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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은 산책길 - 청주 용암동 농협 사거리

산수유·매실나무 들어선 1km 숲터널 장관
주변엔 창작미술스튜디오·정보도서관과 맞닿아

  • 웹출고시간2011.07.03 19:16:38
  • 최종수정2013.12.08 15:19:08

편집자主

요즈음 주목받고 있는'올레길'과'둘레길'의 개념이 자연이나 도심 주변으로 나선 작은 트레킹의 발전된 형태라면, 이번에 본보가 기획 연재할'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입은 옷차림 그대로 걸어 나갈 수 있는 동네고샅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을 추동해가는 집주변 일상의 길을 조명해 본다.'나긋나긋 산들바람, 느긋느긋 발걸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토끼의 굴이 필요했다. 용암동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는 정보도서관 옆, 숲의 터널로 들어서야 한다. 주변에 포진된 아파트의 콘크리트 얼굴에 화색을 돌게 하는 이 산책길을 통과하고 나면, 심신이 푸르게 빛날 것만 같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은 도심 속 '생명의 허파' 인 용암동 산책길은 바로 이곳 주민들이 가장 아끼는 길이다. 용암동 농협사거리에서 주공아파트까지 연결된 이 숲 터널의 길이는 약 1km다. 하루종일 가장 많은 주민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는 이 길의 매력은 길의 양켠으로 조성된 갖가지 나무들의 군락이다. 단풍나무, 연산홍, 쥐똥나무, 산수유, 매실나무, 잣나무 등 유실수까지 어우러진 나무숲은 천혜의 공기와 열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길의 매력 속으로 좀 더 가까이 들어 가보자.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용암동 산책길은 2003년 처음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청주시에서 길 주변에 나무도 심고, 바닥의 보도블럭도 걷어내고 푹신푹신한 우레탄을 깔았다. 그 덕분에 볼품없는 외진 길에서 멋진 산책길로 재탄생된 것이다. 또한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추진위원회와 (사)한국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2009 마음미술 프로젝트'사업으로 아름다운 조형물을 설치함으로 도심의 명문 산책길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주민과 문화단체 그리고 시(市)가 빚어낸 절제의 거버넌스(governance)였다.

김영근(전 청주시의회 의장)씨는 "2003년도에는 벤치 1개, 가로등 2개밖에 없던 음습한 거리였다. 2004년 주민들과 뜻을 모아 구청에 제안을 했고, 시의회와 구청장, 시장이 협의 끝에 예산을 편성해서 현재의 산책로가 조성된 것이다. 이제는 모든 주민들이 아끼는 명품 산책로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길과 밀착된 문화공간으로 창작미술스튜디오, 시립정보도서관이 잇닿아 있어 산책이나 운동을 하다가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나올 수 있다.

청주창작미술스튜디오에는 현재 15명의 입주 작가들이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정상수 학예사는 "이곳에는 누구나 와서 작가들과 창작과정이나 미술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갤러리에는 입주 작가들의 작품이 상시 전시되어 언제나 감상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

산책길 입구에 들어서면 두 가지에 놀란다. 첫 번째는 도심 속에 감추어진 숲의 깊이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동굴에 들어 온 듯 청량한 기운이 '훅'하고 밀려든다. 약 100m만 걸어도 어느새 등줄기에 흐르던 땀은 말라버리고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돈다. 그야말로 천연의 에어컨이 따로 없다. 약 1km에 달하는 숲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완벽하게 햇빛을 차단해 줄만큼 숲이 울창하다. 사실 숲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커다란 산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아파트 건물이 1차로 햇빛을 차단해 줬기에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 놀라는 것은 사람들이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오후 2시. 거리에는 사람들이 한산하지만 이곳은 예외다. 양쪽으로 밀집된 아파트의 옆구리에서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 길과 연결된 아파트(현대1 · 2 · 3차 아파트, 임광 아파트, 한우리 아파트)는 모두 산책길로 작은 통로를 내었다. 심지어는 산책길의 끝에 위치한 주공아파트와 부영 6단지, 덕일 마이빌, 부영10차, 부영2차 아파트 주민까지 용암동 상가밀집지역이나 병원, 약국을 이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 길을 이용한다.

부영6단지에 사는 정현숙(42)씨는 "이 길은 무더운 여름날 집에서 용암동 상가를 이용하기에 최적의 길이다. 이 길이 없을 때는 물류센터까지 서너 정거장거리여서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다소 멀어도 운동삼아 이 길로 다닌다. 또 굳이 양산을 쓰지 않고도 오갈 수 있는 고마운 길."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도 이 길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간다.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피해 숲길을 따라 귀가하는 도심의 아이들은 이 길이 있어 행복하다. 한우리 아파트에 사는 조정민(상당고 2년)학생은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돌아가면 시간이 더 걸리지만 꼭 이 길로 다닌다.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이곳은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길은 생명의 강처럼 도심 사이를 흐르고

걷는 것은 생명의 예찬이다. 이 길에서 또 한 번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길과 잇닿아 있는 놀이터가 두 군데나 있어서인지 숲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완벽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이다. 커다란 모형 개미를 타보기도 하고 담장을 넘어가는 형태의 개미를 아이들은 신기한 듯 만져본다. 이뿐인가, 달팽이 모양의 벤치는 착상이 놀랍다. 어미 달팽이를 따라가는 아기 달팽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가족끼리 모여 산책을 할 때면 아버지는 아빠 달팽이에 아이는 아이 달팽이에 앉아 사진을 찍어도 좋겠다.

아파트 담장과 어울려진 나긋나긋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매실과 살구를 주울 수 있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열매를 줍는 할머니들과 각종 곤충 모양의 조형물을 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또 인간세상의 조화이기도 하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젖줄로 이어주며, 생명의 강처럼 도심 사이를 흐르고 있다.

청주 용암동 산책길 약도

●거리: 약 1㎞

●시간: 약20분(쉬는 시간 제외)

●산책길의 주변 풍경 : 시립정보도서관, 청주시 창작스튜디오, 중흥공원

●버스 길 : 현대3차아파트 승강장(1285), 용암초 승강장91267)

※거버넌스(governance) : 정부에 의한 일방적 통치를 의미하는 전통적 행정(government)과 대비되는 거버넌스의 개념은 공공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여러 공사조직들과의 연결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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