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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둥근달을 보며,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 찧는 토끼와 함께 많은 상상의 나래를 폈었는데. 지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총총걸음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어릴 적 나를 읽어본다.

 보름달이 뜰 때면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세며, 친구들과 달빛 아래서 그림자밟기 놀이를 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던 시절이었건만. 지금은 환한 가로등 불빛과 여기저기 번쩍이는 네온들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잊고 산다. 세계 강국이 앞다퉈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공상과학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우주시대이니. 달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도 예전의 나와는 다르리라.

 우리의 고유 명절이라고 내려오는 추석도 어찌 보면 풍년을 꿈꾸던 우리의 바람이 만든 세시풍속이지 않을까. 정월대보름이면 농사일을 시작하는 풍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를 올리고. 한가위가 되면 가을걷이를 하는 농경시대의 모습을 담은 생활사가 아닐까. 어릴 적 추석 한가위가 되면 햇곡식으로 정성스레 제를 올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많이도 변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 당연지사 일 수도 있다.

 달을 바라보는 마음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다르니. 그 다름을 인정해주며 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때가 있어"라는 말이 이제 통용되지 않는 사회인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공부도 때가 있고, 결혼도 때가 있어"라는 말은 이제는 옛말이 된 듯하다. 공부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 것이고 결혼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 오늘을 살아가는 대다수 젊은이들의 생각일 것이다. 나처럼 통념상 규정해 놓은 그 '때'를 맞춰 살아온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도, 어머니의 세대가 보면 그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나에게 올 추석은 어느 해보다도 유다르다. 기력이 떨어져 병원에 입원해 계신 시어머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프고, 죽으면 화장해달라고 당부하는 어머니의 말씀도 나를 애달프게 한다. 나에게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닥쳐오니 마음이 심란하다. 이런 마음을 달래주던 아들도 곁에 없으니 공허한 마음을 휘영청 밝은 달에게 하소연한다. 살아가고 있음을,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힘겨워하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만월은 아기의 뽀얀 얼굴보다도 더 해맑은 모습으로 웃고만 있다. 마치 세상 모든 일을 다 겪어본 듯한 태연함이 묻어 있다. 자비로운 부처님의 모습 같기도 하다. 한참을 바라보니, 군 입대를 앞두고 빡빡머리로 해맑게 웃던 보고 싶은 아들의 얼굴처럼 보인다.

 이십 대 초 펄펄 끓는 청춘을 군대 가서 보내기 싫다고 하던 아들이, 늦은 나이에 훈련소에 들어간 지 삼주 째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 달려갔고 목소리 듣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심정이 되고 보니 군대라는 장벽이 너무도 두텁게 다가온다. 겪어봐야만 아는 걸까. 군대에 아들을 보낸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것 같다.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아 아들의 무해 무탈을 위해 정성스레 기도드린다. 텔레파시가 통하기라도 한 걸까. 건강하고 듬직한 아들의 모습이 달빛에 투영되어 보인다. "엄마, 내 마음 알지"라며 티 없이 맑고 밝은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데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처럼 달빛의 흐름이 빠르게만 느껴진다.

 어느새 사위는 밝아오고 있다. 이제 일주일 후면 아들이 훈련소에서 퇴소를 한다. 어두운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저 보름달처럼. 당당하고 늠름하게 변해있을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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