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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 '문암생태공원'

가장 더럽고 누추했던 곳에 세워진 아름다운 공원(公園)

  • 웹출고시간2012.11.25 16:07: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서울 상암에 하늘공원이 있다면, 청주 문암에 생태공원이 있다. 이른바 '문암생태공원'이다. 서울 상암의 하늘공원은 과거 난지도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악취더미의 산이었으며 도시 빈민들이 쓰레기를 팔며 사는 기피 지역의 땅이었다. 강북 강변로를 달리면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악취로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르포작가 유재순씨가 쓴 '난지도 사람들'이 무려 100만부가 팔리면서 난지도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 난지도가 변했다. 지옥 같던 그곳이 '하늘공원'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악취 대신 향기가 세상에 진동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신했다.


문암생태공원도 그랬다. 전에는 청주의 온갖 오물을 말없이 받아들이던 땅이었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그 땅에 꽃이 피고,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100번지가 바로 '문암생태공원'이다.

'문암생태공원'은 1994년부터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다 2000년12월에 매립을 종료했다. 이후, 2007년까지 부지 안정화 및 환경정화를 거쳐 청주시에서 2008년 5월 공원조성공사를 시작하여 2009년 11월 완공했다. 총 면적은 무려 210.500㎡에 달하며 상당공원의 20배에 해당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봄이 오면 너른 공원에 꽃물결이 장관


무심천변을 따라 달리는 길은 한적하다. 바람에는 이미 겨울이 한껏 실려 있었다. 문암동은 옛날 까치네라고 불렸던 곳이기도 했다. 무심천 차도 아래쪽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이곳 문암생태공원은 총 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가족공원'은 가족들이 함께 야영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게이트볼 경기장, 그라운드 골프장, 환경체험 놀이장, 가족 피크닉장(야외공연장, 잔디공원), 조깅코스, 바베큐장, 캠핑장 등의 시설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또한 '웰빙공원'은 건강 숲 체험장(건강지압보드), 농구장, 족구장, 배구장, 테마웰빙 숲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생태공원은 억새원, 생태관찰테크, 생태습지원, 생태탐방로, 생태광장, 야생원, 수목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문암생태공원 입구에 설치된 20개의 기둥은 몸 전체가 가로등이다. 실용과 예술을 적절하게 겸비했다. 한 여름 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청주시민들은 환상적인 전등 기둥을 만끽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조성된 게이트볼 경기장과 문화공연장은 활동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문화공연장을 지나면 곧바로 어린이를 위한 공간, 놀이터가 나온다.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왔는지, 줄로 연결된 놀이기구에는 아이들이 한가득 매달려 있다. 겨울 볕이 좋은 날, 집 앞마당에 풀어놓은 노란 병아리들처럼 그 모습이 마냥 해맑고 귀엽다. 언덕에 놓인 밧줄을 타고 오르고 다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를 타며 소리쳐 웃는 일단의 아이들 소리가 쩡쩡 햇살과 섞여 빛난다. 아이들의 소리는 차가운 겨울공원에서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푹신푹신한 우레탄을 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인공폭포와 암벽이 보인다. 정상에 6개의 기둥으로 떠받쳐진 문암정이 우뚝 서서 무심천을 굽어 보고 있다. 그곳 정상에서 보면 문암생태공원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시선을 두고 걸어보면 하얀 그늘 막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하기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습지생태공원은 커다란 강폭만큼이나 길고 넓다. 어떤 동식물이 존재할지 마냥 궁금해진다. 습지생태공원 곳곳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나무다리가 산책길처럼 습지사이를 누비고 있다.

습지생태공원을 지나면 억새, 구절초, 부처꽃, 벌개미취, 석산, 패랭이꽃, 무늬비비추, 감국, 제비꽃, 꿀풀, 옥잠화, 백리향, 금계국, 두메부추, 기린초 등이 생태광장을 뒤덮고 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너른 공원에 꽃물결이 장관일 것이다.

멸시 받았던 그 땅이 썩고 썩어서 기름진 숲으로


꽃길을 막 통과하면 '사랑의 미로'란 팻말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른바 바베큐장이다. 너른 공터 위에 목책으로 경계를 둘러 캠핑장과 함께 레저공간임을 구별해 준다. 이곳 운동시설의 대부분은 야간에도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라이트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중간 중간 식수대와 화장실은 세련된 외관과 함께 이용자의 편의를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공원 한 바퀴를 돌아보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몇몇 시민들은 경기장과 경기장 사이에 설치된 운동기구로 스트레칭하며 즐기고 있었다.

운천동에 산다는 이선주(62)씨는 "동료들과 게이트볼을 하러 왔다. 날씨가 좋으면 거의 매일 온다. 편의시설도 좋고 쾌적해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라며 "이곳이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또한 유치원 교사인 정소영(35)씨는 "우리 유치원뿐만 아니라 다른 유치원도 이곳은 이제 소풍의 명소가 되었다. 습지생태체험도 좋고, 놀이시설과 운동시설도 잘 마련되어 어린이들이 오기에는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동네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의 정취도 좋지만, 여러 가지 편의시설과 운동시설 그리고 광활한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문암생태공원'의 존재는 분명 청주시민들에게는 축복이다. 청주에서 쓰레기 매립장으로 외면 받던 이 땅이, 이제 청주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더러웠던 곳, 서울 시민들이 온갖 오물을 말없이 받아들이던 곳. 가장 멸시 받았던 그 땅이 썩고 썩어서 기름진 숲으로 변한 모습을 보아라. 부활이라는 말이 그렇게 거창한 말이 아니다. 하늘공원은 하늘에서가 아니라 이 땅, 가장 더럽고 추하고 누추했던 곳에서 세워진 것이다.'

공지영의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 등장하는 '하늘공원' 이야기다.

문암생태공원 / 043)200-7741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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