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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 - 금천동 '금천배수지'

우리 동네, 이런 곳이 있었나

  • 웹출고시간2013.11.17 19:17:39
  • 최종수정2013.11.17 19:17:39

해가 설핏해질 무렵, 우리는 길을 나섰다. 딱히 어떤 목적도 방향도 없었다. 그냥 걸으면서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였다. 문득, 큰 아이가 말했다.

"아빠? 제가 정말 좋은 곳 알려줄까요?"

금천동의 '숨어 있는 산책길' 제보는 큰아이로부터였다. 요즘 아이답지 않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큰애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용암동 아파트로부터 반경 십리 안팎은 그의 활동범주다. 하지만 아이의 안목을 선뜻 믿기는 어려웠다. 속는 셈치고 무작정 따라 나섰다. 아빠의 기대 때문인지 아이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이윽고 아이를 따라 맞이하게 된 금천동 '금천배수지'는 신비한 세상, 그 자체였다. 올망졸망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인 금천동 한가운데 분지처럼 우뚝 솟은, 뜻밖의 비경(秘境)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봄이면, 철쭉과 연산홍이 꽃물결을 이루던 곳이다. 이제 꽃은 사라지고, 꽃이 앉아 있던 흔적만 남아 있다. 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는 나뭇잎 위로 흐르는 햇살에서조차 낙엽 타는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아도, 저 혼자 꽃피우고 지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연과 조응하며 걷는 산책길은 행복하다. 걷다보면, 곧바로 푸른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천배수지'다. 도시의 분지처럼 솟아올라 마치 하늘 위로 둥둥 떠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금천배수지는 금천고, 혜원학교 뒤편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 박성만(64·금천동)씨는 "금천동에 성(城)처럼 우뚝 솟은 금천배수지는 금천 주민들의 행복한 쉼터다. 자연과 도심이 적절히 어우러져 훌륭한 우리 동네 휴식공간이며 산책길이다. 매일 틈나는 대로 이곳에 올라 산책을 한다."고 말한다.

여기도 결국 사람이 먹는 물길

금천동은 개울에 떠밀려 내려온 사금을 캐던 곳이었다. 과거 금천동 지역은 예로부터 '쇠내개울'이라고 불렸다. 이곳에서 오래 전부터 금을 채취했는데 일본 식민지시절에도 상류에는 금광이 있었다. 장마철이면 붉은 쇳가루 물이 흘러내렸다.


금천배수지 쉼터 벤치에 앉아 있던 김평일(87·금천동)노인은 "옛날에는 냇가에서 사금을 채취하려고 사람들이 몰렸다고 들었어. 금광이 상류에 있었거든."이라며 "금천동은 물길과 뗄 수 없는 동네야. 여기도 결국 사람이 먹는 물길이잖아? 근데 잘 해놔서 좋아. 이렇게 와서 쉴 수 있고, 동네사람들은 쉬듯 걷고 그러잖아."라고 말한다. 금천의 과거 지명인 '쇠내개울'을 한자로 바꾸면 바로 금천(金川)이 된다.

청주는 초기 철기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금속 활자본 직지와 철당간은 우리 지역의 훌륭했던 금속문화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당산성을 중심으로 인근에 금광산, 철광산이 있었고 개울에는 사금을 캐던 곳이 많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금천배수지는 상당구 금천동 330번지에 지난 2003년 9월 확장공사를 착공해 2005년 5월 준공됐다. 또한 금천배수지는 자체 정수장인 지북정수장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아 급수하는 배수지다. 동부지역 도시개발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1만t에서 2만5천t으로 확장, 총 3만5천t의 배수지 시설을 준공했던 것이다. 특히 배수지 상부에 파고라 5개를 비롯해 벤치 55개, 음수대 2개 등 시민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게이트볼장과 길거리 농구장, 다목적경기장, 발 마사지장, 우레탄 포장 조깅코스, 산책로 등 1만1천451㎡ 규모의 공원을 조성했다. 상수도사업소는 금천배수지 준공으로 종전 직·간접 혼합 배수방식으로 공급하던 것을 간접 배수방식으로 전환해 동부지역 23개동 7만여 세대에게 안정된 수돗물 공급을 하고 있다.

주변 산책로, 숲길로 이어져

너른 분지에 조성된 쉼터뿐이 아니다. 쉼터와 샛길로 이어진 산책로마다 가을의 향취가 듬뿍 배어 있다. 주목할 것은 이곳은 쉼터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쉼터를 융단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길들이 오히려 정겹다. 오른쪽으로 걷다보면 오각형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길 전체가 온통 낙엽 카페트로 깔려 있어 가을이면 아주 익숙한 구르몽의 시 '낙엽'이 저절로 연상되는 길이다.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쉼터에 동네 고샅길로 연결되는 곳은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졌다. 또 다른 길은 나지막한 동산의 숲길로 연결되는데, 쉼터 산책길이 조금 단조로웠다면 이곳을 걷는 것 또한 더없이 좋다.

겨울로 가는 나무들은 잎들을 떨치고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 제 몸에서 바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묵하고 있다. 바람이 좋은 것인지, 풍경이 좋은 것인지 큰 아이가 벤치에 앉아 말한다.

"우리 여기서 조금만 더 머물다 가요."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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