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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길 - 충주 비내길

사랑과 낭만의 잔잔한 물결속을 걷다

  • 웹출고시간2011.12.01 18:06: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강호생
지난 1년 여간 충북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산속의 길, 강가의 길, 논두렁과 밭두렁, 그리고 도시의 골목길 할 것 없이 길이 있는 곳이라면 망설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산행을 하거나 올레길 둘레길을 투어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여행 10계명인데 알아두면 유익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 특히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정상을 서둘러 오르겠다는 마음 때문에 허둥지둥 거린다. 올레길 둘레길을 걷다가도 다음 일정에 쫓겨 서둘러서 목적지를 다녀오려고 한다. 볼 것 다 보지 못하고 여흥을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절대 서두르지 말라. 욕심을 부리지 말라. 인생의 끝은 있을지 모르나 산길과 들길의 정상은 없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기 때문에 산을 오를 때도, 길을 걸어갈 때도 남들보다 빨리 오르려 하고 앞서 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저잣거리의 누더기 같은 욕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 마음의 그릇에 그 무엇도 담을 게 없을 것이다.


배낭을 가볍게 하라. 사람들은 배낭 속에 많은 것들을 담는다. 대부분이 먹을거리와 상비약이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 이외에는 담으려 하면 안된다. 되돌아보면 이 많은 것들을 모두 소화시킨 게 얼마나 될까 후회막급인 경우가 많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야 한다. 무리를 짓지 말라. 국내 등산인구는 2천만 명 이상이란다. 성인 두 사람 중 한 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즐긴다. 이 때문에 앞동산 뒷동산 할 것 없이 한국의 산하는 온통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부산하고 웅성거린다. 홀로 외로이 떠나는 여행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하게 걷는 여행이면 좋겠는데 산악회, 동창회, 계모임 등 들개처럼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당장은 즐거울 수 있지만 정신 사나워 다음날 상쾌한 마음으로 일하는 게 쉽지 않다.

오르려 하지 마라. 어느 산악인은 말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라고. 애써 오르려 하지 말라. 내 마음과 발길 닿는 곳까지만 자박자박 걸어라. 그러다가 되돌아오면 또 어떠한가. 나의 삶과 나의 노정이 무익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던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신은 비루하고 번잡한 일상, 심신이 피폐해진 슬픈 인생을 위로해 줄 그 무엇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과 역사와 문화를 벗 삼으면 좋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그 내밀함을 엿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슴으로 품고 마음속에 담아두면 어떨까.

생각의 그릇을 만들어라.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벗 삼았다면 이들과 하나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시인이 되는 것이다. 가벼운 시집 한 권, 에세이 한 권 들고 떠나라. 생각의 곳간을 채워라. 그리고 대자연의 이야기를 한 줄의 시로 남겨보자. 대자연을 호흡하고 대자연과 하나되며 대자연에서 얻은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 보자. 누구나 가슴 따뜻한 서정시인이 될 수 있다. 계절에 어울리는 공간을 선택하라. 이 땅은 사계절이 분명하고 그 선과 색이 강렬하기로 소문 나 있다. 봄꽃과 대지의 기운을 맛볼 수 있는 곳, 한 여름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녹음방초의 숲속, 오방색 물결 가득한 풍요의 마을, 그리고 설경이 일품이거나 한유로운 길을 걸을 수 있는 뒷골목 등 계절에 맞게 투어하고 즐기면 기쁨과 감동이 두 배가 될 것이다.

비내섬 겨울호수 풍경

충주호의 겨울은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새로운 길, 겉보다 속을 찾고 즐겨라. 길이 있는 곳이라면 온통 사람의 물결로 가득하니 이왕이면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라.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 자연의 길을 찾아라. 그 속의 내밀함을 찾아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그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찾아라. 기록하라. 우리는 죽기 전까지 걷는다. 직립보행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이고 운명이며 삶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억하고 남길 수 있는 저장고가 필요하다. 일기형식도 산문이면 또 어떠한가. 헛되지 않는 나의 삶, 소중하고 아름답게 연출하고자 한다면 기억의 저장고를 만들어라.

비내섬은 갈대의 섬이다. 바람도, 햇살도, 구름도 이곳에서 쉬었다 간다.

가을햇살이 반짝인다. 붉게 물든 단풍은 끝물이고 강물을 따라 산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며 구름도 흐른다. 은빛 갈대와 억새밭이 장관이다. 햇살과 바람이 춤을 추더니 포로롱 새들은 무리를 지어 하늘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낮달이다. 얼마 만에 만나는 낮달이던가. 때묻지 않은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리라. 호숫가는 끝이 보이지 않고 청둥오리와 철새들의 군무에 넋을 잃는다. 들판에서는 가을걷이를 마치고 마지막 나락을 줍는 촌로의 모습이 정겹다. 석양이 붉은 노을로 물들고 산과 계곡, 호수와 골목길도 덩달아 붉은 물감질이 한창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 떠는 마을 풍경, 감나무에 홍시 하나가 대롱대롱 걸려있는데 까치밥이다. 군침 흘리는 동네 아이들도 방긋 웃고 돌아선다. 주인 올 때만을 기다린다. 가을 햇살에 등목하는 소들이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 등짝이 온통 황금빛으로 윤기가 흐른다. 사과밭이다. 얼마나 달고 맛나기에 군침이 도는 것일까. 냄새를 맡은 벌들도 몰려든다. 산새 들새들도 합창이고 늦게 핀 가을 국화향이 징하게 내 마음을 울린다. 사람도 짐승도 대자연도 온통 가을걷이가 한창이고 겨울채비에 부산하다. 이 모든 풍경들이 낯설지 않다. 아름답고 유쾌한 교향곡처럼 들린다.

비내섬 겨울 아침풍경

한강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충주의 비내길 모습은 이러하다. 능암온천 광장에서 시작하는 비내길은 할미바위, 능암리섬, 조타골마을, 조대고개를 거쳐 다시 능암온천 광장으로 돌아오는 7km의 소풍길이다. 호수와 산과 논과 밭과 시골마을이 함께하는 이 땅의 서정이자 풍경화다. 4대강 정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이 일대를 생태의 숲으로 새롭게 조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기존에 있던 자연풍광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로운 문화가치를 포장했다.

비내섬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큰고니와 원앙 서식처가 있는 곳이다. 한강 합수머리라서 새들이 유난히 많다. 화살나무, 조팝나무, 명자나무 등 새로 식재한 나무들도 눈에 뛴다. 화살나무는 잎과 줄기가 화살처럼 생겼는데 봄날의 새순, 여름날의 초록, 가을날의 붉은 단풍, 겨울날의 눈꽃 모두 아름답다. 조팝나무는 하얗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이 일품이고, 명자나무는 분홍색 꽃을 피울 때가 장관이다.

조타골마을은 강변길이 끝나고 넓은 평원이 시작되는 곳이다. 갈대와 억새는 햇살과 바람에 눈부시게 빛나며 흔들린다. 우리의 삶도 저러하리라. 슬프고 외로운 삶, 흔들리며 걸어가는 고단한 노정, 그렇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내밀함 속에서 빛나는 생명의 질김과 격정 같은 것이 아닐까. 한때는 조타골에 나루터가 있었다. 앙성면과 강 건너 소태면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충주호의 겨울

이 마을에 탄산온천수와 유황온천수가 있다. 소풍길의 마지막 코스는 온천욕이다. 탕에 들어앉아 조금만 기다리면 피부에 작은 기포가 생기면서 온 몸이 따뜻해진다. 피부가 매끈해지고 피로를 풀 수 있어 좋다. 인근에 공예마을과 공예전시장, 그리고 민속공예거리도 있다. 전통 민속품에서부터 현대의 공예까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폭포와 휴양림, 고찰과 시인의 집도 지근거리에 있다. 그러하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만추晩秋의 소풍길은 어떠할까.

글 변광섭(에세이스트,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그림 강호생(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청주성모병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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