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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몰카는 몰래카메라의 약칭이다. 수년전 이경규가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대중화된 몰래카메라는 스타성있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시청자들은 알고 있고, 당사자는 모르는 채 촬영이 진행된다. 나(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것이 웃음의 시작이다. 스타가 가지는 권력과, 보는자로서의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1990년대 시청자로서의 나는 이렇게 보는자로서의 권력을 누리며 마음껏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연예인을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끌어들이고, 황당해하고 쩔쩔매는 날 것 그대로의 리액션을 몰래 촬영한다. 멋지고 화려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나와 같은 수준의 인간임을 애써 확인하고 즐거워하는 나와 같은 시청자들이 많았는지 이 프로그램은 소위 대박,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방송 말미에 몰래카메라였음을 알리는 순간, 피해자들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안도한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방송사에서나 가능할 법한 설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재미와 감동의 코드였던 '몰래카메라'는 어느새 '불법촬영'이라는 범죄로 변질되고 파생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카메라 이용 등 촬영 범죄를 일컫는 말로 그간 사용해온 '몰카'라는 용어 대신 불법성을 강조하는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 말이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담고 범죄의 심각성을 담지 못한다는 우려에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불법촬영·유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5185건으로 주춤했으나 지난해 6470건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범죄가 집중돼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검거된 몰카 촬영자와 영상 유포자는 983명에 달했다. 또한 2007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몰카 범죄는 3.9%였으나 2015년 24.9%로 급증했다. 1968년, '뉴욕의 급진여성들(NYRW)'이 국제미인대회가 열리던 애틀랜틱시티 컨벤션센터 광장에서 브래지어를 불태웠다. 그들이 태운 건 강요된 여성의 몸에 억압이었다. 만 40년이 흘러 2009년, 우크라이나의 한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국내ㆍ외 정치인들이 모인 독립기념일 행사장에서 상의를 벗고 매춘 중단 시위를 벌였다. 2018년 6월, 한국에서는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분노한 수많이 여성들이 혜화역에 모였다. 여기에서 여성들의 상의 탈의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여성의 몸도 남성의 몸과 똑같이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다. '남성들은 쉽게 웃통을 드러내는 데 여성은 그러지 못한다.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되어 삭제, 모자이크 등을 당하지만 남성의 나체는 인간 보편의 몸으로 인식되어 자연스럽게 유통된다.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보여지는 여성은 두 부류이다. 성적 대상화되어 보여지는 몸과 모성에 갇혀 모든 욕망을 거세당한 몸이다. 중세이후 성녀와 창녀의 이 고답적인 갈라치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포된다. 재생산의 도구로 쓰여지지 않을 때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화된다.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등으로 유통되던 여성의 몸은 이제 단돈 1만원도 들지 않고 누구나 설치 하고 유통할 수 있을만큼 손쉬워졌다. 즉 보는자로서의 권력을 쉽게 손아귀에 넣을수 있다는 말이다. 2018년, 지금 여기, 공중화장실에서 커텐을 치고있는 여성들이 있다. 화장지로 막아놓은 구멍들, 또다른 구멍을 찾아 실리콘으로 메우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이 분노가 6월 혜화역에서 선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이 드러낸 건 몸만이 아니라 그 몸을 대상화하는 사회의 인식과 관음의 시선이다. 그의 가슴은 수치를 피해 가리고,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취약하고 열등한 육체가 아니라 저 관습과 인식, 위선의 시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는 절박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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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