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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04 14:49:24
  • 최종수정2024.02.04 14:49:24

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 앞 노천카페에 앉아 있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오페라 하우스 앞 광장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야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과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두 여유와 자유가 넘쳤다. 정박해 있는 커다란 크루즈와 고층 빌딩의 불빛도 시드니의 밤을 한층 화려하게 빛낸다.

조금은 더운 날씨. 오페라 하우스 앞 노천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레몬 앤 비터스가 청량감을 준다. 칵테일의 일종인데 비알콜로 분류되며 호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라고 추천받았다. 잠시 땀을 식히고 바다를 오가는 페리를 보며 먼 이국의 야경에 취해있는데 갈매기도 날아와 곁에서 함께 쉰다.

20년쯤 전에 친구가 이곳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왔다가 엽서 한 장을 보낸 적이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엽서였다. 친구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구경하다가 내 생각이 나서 엽서를 띄운다며 언젠가 꼭 와 보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엽서는 친구보다 훨씬 더 늦게 나한테 도착했다. 부러운 마음으로 엽서를 보며 나는 언제 시드니에 가려나 막연했다. 그리고 언젠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20여년이 지나서야 이곳에 오게 됐다. 화려한 야경이 멋진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보면서 시원한 음료도 한 잔 마시니 그때의 친구와 교신하듯 추억이 떠올랐다.

바다에 일렁이는 불빛처럼 내 가슴에도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루지 못할 꿈처럼 막연했던 멀고 먼 나라 호주에 와 있다는 실감도 났다. 하버브리지를 걷는데 시드니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걸음을 멈추고 불꽃 구경을 하다가 다시 또 걷는다. 한여름인 호주의 밤공기는 건조해서 그런지 무덥지는 않았다.

오페라 하우스가 아름다운 뷰 포인트에 가서 사진을 찍고 멋진 야경을 눈에 담았다. 오페라 하우스는 낮과 밤의 풍경이 너무 달랐다. 건축 형태와 구조적 설계가 뛰어난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 항구를 배경으로 매우 아름답게 설계된 건축물이다. 한낮에는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조개껍질같이 하얗게 빛나고 밤이 되니 화려한 불빛들 사이로 아름다운 건물 자태가 더 돋보였다.

오페라 하우스는 얼핏 보면 조개껍질 같은데 건축가는 오렌지를 칼로 썰어 놓은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화창한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던 경치가 눈에 선하다. 아름다운 시드니 항구와 오페라 하우스, 아치형의 하버 브리지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 속에 내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호주의 문화적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공연 관람이라도 할 기회가 있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내부는 잠시 들어가 복도 의자에 앉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오페라 하우스를 낮과 밤으로 실컷 보고 크루즈 선상에서 디너를 먹으며 내 60번째 생일 축하 샴페인을 터뜨렸으니 내게는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칼립투스의 나라 호주에서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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