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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은 산책길 - 청주 산남동 원흥이 두꺼비 생태 산책길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산남동의 허파

  • 웹출고시간2011.09.25 18:13:39
  • 최종수정2013.12.08 15:18:39
◇아침 숲, 저녁 숲


가을을 맞으러 떠나보자. 산남동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의 숲과 작은 방죽에는 막 계절의 봉오리를 터트리기 직전의 설레임이 가득하다. 아직 녹음이 우거진 '참개구리 못'이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못 중심에 조성된 목책은 운치를 더하고, 두꺼비들이 서식하며 자유롭게 왕래할 통로를 따라 산책길은 길게 이어졌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두꺼비의 가족의 고향 '원흥이 방죽'을 만날 수 있다.


아침나절의 원흥이 산책길은 유난히 햇살이 좋다. 숲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푸른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살(아, 햇살이 변해가고 있다)은 여름의 햇살과 확연히 다른 무엇이 있다. 가을 햇살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화살촉이 숨겨져 있어 살갗을 두드리듯 따갑다. 여름의 정염(情炎)이 가셔진 맑은 가을 햇살은 얼굴에 투명하게 부서진다. 조금의 눅눅함도 없는 햇살은 바닥에 떨어지면 '타다닥' 소리가 날듯 명정하다. 그렇게 가을이 조금씩 과일처럼 익어간다. 아침 숲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추선 영혼의 귀 뚫리고, 시 한편 절로 흘러든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 플라타너스 / 김현승

저녁의 숲은 깊고 그윽하다. 방죽에서 피어오른 상큼한 습기는 자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 그 덕에 코끝을 스치는 공기에는 쾌적한 서늘함이 배어 있다. 간간히 마주치는 산책객들의 어깨엔 걸쳐진 겉옷에 가을이 툭툭 흘러내린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비밀스런 보물창고로 가듯이'원흥이 방죽 산책길'을 걷노라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오리. 멀리 구룡산에서 내려온 서늘한 산바람은 조용히 건네는 자연의 손짓이다.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을 걷고 있노라면 저절로 두꺼비가 가는 구룡산으로 함께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과 함께 상생하며 서로의 삶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 걸음 옮길 적마다 온종일 쌓인 풀 향이 발목을 타고 내 육신과 옷에 배어든다. 잠시지만, 이곳에 몸 담그고 돌아가면 아이들이 말한다.

"아빠 몸에서 풀냄새가 나."

해가 막 지고 난 뒤의 저녁 풍경은 묘한 여운이 감돈다. 쓸쓸함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그 관계로 인해 갈등과 번민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적막한 길을 혼자 걷는 사색의 시간도 때론 필요하다. 그러면서 오가며 마주치는 산책객도 반갑게 얼굴을 익히게 되는 곳도 이곳이다. 원흥이 방죽 생태공원 너머로 아파트 군락이 몸을 기대고 서있다. 그 너머로 구룡산이 그들을 감싸 안아 인간과 자연이 서로 껴안고 있는 형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축복처럼 노을이 사람 사는 아파트 위에 붉은 화관을 씌워주고 있다.

◇두꺼비가 '사람의 마을'을 살리다

두꺼비마을 아파트 105동 벽면에는 구룡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원흥이 마을은 충청북도 청주시 산남동에 있는 마을로 원현리(元峴里)라고도 한다. 원현은 큰 고개라는 뜻인데,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구룡산에 큰 고개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원현리가 왜 '원흥이 마을'로 불리게 되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72년 먼저 복판본 금강경이 인쇄된 원흥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원흥이 마을이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원흥이 마을은 도심에서 옛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산남천은 구룡산에서 마을을 지나 무심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처음 원흥이 방죽이 청주 시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3년 새끼 두꺼비들의 대대적인 이동행렬이 전국에 보도되면서 두꺼비의 집단서식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넓은 들판과 말굽처럼 원흥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구룡산, 그리고 구룡산으로부터 물줄기가 흘러 마을의 수원인 방죽을 이룬 이 지역은 구룡산 일대의 산림생태계와 원흥이 방죽 주변의 습지생태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으로 두꺼비를 비롯한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바로 원흥이 방죽인 것이다.

산내들 아파트에 산다는 이순자(75)할머니는"처음에는 몰랐다. 왜 두꺼비가 중요한지를. 하지만 지금은 알 거 같다. 얼마나 좋은가. 이곳이 모두 아파트촌으로 뒤덮였다면 얼마나 삭막했겠나. 저녁 먹고 이곳으로 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두꺼비가 사람의 마을을 살려냈다."라며 기자에게 커다란 가물치가 있는 곳을 비밀스럽게 알려준다. '참개구리 못'을 지나 생태통로를 따라 가다보면 원흥이 방죽이 보이는 곳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있다. 원흥이 산책길의 절정은 바로 이곳이다. 느티나무에서 오른쪽 법원 통로를 끼고 도로를 건너면 구룡산까지 생태통로가 이어져 있다. 직선통로를 따라가면 두꺼비 못과 두꺼비 논이 자리하고 있다.

이광희(충북 도의원) 숲 해설가는 "두꺼비 못은 대체습지로 조성된 곳이다. 못 위에 위치한 두꺼비 논에서는 해마다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이 농촌체험의 일환으로 모내기 실습을 한다. 지난해에는 수확한 쌀로 떡을 빚어 동네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과 함께 잔치를 연다."라고 말한다.

◇두꺼비와 사람이 공존하는 길


시간이 허락하면 '두꺼비 생태 문화관'을 들러 살펴보는 것도 이곳 산책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생태 문화관에서는 원흥이 마을의 위치와 유래 그리고 방죽의 생태수치(수온, 수소이온농도, 용존 산소량 등)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두꺼비는 방죽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두꺼비의 생태통로는 어떻게 조성되어 있고, 무엇 때문에 두꺼비의 삶이 중요한지 그림과 비디오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사)두꺼비 친구들' 박완희 사무국장은 "아이들은 생태체험을 통해 무엇 때문에 원흥이 방죽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 두꺼비들은 일생을 구룡산에서 살면서 산란기에만 잠시 원흥이 방죽으로 내려와 알을 낳는다. 구룡산과 원흥이 방죽은 두꺼비가 오가며 살아가는 곳이다. 두꺼비에게 생명 길을 열어주면서 사람들도 함께 상생(相生)하는 이치를 배워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원흥이 방죽 물위에 사람들의 건물이 고즈넉이 떠있다. 아니, 방죽은 사람들을 온 몸으로 품어 안고 있었다. 또한 마을사람들도 두꺼비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있다. 구룡산 입구 한내들 아파트 105동 건물 벽면에는 새끼를 낳으려고 구룡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 그림을, 104동 벽면에는 부화한 새끼들이 구룡산으로 다시 올라가는 형상을 그렸다.

산책길에서 만난 마을 주민 김충희(39)씨는 "아이들과 이곳에 종종 나온다. 지난 주말에는 '원흥이 방죽' 느티나무 아래에서 재활용장터가 열렸다. 아이들도 필요한 학용품을 샀고, 불필요한 장난감은 기증했다. 주는 것도 사는 것도 다 우리 마을을 위한 일에 쓰인다. 두꺼비를 살리니 잃었던 마을의 공동체가 다시 부활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원흥이 두꺼비 생태 산책길 안내도

●거리: 약 1㎞

●시간: 약30분(쉬는 시간 제외)

●산책길의 주변 가볼만한 곳 : 두꺼비 생태 문화관

●버스 길 : 승강장 번호 1709, 청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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