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총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받아 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정정순(청주 상당) 의원이 지역구 자원봉사자들의 명단 확보를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3일 오전 10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과 수행비서 A(49)씨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장 차림이었던 정정순 의원은 법정에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50여일간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탓인지 머리는 백발에 가까웠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정 의원 선거캠프에서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B(52)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2017년 12월부터 정 의원의 선거를 돕기 위해 캠프에 합류,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 및 총선 과정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다.
이번 재판에서 주요 쟁점은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직원으로부터 지역구인 청주시 상당구 자원봉사자 3만1천3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하는 과정에서 정 의원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였다.
B씨는 "A씨가 지난 2월 선거사무소에 USB를 들고 와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며 'USB는 돌려줘야 하니 파일을 다운받아야 한다'는 의도로 말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선거운동을 위주로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가 필요한 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일에 3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서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며 "정 의원도 보안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B씨는 "정 의원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띄어쓰기·맞춤법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성격이었다"라며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아야 했고, 이후 보고를 하기도 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재개된 재판에서는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C(46)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C씨도 "경선 과정에서부터 전화번호 수집 상황을 정 의원에게 보고했다"며 "명단을 확보하면 이를 컴퓨터 엑셀 파일로 문서화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이어 "자원봉사자 명단을 확보했을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좋아하고 있었는데 정 의원이 다가와 '요란 떨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며 "그렇게 확보한 전화번호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말하는 등 B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발언을 했다.
C씨는 "정 의원이 메신저를 통해 '명단을 확보하고 문자 메시지를 한 번만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추가 발송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불법행위를 한 것이 양심에 걸려 고발을 한 것이지 상대 후보자와 모종의 거래는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 측 변호인은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 등을 문제로 삼는 변론을 펼쳤으나 유의미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B씨와 C씨는 지난 6월 정 의원이 총선 당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인물이다.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전 팀장 D(51)씨는 "당시 정 의원 수행비서였던 A씨가 도와달라며 봉사자들의 개인정보를 달라고 해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후 거듭된 부탁에 개인정보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월 6일 오전 10시부터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열린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