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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뙤약볕에 나무들은 생기를 잃어 축축 늘어지고 잎은 바싹 말라 타들어간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나도 몸과 마음이 지친다. 시원한 바닷물에 풍덩! 상상만 해도 몸을 감고 있는 더위가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이다. 꿀처럼 달콤한 휴가를 얻은 첫날, 길을 나선다. 따가운 햇살과 즐비한 차량에도 짜증은커녕,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황홀한 설렘이다.

집을 나선 지 네 시간이 지나니 바다가 보인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환호성이 절로 나오는 바다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다.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바다 내음은 더없는 향기로움으로 다가온다. 짐을 푼 곳은 32층의 고층으로 바다가 훤히 내다보인다.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다엔 태양의 열기를 품은 하늘과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녹아있는 듯하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분간이 어렵다. 오래도록 서로를 마주 보고 있어서인지 해운대의 하늘과 바다는 너무도 닮아 있다. 파란 하늘이 투영된 쪽빛 바다는 알록달록한 사람들의 무리로, 거대한 화원을 연상시킨다. 평화로이 노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밀려오는 어둠과 함께 시끌벅적한 인파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즈넉한 바다엔 적막이 흐른다.

이른 아침 눈을 뜨니 두 척의 배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과 수평선과 바다가 작은 우주처럼 만들어 놓은 타원형의 공간 안에 두 척의 배가 유유히 떠있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두 배는 뱃머리를 돌린다. 한 척의 배는 힘차게 물살을 달려 어디론가 향하고, 다른 한 척은 물결 따라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것만 같다. 두 배를 바라보며 망망대해 한가운데 나 자신을 띄운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질주를 해본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손이 닿을 듯해서 더 달려가지만 잡히는 게 없다. 아무리 열심히 내달려도 한 바퀴를 돌아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끝없는 욕심으로 삶을 즐기지 못하고. 메마르고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나 리듬을 타는 저 배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낭만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해풍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방긋 웃어도 주고, 유영(遊泳)하는 물고기들과 해초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나도 지천명을 넘어 이순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동안 살기에 바빠서 앞만 보고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나서야겠다. 조금 더디면 어떤가! 흔히들 "사람이 잘 살고 못 살았는지는 삶이 다하여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알 수 없다"라고 말하지 않던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바다는 은빛 물결로 너울거리고 있다. 거리는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 화려한 물을 뿜어내는 음악분수에 몸을 흠뻑 적시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에너지가 넘치는 삶에 대한 정열이 느껴진다. 직접 보고 느끼는 이 맛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오감으로 느끼고 체험하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여행! 사색을 즐기며 대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삶은 더 여유롭고 행복하다.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사색을 즐기는 자유로움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준다.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은 아닐까· 공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하늘과 바다와 대지를 넘나들며 생각의 나래를 펼친 여정(旅程). 인생이란 항해를 하는 동안, 내 마음속 깊은 바다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며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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