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웰빙족이다

2013.06.25 16:38:08

박선예

수필가

"엄마, 엄마! 하늘 좀 봐. 그림책에서 본 하얀 뭉게구름이 있어."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하늘을 가리키며 애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아이의 손끝을 쫓아 하늘을 보니,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둥둥 떠 있었다.

"왜 그림책 속의 뭉게구름이 저기에 있지?"아이는 상기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머, 정말이네. 어릴 때 보았던 진짜 뭉게구름이네. 어쩜 저리도 하얗지· 야, 정말 아름답다."아이의 엄마도 아이 못지않게 감탄하며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왜? 무슨 일이야?"일행들은 아이와 아이엄마의 손끝을 따라 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

" 야아! 정말 멋있다. 우리가 사는 서울에서는 저런 구름 상상도 못하지""상상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제대로 하늘 한번 쳐다보았나?""아니지. 아무리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려 해도 고층빌딩 사이의 하늘은 손바닥만 해서 구름을 담을 수 없잖아.""아무리 그렇다 해도 우리 애가 하얀 뭉게구름은 그림책에만 있다고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 이게 다 서울은 사람살기 적당한 곳이 아니란 이야기지."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늘 보아왔던 파란하늘과 뭉게구름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우리에게는 일상의 자연현상이 대도시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라니.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어 서울에 살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공기 좋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충주에 내려 와 살고 싶다고 야단이었다.

"웰빙이 따로 있나. 이렇게 푸른 하늘을 맘껏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게 진짜 웰빙이지. 이런 곳에 살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거야."뭉게구름으로 시작된 자연예찬은 어느새 살고 싶은 웰빙 도시 충주로 발전하고 있었다.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 웰빙 가전제품, 웰빙 이너웨어, 웰빙 벽지 웰빙 다이어트 웰빙 먹을거리처럼 모든 것에 웰빙이란 단어가 붙어야 대우도 받고 관심도 끌며 잘 팔리는 현상이 일고 있다. 보약으로 알려진 인삼과 로열 젤리 등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몸에 좋다는 잡곡류와 유기농채소의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였다한다. 그런데 문제인 것은 웰빙 상품들이 대부분 고가(高價)라는 사실이다. 탄산음료는 비만을 초래하니 천연과일 주스만을 마셔야 된다거나 일반재배농산물은 농약 범벅이니 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산물만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은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고가(高價)의 웰빙 음식만 잘 먹는다고 건강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우유를 배달해 먹는 사람과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웰빙 족인지 질문하며 우유를 배달하는 쪽이 진정한 웰빙 족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우유를 앉아서 먹는 사람에 비해 배달하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공기를 마시며 몇 시간 동안 걷고 뛰었기 때문이란다. 좋은 음식의 섭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적당히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하게 잘 사는 비결이라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뭉게구름은 그림책에서만 존재하는 줄 아는 서울아이 일행의 말을 빌리면 충주는 웰빙 도시임에 틀림없다.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이 있고 밤에는 별들이 쏟아지며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반딧불을 볼 수 있고 친환경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곳에다 인심까지도 넉넉하니 말이다. 잘 살기(well being)위해서는 부자여야 한다는 젊은 세대들 입장에서 보면 내가 사이비 웰빙 족쯤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웰빙 족이다. 어린아이의 넋을 빼는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존재하는 충주는 틀림없는 웰빙 도시이며 나는 충주시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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