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즐거운 소풍길 - 충주 중앙탑 호수공원

한반도 중심 충주…다양한 역사자료 산재
가을 물든 잔디밭·숲, 호수공원 정취 더해

  • 웹출고시간2011.11.24 18:51: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중앙탑 호수공원을 시민들이 호젓하게 노닐고 있다.

늦가을에는 평소보다 자주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조각 없는 맑고 푸른 하늘, 눈부신 햇살과 옷깃을 스치는 하늬바람은 사람의 마음까지 들뜨게 한다. 당장이라도 회색도시를 탈출할 요량에 마음이 심란하다. 푸릇한 숲 냄새와 상쾌한 새소리, 햇살과 바람과 호수를 벗하며 새로운 에너지로 목욕하고 싶은 충동에 몸도 마음도 간지럽다.

중원탑평리 7층석탑(중앙탑)

현재 남아있는 석탑 중에서 가장 높다

충주는 누가 뭐래도 한반도의 중앙이다. 사람으로 치면 배꼽이라 할 것이다. 중앙탑이 있기 때문이다. 국보 제6호인 중앙탑은 현재 남아있는 석탑 중 가장 높은 7층석탑이다. 14.5m의 기개를 자랑하는데 신라 원성왕 때 국토 중앙에 조성되었다 하여 중앙탑이라고 불린다. 중원 문화의 중심지인 충주는 삼국시대부터 남북의 요충이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인 곳이며, 예로부터 양질의 철이 생산된 우리나라 3대 철 생산지 중의 한 곳이었다. 게다가 서울로 가는 젓줄인 강이 있고, 드넓고 기름진 땅이 있으니 누가 중원 평야를 선점하느냐는 치세治世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중앙탑 인근 용전리 선돌배기에는 고구려비가 있는데 고구려 장수왕의 영토 확장을 기념하는 상징물이자 당시의 삼국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이밖에도 창동마애불, 누암리고분군, 충주산성, 대림산성 등 수많은 역사자료가 산재해 있다.

중앙탑 앞에서 젊은이들이 신명나는 놀이를 즐기고 있다.

중앙탑이 위치한 곳은 드넓은 잔디와 숲과 조각품과 호수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앙탑 아래에서 젊은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손뼉 치며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아이들은 잔디광장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연인들은 조각품을 배경으로 추억의 세레나데에 여념이 없고 가족끼리 소풍 왔는지 만추의 서정에 해맑은 웃음을 흩뿌린다. 수면 위 물새는 연신 자맥질을 해댄다. 그 모습이 오달지고 마뜩해 한참을 바라본다. 녀석들이 푸드득 물살을 가로지르더니 하늘로 날아오른다. 햇살이 호수에 난반사 하더니 중앙탑을 쨍 하게 내리쬔다. 하늘도 눈부시고 호수도 눈부시다. 창연한 하늘, 쏟아지는 햇살에 호수공원이 온통 가을빛으로 물들고 가을색으로 너울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눈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가던 걸음 멈추고 들뜬 마음을 햇살에 맡겨본다.

술박물관은 명당 중의 명당이다. 중원 땅 한 가운데서 늘 푸른 호수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의 전통주는 물론이고 세계의 와인, 세계의 양주 등 술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곳이다. 술은 제조방법에 따라 양조주와 증류주, 그리고 혼합주로 나뉜다. 양조주는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인데 막걸리, 맥주, 와인 등이 양조주에 속한다. 증류주는 말 그대로 물과 알코올이 섞여 있는 술을 가열하고 알코올 기체를 모아 액화시킨 높은 도수의 술을 일컫는다. 소주, 위스키, 보드카, 진 등은 쌀과 보리 등의 곡물 양조주이고 브랜디는 포도 같은 과일 양조주를 증류해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혼합주는 양조주와 증류주를 섞거나 증류주에 향로나 과즙을 첨가한 술을 말하는데 이른바 칵테일이라고 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오크통이 여러 개 보인다. 술이 들어있는 눈치다. 똑똑똑~ 노크를 했다. 저 속이 궁금해서다. 그런데 일행이 내 옆구리를 꾹 찌른다. 쉿, 조용히 하세요. 지금 술이 익고 있잖아요.

인근에 있는 탄금대로 발길을 옮겨 보자.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강이 합류하는 곳에서 남한강 상류 쪽으로 1km 정도 뻗은 해발 200m의 대문산에 위치해 있다. 산세가 평탄하고 송림이 우거져 있으며 사계절 소풍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탄주하던 곳이라 해서 탄금대라고 불리워졌으며, 임진왜란 때 무장 신립장군의 부대가 왜적에게 크게 패한 뼈아픈 전적지이기도 하다. 입구에는 충주문화원과 야외음악당이 있고 대문산을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을 따라 아동문학가 권태응의 <감자꽃> 노래비가 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그렇다. 겉과 속이 똑 같은 삶,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어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두는 세상의 이치를 애써 외면하려는 누더기 같은 우리네의 삶에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알뜰한 시다.

ⓒ 강호생
그러고 보니 이 동네에는 <농무> <목계장터>의 시인 신경림도 있다. 그는 <갈대>라는 시를 통해서 자연의 소리를 찾고 인간의 내면과 하나 되려고 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고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을/그는 몰랐다'며 갈대의 순정을 노래했다. 그는 주로 농촌 현실을 배경으로 농민의 한과 고뇌를 노래한 시인으로 1956년 <문학예술>에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올랐고 한때 절필했다가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해 <원격지> <산읍기행> <시제> 등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시집으로 <새재> <달넘세> <남한강> <길> 등이 있고, 평론에 <농촌현실과 농민문학>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 <민요기행> <우리시의 이해> 등이 있다. 1973년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고자 했다. 진정으로 충주를 노래하고 충주 사람들의 삶을 부르짖었으며 대자연 속에서 생명의 존귀함을 찾고자 했다. 마음에 보름달 하나 앉히고 싶을 때 신경림 시인의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골 마을, 그 위에 별들이 촘촘히 빛나고 장독대에서 장 익는 냄새 구순하며 돌담 사이로 재잘재잘 수다스러운 채송화와 촐랑대는 낭만고양이는 한 폭의 풍경화요, 한 줄의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를 읽으며 이 땅의 서정을 노래하고 시를 통해 인고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우리의 어버이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면 또 어떠한가. 인생이란 외롭고 슬프며 가슴 아픈 일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

대자연의 신비를 품고 있는 충주호 전경

지친 몸과 마음에 한 줌의 휴식을 불어넣기 위해 풋내 나는 가을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사람은 어서 오라. 정지된 듯 고요한 호반을 맴돌고 눈을 감으면 뚜벅뚜벅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와 찬연하게 빛나던 저 풍경들이 내 마음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곁에 아무도 없으면 어떠한가. 삿된 생각 뒤로하고 가을 하늘만큼 넓은 호수에 풍덩 빠져보면 좋겠다. 호수의 길, 역사의 길, 촌사람이 걷던 그 길에서 진정한 쉼을 얻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나는 중원 땅에서 아름다운 물결을 보았다. 굽이치며 흘러가는 살결 부드러운 물줄기를 보았다. 자연의 길, 사람의 길이 서로 부둥켜안고 넘실거리는, 기쁘고 즐거워 어찌할 줄 모르는 생명의 숲을 보았다. 중원 땅에 흐르는 잔잔한 가을빛 따라 한갓지게 다녀 온 가을 소풍길. 오늘 나는 그 황홀함에 취해 잠 못 들것 같다.

/ 글 변광섭(에세이스트,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그림 강호생(화가, 충북미술협회장)·사진 홍대기(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