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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0 15:55:07
  • 최종수정2019.02.20 15:55:07

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1919년 3월1일. 그녀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여성해방 없이는 진정한 조국의 독립도 없다고 믿었던 박차정. 서른넷. 그녀의 짧은 생은 여성해방과 민족해방을 위한 투쟁이었다.

1919년 2월, 서울에서 전달된 독립선언서가 개성의 한교회에 도착했으나 섣불리 독립선언서를 배포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일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기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때 전도부인인 어윤희 선생이 나서서 조선독립선언서 80매를 전달받아 보따리 장사를 가장하고 가가호호 독립선언서를 돌렸다

우리는 왜 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3·1운동을 기념하는 것은 다소 고루하게 느껴졌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3.1운동은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을 넘어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선포한다. 즉 봉건 양반체제의 계급사회에서 억압받던 민중들이 주체가 되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의가 살아있는 혁명적 선포이다. 이 혁명적 사건에 남녀의 따로 있지 않았다.

3·1운동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보았던 윤치호조차 "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감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조선인들의 가슴 속에 증오와 분노의 격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일기장에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댕기머리에 치마저고리 입고나온 여학생의 활약은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남자들은 각처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만세를 부르는데… 무지몽매(어리석음)하고 신체가 허약한 여자의 일단(一團·무리)이나 같은 국민, 같은 양심의 소유자이므로 주저함 없이… 동포여, 빨리 분기하자(분발해 일어나자).'

1919년 3·1독립선언서보다 한 달 앞서 썼다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다. 백두산 북쪽지역인 중국 서간도에서 활동하던 애국부인회가 여성들의 독립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쓴 격문이다. 항일운동가 황에스터는 유학생 모임에서 '수레도 두 바퀴로 가야 잘 굴러간다. 여성도 독립운동을 할 자격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3.1운동의 경험은 한국여성사에 있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1운동을 계기로 신여성의 현실참여가 늘어났고 이후 제정된 임시정부의 첫 헌법에도 남녀평등 규정이 들어간다. 한국여성의 참정권운동이 서구에 비해 없었던 것이 아니라 3.1운동이 바로 참정권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속의 그녀들을 10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다시금 불러본다.

그동안 알면서 짐짓 모른체했던 우리의 비겁함은 나라와 민족의 주체가 남성영웅이며, 역사는 남성, 그들의 서사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유관순열사도 유관순누나라고 지칭한다. 어떠한 남성독립운동가도 우리는 오빠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호명의 주체를 남성으로 설정했던 성차별적 역사서술의 관점은 10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서서히 바뀌고 있다

좀 늦었지만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잊혀진 이름, 여성독립운동사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에서도 우리 지역의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시설을 조성한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여성들이 일제 식민사회에서 위축된 삶을 영위하면서도 독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실을 생생하게 역사로 기술하는 것은 한국 여성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남녀의 동등한 사회적 평등권, 나라를 되찾은 일에 남녀가 따로 없다고 외친 선배여성들을 기억하는 일은 오늘의 나와 미래의 우리를 조망하게 된다. 1919년 그녀들이 있었고 100년 후 2019년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100년 후 2119년 우리의 후배들은 누구를,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새로이 길을 만드는 역사의 길 위에 길은 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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