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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도서관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의 선율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건반을 오가는 연주자의 손놀림을 상상하며 리듬을 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솜털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가 가슴을 채운 듯 평온하다. 음악은 사람의 기분을 이끌어 가며 감정을 조절하는 묘약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선지를 오가는 음표와 쉼표들. 그들이 채워진 마디들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와 때로는 감로수가 되고. 때로는 거친 파도가 되어 격정을 가누지 못하고 포효하기도 한다. 음악은 모국어가 아니어도 서로 이해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얼마 전 우리 가락을 노래하고 연주하는 공연에서 느꼈던 감흥이 아직도 온몸을 감싸고 있다. 처음 대면한 철현금의 튕겨나가는 듯 뜯어지는 소리가 거칠면서도 감칠맛 나게 다가왔다. 소리꾼의 청아한 고음이 울려 퍼질 때는 온몸에 진동이 느껴졌다. 아마도 겨우내 잠자던 산천초목들이 맑고 고운 소리에 화들짝 놀라 기지개를 펴지는 않았을까. 봉긋이 올라온 꽃망울들도 서로 앞 다퉈 방긋방긋 웃음을 터뜨리며 봄을 노래하는 것만 같다. 이어서 구성지게 뽑아내는 다른 소리꾼의 굵직한 목소리는 투박한 질그릇 속에 담긴 냉이 된장국처럼 구수하게 들려왔다. 귓속에 전해지는 맛깔난 가락은, 그리움이란 단어가 되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어느 악기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소리를 내는 악기를 꼽으라면. 난, 단연코 사람의 목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다양한 음역. 음의 굴절 등. 어느 악기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함. 강약에 따라 전혀 색다른 맛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소리. 바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닐까. 서로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애간장을 녹이기도 한다.

따스한 봄볕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노란 산수유와 흰 매화가 겨우내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듯 곱게도 피어있다. 꽃집 앞에는 알록달록 진열된 앙증맞은 봄꽃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삶의 풍파에 거칠어진 손도 억척스러운 마음도 환한 꽃 앞에서는 마냥 부드러워진다. 어느새 봄 나비가 되어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백번 건네는 말보다 더 큰 위로는 "경청"이라고 말했던 자살예방센터에서 봉사하시는 분의 이야기도 곱씹어본다. 전화를 타고 건네 오는 "죽고 싶다"라는 말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큼을 의미한다고 말했던 것을. 삶의 용기를 잃은 사람에게 귀 기울여주고 건네주는 진심 어린 마음의 말이 전화선을 타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물한다고 얘기했던 말을. 만물이 생동하는 봄. 생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까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

피아노 선율과 철현금 연주. 열창하는 소리에 내 마음은 움직였다. 길가에 핀 꽃들과 꽃집 앞에 놓인 꽃들을 보고도 내 마음은 움직였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봉사하는 사람에게서도 내 마음은 움직였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삶에 대한 진솔함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가의 땀과 꾸밈없는 표현.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갖는 참된 마음이 내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솔직하고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 기꺼이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때로는 더없이 상냥하고 강건한 글을 쓰고 싶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갖게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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