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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 - 청주 무심천

수달 뛰어놀고 사람과 왜가리가 물고기 낚는 곳

  • 웹출고시간2012.05.13 19:54:0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무심천에는 송천교를 시작으로 제2운천교, 흥덕대교, 제1운천교, 청주대교, 서문교, 남사교, 모충대교, 청남교, 수영교, 용평교, 방서교, 장평교를 잇는 16km정도의 산책길이 있다. 무엇보다 무심천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다리와 다리사이마다 적게는 3~5곳까지 도로와 산책로 사이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무심천 인근 주민들은 어디에서든지 가까이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면 무심천 산책길로 내려올 수 있다. 또 일정한 구간마다 자전거와 유모차, 전동휠체어가 내려올 수 있도록 계단 옆으로 경사로가 함께 설치되어 편리하다.

무심천 하상도로를 차량으로 왕래하던 시민들이라면, 한번쯤 차를 멈추고 산책길로 내려와 보시라. 특히 햇살이 잦아드는 저녁 무렵이면 더욱 좋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던 일상적 풍경과 내 몸으로 느끼며 걷는 세밀한 풍경의 알갱이들이 내 의식 속에 녹아 담길 때, 하늘과 땅만큼 그 간극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 무심천이 살아났다


저녁의 햇살은 자애롭다. 한낮의 뜨거운 자외선을 모두 씻어내어 정제된 햇살이다. 빛이 사위어서 물러서는 저녁의 시간들은 느슨해진다. 그 느슨한 공간에 내 몸을 얹어 놓으니 그저 산책이다. 길목마다 향수처럼 코를 자극하는 무심천 풀냄새와 물 냄새가 어찌 평안하지 않을까.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걷다보면 멀리 노을 지는 하늘도 눈을 씻어준다. 이제 무심천이 생명수로 흐른다. 도심의 실핏줄처럼 이어진 무심천의 산책로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니 사람들이 쉬이 넘나든다. 무심천의 물은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지만, 길은 사람의 것이므로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되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짧은 여정, 사유(思惟)의 시간이 머무르는 곳이 무심천 산책로다.

공지영의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 등장하는 서울의 하늘공원은 과거 난지도였다. 강북 강변로를 달릴 때마다 쓰레기더미에서 풍겨나던 악취로 코를 쥐던 곳이었다. 공지영 작가는 "서울에서 가장 더러웠던 곳, 서울 시민들의 온갖 오물을 말없이 받아들이던 곳, 가장 멸시받았던 그 땅이 썩고 썩어서 기름진 숲으로 변했다. 부활이란 말이 그렇게 거창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공원은 하늘에서가 아니라 이 땅 가장 더럽고 누추했던 곳에 세워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심천도 그랬다. 지난 날, 검은 물이 흐르고, 악취가 풍기면서 물고기도 새들도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이제 다시 물고기가 돌아왔고 새들이 그림처럼 제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뛰고, 걸으며 앉아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놓고 힘을 얻어 가는 곳이 되었다.

운천동에 사는 권영숙(51)씨는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면, 이제 습관처럼 무심천로로 나온다. 때로는 친구를 만날 때에도 굳이 커피숍 같은 장소보단 이곳에서 만난다."라며 "아무리 멋진 커피숍도 자연이라는 인테리어만큼 아름답지는 못하다. 집에서 커피를 타서 이곳에서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다."라고 말한다.

◇상생(相生)하는 법을 배우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완전히 분리된 무심천 산책로는 천연의 길이다. 사람의 세상과 분리하듯 방파제처럼 벚꽃나무가 푸르게 경계를 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정을 이루던 벚꽃이 푸른 잎새로 화(化)해 바람에 몸을 건들거린다. 그 경계를 넘어 내려오면, 붉은 색의 길과 초록의 길을 만난다. 붉은 길은 자전거길이며, 초록 길은 사람의 길이다. 자전거 도로로 걸어도 부딪힐 염려가 없다. 순수하게 사람 근육으로 작동되는 자전거는 인간의 걸음과 소통이 자유롭다. 물 가까이 더 다가가 걷고 싶다면 물가에도 작은 소로(小路)가 이어져 있다. 소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수영교와 용평교 사이에서 뜻밖의 목책을 만난다. 수달의 집인 것이다. 안내문을 읽은 사람들의 발길이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곳은 수달이 출현한 곳입니다.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오후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가로등을 소등합니다.'

수달의 집을 지나면, 풀숲에는 고마리꽃이 앙증맞게 피어있다. 아직 햇살이 거슬리거든 때때로 만나는 위쪽 숲길도 좋겠다. 그늘이 드리워진 저녁의 숲길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조금 높은 위치 탓에 무심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심천에서 고기 잡는 낚시꾼도 물처럼 느려 보인다. 맞은편에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낚시꾼을 한가롭게 바라본다. 절묘한 긴장감이 서린 절정의 그림들이 무심천 산책길에 수시로 펼쳐져 있다.

◇꽃향기 가득한 무심천의 저녁풍경


무심천 줄기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걷기보단, 때론 나무 그늘에서 몸을 쉬면서 마음도 쉬는 곳이다. 늦은 봄, 저녁 산책길은 풍성하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걸으며 쉬며 나누는 대화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속에 온기가 밀려든다.

'물 맑은 포동의 물가

꽃향기 가득한 포동의 저녁노을

풀밭에서 시 짓고 술 마시며

물도 보고 꽃도 보고'

조선후기 화가 이유신의 그림 '포동춘지(浦洞春池)'에 새겨진 시다. 친구에게 서둘러 '포동'대신 '무심천'을 넣고 소식을 띄우면, 단번에 달려 올 것만 같은 오월의 무심천 산책길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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