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울고 있다

2016.08.02 14:42:37

박선예

수필가

맴맴 쓰쓰쓰쓰 쓰쓰쓰. 죽을 듯이 매미가 울고 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매미의 울음소리가 고막에 착 달라붙었다. 갑자기 귓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명이다. 또 내 귀가 매미 따라 우나보다.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얼른 귓바퀴를 잡고 흔들며 손가락을 귓속에 넣고 빼면서 손바닥으로 귀를 마구 때렸다. 귓속이 후끈 달아오르더니 드디어 매미소리가 사라졌다. 아, 이제 살만하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다. 귓속의 매미가 빨리 사라져주어서.

아버지는 생전에 귀가 울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몸 상태가 조금만 나빠도 떠들썩한 잔치집이나 소란스런 장소를 피하셨고 사람이 붐비는 극장이나 기차역도 마다하셨다. 그런 날엔 아버지는 하루 종일 누워계셨다. 그때는 몰랐다. 귀 울림이 무엇인지. 얼마나 신경이 거슬리는지를.

언제부터였을까. 내 귀도 가끔 울림이 시작되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왔고 비행기를 타고나면 그 먹먹함이 이 삼 일은 지속되었다. 큰소리나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쉽게 피곤해져서 나도 아버지처럼 축제마당이나 소란스런 장소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기운이 없다싶으면 아버지처럼 귀가 울려 자연스레 조심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올 여름은 정말 덥다. 뜨겁고 바람기 하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다 매미들마저 극성스럽다. 마치 이 세상 매미들이 다 몰려든 것 같이 유난스럽다. 왜 이렇게 죽자 살자 울어대는지, 잠시 창문을 열었다가도 그 소리에 질려 얼른 닫기가 일쑤이다.

이 더운 날 매미들은 얼마나 힘들까.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다 성충이 된 다음, 길어야 한 달 정도 산다는데 그동안에도 짝짓기를 하기위해 목이 터져라 울어야 하다니.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짝조차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니, 진정 안타까운 삶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하게 살고 처절하게 울다가 종족 번식의 임무를 마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그러고 보니 매미가 참 불쌍하다.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에 그들은 극성스럽게 울어 댔던 것이다. 문득 매미의 삶이나 우리네 삶이나 진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나 우리들이나 크게 보면 우주의 일부분인 것을. 아무리 아등바등 거려도 결국은 정해진 대로 마침표를 찍는 것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대자연 속의 구성원으로서 한 생명 다 하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그것이 숙명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말이다.

매미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창문의 방충망에 덩치 큰 말매미 한마리가 붙어있다. 맴맴 쓰쓰쓰쓰 쓰쓰쓰 처연하게 암컷을 부르고 있다. 이 높은 14층까지 암컷이 날아올 리 없건만, 짝을 찾기 위해 절박하게 울고 있다. 도와주고 싶었다. 손을 뻗어 움켜잡았다. 놀랐는지 뚝 울음을 멈추고 날개를 퍼덕이며 빠져나가려 애를 쓴다. 손바닥을 펼쳐주니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힘이 넘치는걸 보니 분명 짝짓기에 성공할 성싶다.

하늘엔 여전히 8월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 와중에도 매미는 악착스레 울고 있다. 매미 따라 나무가 울자, 자동차도 울고 집도 울고 온 세상이 울고 있다. 맴맴 쓰쓰쓰쓰 쓰쓰쓰. 다시 내 귓속에도 매미가 들어오려 한다. 얼른 창문을 닫았다. 난 절대로 아버지의 귀 울림을 물려받고 싶지 않으니깐. 내 맘을 알아채었는지 매미소리도 순순히 물러갔다. 왠지 올여름은 귀 울림 없이 편안하게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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