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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05 17:19:53
  • 최종수정2018.12.05 18:00:08

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첫 번째, 어울리지 않게 환경오염을 걱정하며 내일은 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지 다짐하고 잠들었지만 역시나 늦잠. 차키를 들고 뛰었다.

 두 번째, 비몽사몽 시외버스를 간신히 타고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는 게 백 명이 넘는 인원의 단체채팅방에 글을 남겼다. 심지어 그 실수를 며칠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아뿔싸! (이 지면을 빌려 주말 새벽 저의 만행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세 번째, 오늘 낙지볶음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양념을 얼마나 넣었는지 적어두는 걸 까먹었다.

 내 하루의 실수담이다. 몇 개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부끄러움에 참는다. 오늘 또는 어제 독자 여러분은 어떤 실수들을 하며 하루를 보내셨는지 궁금해진다. 누가 더 민망하거나 심각한 실수를 했는지 내기를 한다면 최종 승자의 실수는 대체 무슨 내용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은 나밖에 없으려나.

 그렇다면 실수했다면 실패한 걸까? 예전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서는 실수와 실패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못한 것은 '실수'이지만, 물어봤는데 거절당했다면 그것은 '실패'란다. 즉, '실수'는 '과정'의 문제로, 경험이 부족하거나 부주의 등으로 얻게 되는 잘못을 의미하지만 '실패'는 실수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결과'를 의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는 그날 결국 늦지 않게 예매한 버스를 탔고, 단체채팅방에서의 만행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지면을 통해 사과했으며, 다음에 낙지볶음을 만들 때엔 꼭 레시피를 적어둘 것이라 다짐했으니 다행히도 그 하루는 다행스럽게도 실패는 아니었겠다.

 요즘 90년대 후반에 이은 제2의 벤처붐이라고 할 정도로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곳곳에서 창업을 시도하는 분들이 늘어난다. 바이오분야의 경우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타 분야와 달리 본인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경우가 많아 창업 후 1~2년 안에 급성장하는 사례들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신규투자액은 1조6천억 원을 넘겨 전년대비 61.2%가 증가했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도 증가했으며, 그 중 바이오 분야에는 4천억 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전년 동기대비 2.5배 넘게 증가했다고 하니 이러한 분위기는 당연한 것 같다. 업무상 바이오벤처 대표님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이제 막 창업에 성공해 넘치는 패기로 본인의 기업을 소개하는 분들도 있고, 몇 번을 거듭하며 산전수전 다 겪고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신 분들도 있다. 또한 다른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기술이었지만 오히려 단기에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사업화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기회로 기업을 만들고 또 다른 기회를 잡으려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보다보면 내가 도움을 드리지 못할지언정 방해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분들이 '실수'의 과정에서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작은 기회라도 만들어 드리고 응원하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닐까한다.

 12월이 되니 괜히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느낌이라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키워드에 매몰되게 된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도 있고 '작은 실수는 큰 실수를 막는 기회'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도 있다. 올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훗날 성공으로 가기 위한 '실수'의 과정이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지난 9월에 열린 '2018 실패박람회'가 내년에는 '실수박람회'로 이름을 바꿔보면 어떨까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좋아하는 작가가 매년 첫 날 소리 내어 읽는다는 시 '두 번은 없다'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올해도 실패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분들에게 그건 '실수' 정도였을 거라는 위로와 함께 아직 몇 주 더 남은 올해는 실수 없이 잘 보내시길 바란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 여름에도 겨울에도 / 낙제란 없는 법.'(쉼보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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