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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산업과장

얼마 전 아버지의 부탁으로 꽃집에 갔다.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은데 엄마 취향을 잘 모르겠으니 좀 도와달라는 부탁이셨다. 코로나 시국에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 꽃구경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절로 신이 났다. 게다가 좋은 구경은 혼자만 하기에는 아까워 언니와 여동생까지 이끌고 꽃집으로 달려갔다. 클래식하게 40주년이니 40송이를 사야하나, 꽃은 무슨 꽃을 사야하나 결정장애 3명이 답을 내기에는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꽃집을 몇 바퀴씩 돌고 돌아 어지러울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론은 양으로 승부하기, 예쁘지만 흔하지 않은 꽃을 한아름 안겨드리는 것으로 냈다. 결과는 우리 지여사 취향저격. 게다가 아버지께서 선물한 꽃송이 수만큼 결혼기념일을 더 챙기며 행복하게 살자며 의미까지 붙여주면서 엄마를 더욱 감동시켰다. 아- 안개꽃을 살걸 그랬다.

매년 결혼기념일 대화주제로 빠지지 않는 부모님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이미 수 백 번 들었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할아버지 댁 그 시골 오지에 버스만 자주 다녔으면 진작 도망갔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우리 엄마의 순진함으로는 절대 못할) 이야기는 오늘도 빠지지 않았다. 10주년과 20주년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순식간에 간 세월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백년해로하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반도 못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보자며 서로 등을 토닥이는 소박한 장면으로 40주년 결혼기념일 행사는 끝났다.

둘에서 시작해서 세 자매를 보태어 다섯이 되었고, 그리고 언니의 결혼으로 현재까지 8명으로 불어난 우리 가족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결혼 40주년이 되어서야 우리 가족 모두 엄마가 과메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여전히 부부, 가족이라도 서로 전부를 알기에는 40년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고, 그 앞선 역사 이상으로 미래를 잘 만들기 위해 사명감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몇 주년이라는 기간에 의미를 두는 것과 3년, 12년, 26년 등도 아니고 10년, 20년과 같이 10년 주기의 세월을 특별히 꼽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예부터 나이에서도 약관(弱冠), 이립(而立), 불혹(不惑) 등과 같이 세월을 지나며 차근차근 변화하는 모습을 돌아보기에 적당한 시점이 10년이 아닐까. 시간의 흐름 속 10년과 사람으로서는 외형과 내면의 10년을 맞춰가는 과정이랄까, 암튼 10주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 같다.

2020년 12월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식약처 등 보건의료행정타운이 들어선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10년 입주 이후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는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되어 올해 완공되었다. 그 기간 동안 오송 지역의 바이오산업도 무럭무럭 성장했다. 2010년 12월 대비 2020년 9월 현재 가동업체 수는 6개에서 63개로, 생산액은 51억 원에서 2조3천422억 원으로, 수출액은 1백만 달러에서 654백만 달러로, 고용인원은 246명에서 4천69명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입주와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오송생명과학단지 추가 개발, 충북산학융합지구 조성 등으로 만들어진 인프라들로 지역에 모인 420여 개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세포치료제 상용화지원센터, 첨단동물모델평가동, 혁신창업 기술상용화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의 시설들과 국가산업단지로 추진될 오송제3생명과학단지까지 추가되면 향후 오송 일대에 500만평 규모의 전국 최대 바이오산업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 추가 인프라가 덧붙여지고 기업지원정책들도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식구인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과의 콜라보까지 멋지게 이루어내면 2030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의 도약이라는 우리의 비전이 성과로 다가올 것이다.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의 나이테가 이제 막 하나 늘었다. 이곳이 감염병 대응의 전초기지이다보니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 10주년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11년을 시작한다. 다음 나이테가 예쁘게 나오는 데에 나 역시도 뭔가 일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괜스레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덕분에 달릴 힘이 난다. 다음 10년도 함께 잘 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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