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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얼마 전 그릇장을 뒤지다가 오래된 밥그릇과 국그릇을 발견했다. 지금은 없어진 반상회보 속 '틀린 그림 찾기'에 응모해 경품으로 받았던 그릇이었다. '칸○'이라는 초코과자를 먹을 때면 과자를 뜯기 전에 포장지 박스의 '틀린 그림 찾기'부터 풀고, 독서와는 담을 쌓았지만 <월리를 찾아라>라는 책은 필독서(복잡한 그림 중 '월리'라는 캐릭터를 찾는 그림책으로, 제목 외에는 글씨가 없어 독서라고 하기에는 무색하다.)로 여겼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릇을 보며 왜 우리는 '다른 그림 찾기'가 아니라 '틀린 그림 찾기'라고 했을까 하는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다.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단어를 확실히 구분하게 해준 영화가 있었다. 바로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중 주인공 이병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많이 틀리는 말이, '틀리다'와 '다르다'야. '너와 난 틀려'라는 말은 틀리고, '너와 난 달라' 이렇게 말해야 맞지. 틀리다는 건 'wrong'이고 다르다는 건 'different'니까."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고,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는 것은 '틀리다'이다. '백인과 우리는 피부색이 틀리잖아.'라고 무심결에 말을 뱉을 수 있지만,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 될 수 있겠다싶다.

<메종 드 히미코>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오래 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를 부정하며 살아온 여주인공은 유산 상속을 목적으로 아버지가 만든 게이들을 위한 양로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데에 대한 증오와 혐오감으로 가득했던 시선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순수함과 숨은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는 내용이다. 10여 년 전 처음 봤을 때에는 소재가 약간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꽤 의미가 있다 생각했는데, 최근 문득 떠올라 다시 찾아보면서도 그 때와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다만, 소재에 대한 종교적, 정치적인 논쟁은 사양한다.)

한글날이 가까워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말 나들이'도 아닌데 뜬금없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왜 이야기하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도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반성과 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중앙부처를 방문해 사업 설명을 하거나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에 맞지 않는다', '그런 법해석은 틀렸다' 등의 대답을 듣는 경우가 있다.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에 칼같이 '노'를 외치는 상황에 말문이 막힌다. 그런데 나 역시 민원인들에게 그렇게 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이번 기회로 인해 전향적으로 모든 '다른' 관점들을 다 수용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번 더 고민해보고자 한다.

최근 '핫'한 규제 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 역시 기업의 관점에서 공무원의 '틀린' 생각을 '다른' 아이디어로 바꿔줄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또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융복합 혁신제품 지원단'을 구성·운영하여 총괄 조정 및 허가와 연계된 사전컨설팅을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신서비스의 빠른 시장 출시를 돕고자 한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들이 모여 점차 틀림이 다름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아구럴수도있겠당" 개그맨 유세윤의 SNS 문구라고 한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미다. 언젠가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은 없다, 벌어지지 않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는 말에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100만원 광고'를 기획하고, '월간 윤종신'을 패러디한 '월세 유세윤'을 통해 진지하지만 웃긴 노래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그는 이 시대의 '다른 남자'가 아닐까. 틀릴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다름이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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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