억울한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유가족의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바로 우리 각자의 삶의 현실로 각인시키는 행위이며, 억울한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공동체적 행위이다. 공동체는 공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는 현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고통의 현장에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을 애도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오늘의 사회를 치유하는 힘이 된다. 기억은 그들의 경험을 되살리고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윤리적 행위이며 능동적 행위이다

매년 4월이면 기억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봄이 오기 위해 투쟁한 그 처절한 몸부림을 기억한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고 그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을 지킨다. 그리스도 기억의 중심부인 그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은 부활의 봄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정치신학자 메츠는 구체적 역사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증거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것은 자유를 향한 위험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사회질서 안에서 예수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였을 것이다.

4월, 71년이 지났지만 기억투쟁속에 아직 명명되지 못한 제주4.3, 59년전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독재에 저항한 419혁명, 5년전 생명죽임의 문화에 희생된 330명의 희생자들.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부활의 봄을 소망하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저항의 행위이다. '그만 잊어라'와 '잊지 않겠습니다'와의 사이에서, 위험한 기억을 망각시키려는 힘과 위험한 기억을 회생하려는 투쟁사이에서 어떠한 윤리적 선택을 할 것인지는 현재의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억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못한 역사의 수많은 고통의 현장을 소환해 내고 기억의 전달자로서 위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필자의 테이블에는 세월호 리본뱃지, 제주43을 추념하는 동백꽃뱃지, 31운동을 기념하는 만세뱃지, 한반도의 평화를 기념하는 한반도뱃지, 위안부할머니들을 후원하는 나비뱃지가 놓여있다. 아직도 기억의 행위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작은 상징이다.

우리는 동일한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억해야한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인간의 고통과 역사로부터 분리되어진 부활만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임의 시대,생명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고통의 역사에 대한 '위험한 기억하기'를 수행해야 한다. 기억은 고통받는 타자와의 연대이며 오늘을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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