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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청주YWCA 사무총장

'보이지 않는 노동-목소리들의 풍경' 이라는 영화가 있다. 2년 전 우리 지역에서 돌봄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다큐영화이다.

'그들의 일터', '그들의 일터: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을 지나 다시 '그들의 일터'로 돌아오는 영화는 돌봄 노동의 현실과 돌봄 노동자들의 일상을 찬찬히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는 말처럼 노동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무심하게 흘러가는 사람들, 건설 중인 초고층아파트, 단정하게 깍여있는 잔디밭 등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인간은,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돌봄을 필요로 한다.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의 돌봄으로 태어났고, 타인의 친절한 돌봄속에 생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돌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듯이, 돌봄이 필요한 타자에게 응답할 의무가 없는 사람도 없다. 그렇듯 인간은 돌봄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관계를 맺는다. 사회의 공정한 원리란 돌봄을 행하고 돌봄을 받는 것을 사회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저마다의 요구에 따라, 돌봄을 행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또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자원과 기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정책이 지원되어 모든 인간이 타자와의 지속 가능한 관계 속에서 돌봄을 주고 받아야 한다. 돌봄의 가치는 뭇 생명을 살리고 유지하는 우리 사회의 공적 가치이다.

자본주의에서 출발한 임금노동과 그림자노동의 이분법 속에서 여성은 돌봄과 일에 있어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한 자녀만 낳으라는 출산정책에서 이제 저출산 대책으로 바뀌는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여성은 정책의 주체가 되기보다 일도 하고 아이도 더 낳아 잘 길러야 하는 '일·가정 양립'의 대상일 뿐이다. 여성의 일할 권리를 위해 싸웠던 여성운동에 주어진 결과는 간병과 도우미, 보육 등 돌봄 노동 중심의 저임금 사회서비스업이 대다수였고 결국 이러한 일자리는 다시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빠졌다. 이러한 분야의 일자리를 계속 저임금의 불안정고용으로 유지하려는 정책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분리하며 돌봄이 집안일의 일부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돌봄의 책임이 여성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 차별과 배제의 원리 속에 선택된 정치적인 언어이다. 돌봄노동이 그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소외되어 왔던 것은 여성·남성, 사적·공적, 비생산·생산으로 관계를 분리하는 이분법속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딱딱한 대지가 녹고 온 천지에 물이 차오르며 생명이 아우성친다.

우리 사회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얼어붙었던 사회의 적폐가 드러나고 이제 새로운 밭을 일굴 준비를 한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온갖 장미빛 선언들이 떠돌고 있지만, 돌봄의 정치가 씨를 뿌리기 위해, 그 열매가 모든 이들과 더불어 평화롭고 정의롭게 향유되기 위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돌봄'의 공공재적 가치가 주요 논의 테이블에 있는지, 우리 사회를 돌봄의 가치로 디자인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돌봄사회를 위한 공동체의 역할은 공적 토론의 의제이며, 정치로 풀어야만 할 필요가 있는 정치적 관심사이다. 돌봄은 폄하된 가치와 아름다운 언어의 이중 잣대 속에 여성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껏 정치적 선택에 의해 폄하된 돌봄가치가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봄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정치적 선택을 할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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