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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바이오산업과장

대학 시절, 시험기간만 되면 '족보(기출문제)'를 가진 친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왕 대접을 받았다. 특히나 시험문제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교수님 수업의 경우에는 족보를 가진 자는 권력 그 자체였다. 또 한 친구는 학교 안팎의 온갖 가십거리나 특정 인물의 나이, 고향, 가족관계, 주변인물 등 세세한 정보들을 알고 있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가정보원에 취직을 권하기도 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정보력, 친화력, 인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듣고 또 들었지만 학습으로 쌓이기보다는 본능 그 자체가 아닐까, 나에게는 어려운 이야기구나 좌절을 거듭했다.

어디가 어떻게 개발될 예정이라는 알짜 정보를 어디선가 입수하여 부동산 알박기를 했다거나, 누군가 어느 기업이 곧 대박난다더라는 소문에 주식을 구입해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들, 대학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 조부모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함께 엄마의 정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21세기는 정보력싸움이라는 말은 현실 그 자체다.

반대로 허위정보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대학 입학 직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흔하지 않은 나의 성 덕분에 우리 과 내에서 내가 당시 나와 성씨가 같은 국회의원 딸이라는 소문이 잠깐 돌았다. 처음 밟은 서울 땅에서 소심하게 구석을 전전하는 나에게 국회의원 딸이라니, 내 주변 친구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하긴 우리 아버지보다 이미지는 더 그 분과 닮았을지 모르겠다만, 암튼 갑자기 신분상승(?)한 아버지와 그 이야기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정치적 아버지'를 만들어준 이런 해프닝과는 달리 가짜뉴스와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이 이어지거나 허위사실이 일파만파 커져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특정 병원 방문, 특정회사 직원 격리조치 등 허위사실이 유포되어 주변을 괜한 불안에 떨게 하거나, 비공개자료가 유포되어 확진자 개인신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반대의 경우까지 정보의 혼란 속에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급변하는 경제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되는 한편, 수집된 정보들이 민감 정보 노출 없이 적절히 가공되어 외부에 공표되거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임상정보, 건강보험정보, 유전체정보, 생활습관 데이터, 약물반응성 데이터 등 개인정보와 연계된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생산될 수 있으며, 적정한 가공을 거친 데이터의 활용, 데이터 간 연계 등으로 보건의료정책, 기술개발, 의료비용 절감 등 다양한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5년에 대규모 암유전체지도 프로젝트를 통해 30여 가지 암종과 1만 명 이상의 환자 샘플을 확보하여 암 진단 및 예후 예측에 활용하였고, 병원의료정보와 보험청구기록 등을 활용하여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의약품에 대한 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 생활 데이터를 수집하여 건강관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국의 일부 도시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인터넷쇼핑 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 등을 활용해 주민의 건강 상태를 등록하고 의심증상을 보고하는 등 인구 220만 명의 건강 상태를 이틀 만에 수집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는 물론 등록 작업자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언급처럼 우리도도 '충북형 바이오헬스산업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도민의 바이오 관련 데이터를 수집,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철저한 정보보안과 공감도 높은 데이터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자 여러분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언제든 환영이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님의 말씀은 당분간 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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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이달부터 동계 강화훈련을 추진해 내년도 전국체전에서 6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아쉽게 7위를 달성했지만 내년 전국체전 목표를 다시한번 6위로 설정해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사무처장에 취임한 박 사무처장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수"라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있는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점에선 충북지역 체육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도체육회 조직확대 계획도 밝혔다. 현재 24명의 도체육회 인원을 29명으로 증원시키고 도체육회를 알려나갈 홍보 담당자들에 대해서도 인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도체육회의 인원이 너무 적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경우에도 체육회에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