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2016.06.07 13:55:34

박선예

수필가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그만 늦잠을 잤다. 꿈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집을 두 채나 지었다. 나무가 우거지고 예쁜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숲속에다 부모님의 집과 우리가족의 집을 지었다. 폭풍우에도 끄떡없고 세찬 추위와 찌는 무더위도 넘길 수 있는 크고 튼튼한 집이었다. 탁 트인 거실 창으로 밝은 햇빛이 깊숙이 들어왔고 푸른 잔디밭 너머로 초록평야가 넓게 펼쳐져있었다. 미소가 절로 나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그래서일까. 서둘러 준비해도 시간 맞추기가 빠듯한데 조급하지 않고 이상하리만치 편안하였다.

결국 화장도 못하고 집을 나섰다. 평소 맨얼굴로 외출하는 것을 금기로 여겼는데 꿈 때문에 좋아진 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맨얼굴도 봐줄만하다고 여겨졌다. 차창 밖 풍경도 유난히 싱그러웠다. 가로수의 초록은 윤이 났고 태양 볕을 머금은 건물들은 눈부시게 빛났다. 신호등도 계속 파란불이다. 신호등까지 알아서 도와주다니. 왠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 콧노래가 절로 났다.

"아앗! 뭐야. 저차 왜 그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분명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면서 교차로에 접어들었는데 오른편에서 멈추었어야 될 봉고차가 막 달려오는 것이었다. 순간 그 차와 충돌하는 줄 알았다.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충돌은 면하였지만 놀란 가슴이 쿵쿵거렸다. 핸들에 머리를 기대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빵빵거리는 뒤차들 성화에 정신을 차려보니 지나가던 사람들도 뭔 일인가 싶은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신히 길가로 차를 옮긴 다음 마음을 진정시켰다.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운전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번 신호등에서 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직진 신호를 받고 직진 중이었는데 우회전한 택배 트럭 한대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었다. 미처 진정되지 않았던 가슴이 또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일차로가 비어있어 얼른 왼쪽으로 핸들을 틀어 위기는 모면하였지만 만약 일차 로에 다른 차가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영락없이 택배 차와 부딪혔을 거라 생각하니 끔찍하였다. 손발이 떨리고 숨이 막혀왔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이 나쁜 녀석아! 그러다 죽는다. 죽어!"

택배 차는 벌써 멀리 사라졌지만 막 욕설이 튀어나왔다.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사고가 날 뻔 하다니…. 이게 웬 일인가 싶었다. 겁도 났지만 그들에게 더 화가 났다. 어쩌자고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는지. 남의 목숨까지 담보로 할 만큼 급한 일이 생긴 건지. 두 명의 운전자에게 막 따지고 싶어 성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때, 어젯밤 꿈 생각이 났다.

'그래 꿈 때문이야. 꿈은 정반대라더니 어젯밤 꿈이 너무 좋아서 벌어진 일이야.'

꿈 때문에 행복했던 마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온몸의 기운이 쏙 빠져 나가는가 싶더니 그만 어깨가 축 처졌다. 아무래도 약속을 어기고 그만 집으로 가야되나 싶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차를 세우고 눈을 감았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을 가다듬다가 절로 무릎이 탁 쳐졌다.

"그래 꿈 때문이야.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야. 꿈속의 크고 튼튼한 집 두 채가 두 번의 사고 위험에서 든든하게 나를 지켜 준거야."

이왕이면 좋은 꿈은 좋게 해몽하자 싶었다.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편안해졌다. 다시 약속장소로 향하며 어젯밤 꿈을 기억하였다. 정말 좋은 꿈이었다. 그리고 참 행복한 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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