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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요즘 제목에 꽂혀 보기 시작한 TV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김 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드라마다. 대기업 부회장이자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남자 주인공과 9년 동안 비서로서 부회장을 완벽하게 보필한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여자 주인공의 갑작스런 퇴사선언으로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은 본인의 성향을 완벽하게 아는 여비서를 붙잡기 위해 여러 회유책을 제시하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 주인공의 머리에서 나온 대안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 과정에서 꽃 알레르기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 때문에 갑작스럽게 꽃다발을 준비하면서 눈물 콧물을 쏟는데, 이를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까지 하게 된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남에게 사과해본 적도 없고 대화보다는 지시가 먼저인 남자와 희생에 익숙한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미를 주다보니 오랜만에 '본방사수'까지 하고 있다.

과장된 설정과 재미를 위한 드라마지만 그 발단은 바로 배려와 소통의 부재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에 남자 주인공이 진작 여자 주인공과 이야기하며 그녀의 취향이나 의도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그랬다면 드라마 자체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는 다른 커피숍과는 달리 '진동벨'이 없다. 해외 스타벅스에서는 주문 시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물어보고 컵에 이름을 적는다. 음료가 완성되면 직원은 고객의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전달한다. 다른 커피숍과 다를 바 없는 맛이겠지만 이름을 부르는 작은 차이에서 고객은 특별대우를 받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진동벨이 없어 고객은 음료가 언제 나올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한다거나 직원은 하루 종일 이름을 부르느라 목이 쉰다는 불평도 있다. 그러나 고객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에 대해 틀렸다고 지적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좀 더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가족 간의 대화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서 지난 4~5월 중 전국 3천343명을 대상으로 '가족과 얼마나 대화 하세요·'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가족 간의 대화시간이 20분 미만인 경우가 전체 응답자 중 37.8%나 됐다. 심지어 응답자 중 77.7%가 현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였다. 응답자의 35.1%가 '가족이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라는 답을 골랐다.

최근 내게 '바이오기업유치추진단장'이라는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추진단은 이름 그대로 바이오 관련 기업들을 도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충북도 바이오산업국 뿐만 아니라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충북산학융합본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유관기관과도 함께 한다.

조직의 주요 목표는 당연 기업유치가 1번이지만, 기업이나 관계 기관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개선사항과 지원책을 발굴하고자 하는 목적도 크다. 자주 만나기 위해 바이오기업·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오송에 별도 사무실도 마련했다.

산업현장에서 함께 움직이면서 기업 간 연결고리를 찾아주고 전국 바이오기업들이 충북도에 관심을 가지도록 발로 뛸 것이다.

'김 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잘난 부사장은 결국 여비서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사과'라는 걸 해본다. 또한 설문조사를 빙자해 여비서의 취향을 파악해 그녀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상대방을 염두에 두고 관찰과 대화를 이어가며 노력한 결과다. 마음의 소통은 대화를 통해서이고, 대화의 부재는 위기다. 재택근무가 열풍이었던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다시 사무실로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 간의 대화와 협업 속에서 창의성과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기업유치추진단' 사무실이 바이오기업들의 동네 마실 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오랜 기간 부재한 남북 간의 대화도 시작된 마당에 이제 우리 자신도 가족 내 또는 직장에서 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퇴근길 BGM은 더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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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