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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 - 청원 오창 호수공원

'뽀드득뽀드득' 싱그러운 겨울소리 도심속서 만끽

  • 웹출고시간2012.12.09 20:16: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저녁을 먹고 난 뒤, 산책하기 가장 좋은 저녁 7시다. 오후 내내 내리던 함박눈이 잠시 멈추자, 바람 한 점 없는 눈 내린 겨울풍경은 한유했다. 두텁게 쌓인 눈은 어쩐지 추위마저도 솜털처럼 포근하게 덮어주는 것만 같았다.

눈 내린 호수공원 산책길을 걷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오창 호수공원 산책길은 읍내 중심에 위치하여 사람들의 발걸음이 수월하다. 그러면서도 주차장 시설 또한 훌륭해 조금 멀다 싶으면 자동차로 이동해서 산책하는 것도 좋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에 등장하는 첫 문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눈의 세상으로 아련히 빠져들게 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은 환해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멈춰 섰다.'

특히 '밤의 바닥이 환해졌다.'라는 글은 짧으면서도 얼마나 강렬한가. 밤의 눈 내린 정경을 이보다 더 함축적이며 경이롭게 표현한 문장을 난 본 일이 없다. 오창 호수공원의 눈 내린 밤 풍경은 마치 바닥에서 형광물체가 발산하는 것처럼 온 세상을 은은하게 드러내 주었다. 신기하게도 눈은 낮보다, 캄캄한 달밤에 더 환해진다.

자연의 눈썰매장, 호수공원 잔디밭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기분 좋은 소요가 일었다. 아빠의 손을 잡은 어린 딸, 서너 명씩 짝을 이룬 동네 아이들……. 눈 내린 호수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툼한 오리털 파커를 입고 산책하는 사람들은 마치 놀이 공원에 가는 행락객들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아빠, 저쪽으로 가 봐요. 거기에 끝내주는 곳이 있어요."

어린 두 딸은 아빠가 끄는 썰매를 타고 신나는 세상으로 가버렸다. 한여름에는 온 가족이 돗자리를 펴고 무더위를 피했다면, 겨울이 되니 이제 눈썰매장으로 변한 피크닉 장이다. 아빠의 어깨에 팽팽하게 당겨진 끈의 조임이 비록 힘겹지만, 매달려 가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때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 멜로디가 눈발처럼 흩날렸다. 그러자 저절로 영화에서 유리와 라라가 도착한 시베리아 벌판 바라키노 저택의 얼음궁전이 떠올랐다. 얼음으로 뒤덮인 궁전에서 그들은 사랑의 둥지를 틀었다. 달콤한 사랑의 시간은 짧았다. 마침내 라라를 떠나보낼 때 창문을 깨며 멀리까지 사라지는 라라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던 유리(오마 샤리프 役)의 모습과 겹쳐져 흐르던 곡이 '라라의 테마'였다.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썰매를 타고 오른다. 슬픈 사연이 담긴 곡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밝고 환했다. 마치 환한 밤의 눈처럼.

호수공원은 축복의 산책길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싱그럽다. 함박눈이 고스란히 쌓여 발밑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이 상쾌하다. 오창 호수공원으로 진입하는 곳은 모두 6군데다. 자동차로 오는 경우 관리사무소 쪽에 주차하면 된다. 주차장에서 내려오면 바로 공원 메인 산책로가 보인다. 중앙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조각전시장을 거쳐 왼쪽으로 호수 한쪽을 가로지르는 관찰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물 속의 잉어와 오리 등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호수와 도시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멋진 모습이 그만이다. 관찰데크를 지나면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은 명품코스다.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며 마음을 내려놓는데 불과 20분이면 충분하다.

오창읍에 사는 권소연(34)씨는 "우리 동네에 이러한 호수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며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저녁 시간이면 이곳을 걷는다. 저절로 운동도 되면서 다이어트도 되고 힘겨운 하루를 돌아보는 귀한 휴식의 시간을 선사한다."라고 말한다.


호수 중앙에는 상징조형물과 자연 식물섬이 조성되어 있고, 피크닉장을 지나면 작은 길로 이어지는 샛길 산책로가 이곳 오창 호수공원만의 또 다른 명물(名物)이다. 오창 숲길에 이어지는 소로(小路)는 미로처럼 숲을 관통한다. 숲 가운데 자생식물원과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야외 헬스장이 위치해 있다.

오창 상업지구와 인접해 있어 산책하다 차를 마시는 것도 낭만적이다. 이곳 사람들은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난 뒤, 시내에서 장을 보고 가기도 한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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