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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5.01 17:37:20
  • 최종수정2019.05.01 17:37:20

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저 생활비 벌러 나오는 거거든요. 반찬값 아니고요."

2014년 개봉한 영화 <카트>에서 선희(염정아 역)가 말한다. 영화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게 되자 서로 보듬고 연대하며 노동자로 각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측과 협상하려 하자 회사는 '노동자'인 선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반찬값이나 벌자고 나온 여사님들을 누가 꼬셔가지고… 참…." 여성의 노동을 반찬값벌이 정도로 이해하고 무시하는 단적인 예이다. 반찬값과 생활비의 차이만큼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는 사용자인식과 노동자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회사에서 선희는 노동자이기 보다 '아줌마'이고 좀 예를 갖춰서 '여사님'이고 또' 여자'이다. 비단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기혼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이런 인식은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

5월1일 노동절인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남성 가장, 여성 전업주부'는 1970년대 중반이후 산업화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이상적인 가족상이었겠지만 남성이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우는 역사도 짧고 상황도 한정되어 있다. 1990년대 말 이래 반복적인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저성장사회에서 여성노동정책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는 한편 성별 격차를 해소해 가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남성생계부양자 규범은 중산층 이상 가족에서 가능한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주는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잡아 왔다.

여성의 일이 보조적이란 인식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하고 차별하게 된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들은 주어진 일을 감당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녀가 동일한 노동을 했으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이 마땅함에도 현재 한국사회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국가중 최상위이다.

'세계 동일 임금의 날(National Equal Pay Day)'는 남녀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사회 운동이다. 미국 동일임금위원회(NCPE)가 남녀 임금 격차를 알리고자 1996년 제정했다. 연도와 나라별로 날짜가 달라지는데, 매년 남녀 임금 격차의 수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동일임금위원회에서 지정된 올해의 날짜는 4월 2일이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77일을 더 일해야 한다며, 새해로부터 77일째 되는 3월 18일을 '동일 임금의 날'로 정했다. 지난해 한국의 동일임금의 날은 5월 23일이었다. 여성이 연간 5개월 23일을 더 일해야만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성노동의 핵심은 성별임금격차의 해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처럼 '사회적 돌봄' 체계가 미비한 사회에서 가정내 돌봄의 상황에 처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여성에게 부여될 수 밖에 없다. 남성생계부양자모델, 남성가장 여성전업주부의 신화에서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한다. 우리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는 '1.5인 소득자 가족 모델'을 폐기하고 '동등한 성인 소득자 모델'로 전환되어야 여성 노동자들은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실질적 결과적 평등까지 이를 수 있다. 여성 노동자도 남성 노동자도 모두 노동시장에서 동등한 지위와 조건을 부여받았다. 독립된 한명의 노동자로서 갖는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되찾기 위해 동등한 임금권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영화 카트의 실제 파업은 벌써 12년 전 이야이기지만, 힘 없고 억울한 선희는 오늘도 곳곳에 있다. 성실하게 하루하루의 노동을 감당하는 선희가 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오늘도 여전하다. 여전히 부당한 그들의 오늘이 곧 나의 오늘이며 우리의 오늘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대하며 투쟁할 수 밖에 없다. 페이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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