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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겨울 아침 찬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고 간다. 긴 밤 단잠에 취한 두 눈에 맑은 공기를 주입하기라도 하듯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큰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애마를 타고 안전한 여행이기를 기도하며 출근길에 나선다. 매일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끔찍한 교통사고 모습이, 운전대를 잡은 나의 모든 말초신경을 긴장하게 한다.

출근길에 쏟아진 자동차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답답함을 느끼며 긴 호흡을 해보았다. 순간, 앞 차의 후미에 크게 씌워진 문구에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슈퍼 초보"라고 쓴 글씨가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하고 귀여운 차의 모양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크고 힘차게 쓴 글씨가 차보다 더 큼직해 보인다. 이러저러한 가정사로 우울한 요즈음, 화통한 웃음을 준 차주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이 드는 아침이다.

하루 온종일 "슈퍼 초보"라는 글씨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오로지, 앞으로 직진만 하고 좌우를 살피지 못하여 뒤에 있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추월해 가던 순간들. 마주 오던 차의 운전자들이 삿대질을 하고 가도, 도무지 영문을 몰랐던 일. 신호대기 중에 창문을 내리라며, "왜, 대낮에 쌍 라이트를 켜고 운전합니까"라고 핀잔을 받던 일. 그때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도 당황해서 어떻게 라이트를 끌지 몰라, 쩔쩔매며 결국에는 집까지 그냥 왔던 일. 순간순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던 아찔한 기억들이 내게도 있었음을 생각했다.

운전에 좀 익숙해진 언젠가부터 "초보운전"이라고 쓴 차를 보면 차선을 바꿔 앞질러 갔던 순간들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왠지 겸연쩍고 부끄러워 저절로 입가에 쓴웃음을 짓는다.

"슈퍼 초보"라고 쓴 자동차를 본 그날 이후, 차 후미에 새겨진 글을 보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너무도 다양한 표현들로 "나는 초보입니다."라고 자신을 항변하고 있는 글들을 마주하였다. "진짜 진짜로, 초보!", "성질이 무서운 우리 아이가 타고 있어요.", "무조건 직진이에요.", "초보라서 미안해요.", "나도, 내가 무서워요." 등등. 자신을 보호하고 배려해달라는 문구들은, 바쁘고 삭막한 우리 사회상을 대변(代辯) 하고 있다.

처음 만나고 접하는 대상은 늘 생소하다. 내가 처음으로 휴대폰을 만지게 되었을 때도,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도, 그리고 새로운 근무처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사물과 사람을 처음 대할 때는 낯섦이 엄습하여 긴장하고 실수를 한다. "처음" 상대하는 모든 사물과 사람에게 친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만남의 시간이 지속되면 익숙해지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초보자"로서 운전을 하던 그 마음을 다시 꺼내, 마음 한 편에 잘 모셔 둬야겠다. 능숙하지 못하다고 핀잔하고 탓하기보다는 감싸 안을 수 있는 "배려"라는 따스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

이제, 그동안 익숙했던 공간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각 학교마다 졸업과 입학식이 있고, 근무처마다·인사이동도 있는 때이다. 새로운 환경의 출발선상에 서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사람들의 작은 실수에도 "처음엔 다 그래요. 차츰 나아질 거예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아량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갖기를 빌어본다.

세상의 "슈퍼 초보여!"

오늘도 당당하게 기지개를 펴고,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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