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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태풍이 지난 후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운무가 마음 설레게 한다. 고깔모자 쓰고 하얀 장삼 걸친 여인이 사뿐사뿐 발걸음 내딛으며 승무 춤을 추는 듯하다. 나풀나풀 날리는 장삼자락에서 은근히 풍겨오는 향내에 흠뻑 취한 듯 황홀함에 빠져 눈을 살며시 감는다. 운무는 산꼭대기 봉우리와 하늘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같다. 하늘로 오르는 운무를 붙잡고 올라가 구름에 앉아 보고 싶다는 목마름에 가던 길을 멈춰 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회색빛 먹구름 속에 몽실몽실 하얗게 피어오른 구름이 갓난아기의 보드라운 얼굴로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속에서 햇빛을 품은 쪽 빛 파란하늘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찬란한 태양의 밝은 빛을 품은 파란하늘과 솜털 뭉게구름, 회색 빛 구름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떠있다. 내가 기억하는 가을 하늘은 사파이어를 머금은 푸른 바다처럼 맑고 드높은 하늘이었건만. 거센 바람과 함께 휘몰아쳐 쏟아진 비 갠 가을 하늘은 특별한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잿빛 구름에 가려진 쪽빛 하늘은 마치 "나 좀 바라봐줘. 내가 가을 하늘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가을 하늘은 맑고 드높은 파란하늘, 나의 무대였어. 가을을 상징하는 것은 나야"라며 회색 구름을 밀어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새털, 양탄자, 솜털, 물결, 회오리바람, 하트 모양과 같은 글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모상(貌相)의 흰 구름들. 파란하늘이 있어 더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닐까?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듯이 자연도 같은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요즈음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끔은 두둥실 흘러가는 뭉게구름 타고 여행하는 상상에 잠기기도 한다. 들국화 피어있는 산길도 걷고 코스모스 피어있는 들길도 걷다 보면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 물결과 누렇게 물든 황금들판을 만나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벼를 베고 난 논에서 친구들과 이삭줍기 하던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을 '가을 하늘답다'라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언젠가부터 그 하늘을 잊고 살았다. 하늘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하는데, 늘 고개를 숙이고만 살았다. 무엇 때문일까? 오늘따라 '답다'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묵직하게 가슴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공무원답다', '딸답다', '엄마답다'가 뜻하는 것처럼 '나답다'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답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동안 살아온 내 인생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 무슨 색깔의 사람으로 각인돼 있을까? 솜털같이 보드라운 구름일까? 아니면, 넓게 펼쳐져 편안함을 줄 것 같은 양탄자 모양의 구름일까? 거칠게 불어오는 회오리 모양의 구름일까?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의 구름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과연 나만의 색깔을 갖고 살아오긴 한 걸까? 가을을 보내고 있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연령에 맞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그 위치에 알맞은 언행으로 '나답게' 살아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나다움'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 나다움을 인정받지 못할 때, 나답게 살기를 원하는 자유를 억압받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지!

 '나답게'란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所信)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에 적응하려면 쏟아지는 정보에도 관심을 갖고 지식을 습득해야만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이 있듯이,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 나가려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지! '내가 아는 만큼 시민은 행복해진다'라는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겨둔다. 햇빛을 품은 쪽 빛 하늘을 바라보며, 그 속에 숨어있을 나만의 색깔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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