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흥덕구 사창동 충북대 중문거리, 평상시 20~30대 젊은 층의 해방구로 꼽혔지만, 세월호 침몰 사건 후 썰렁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임영훈기자
세월호 침몰 6일째인 지난 21일 밤 9시.
청주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충북대 중문거리와 봉명동 식당·주점은 손님들이 없어 썰렁했다.
일부 식당과 주점은 1~2개 테이블에만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손님들은 세월호 침몰 관련 특집 뉴스를 시청하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20~30대 젊은 층의 대표적인 해방구로 꼽혔던 충북대 중문거리는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초라할 정도로 조용했다.
영업장은 물론, 거리마저 조용했다. 영업장 안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마저 구슬프게 들렸다.
인근 청주산업단지 근로자들과 아파트 단지 주민 등 평상시 새벽 2시까지 들썩였던 봉명동 역시 조용하기는 마찬가지.
시비가 붙은 취객들이 고성을 주고 받는 흔한 광경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차량으로 가득 찬 도로와 이면도로 역시 한산했을 정도다.
신흥 유흥가로 떠오른 청주시 흥덕구 대농지구 일원, 밤 10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곳 역시 평소와 다른 풍경이었다.
충북대 중문과 봉명동 먹자골목에 비해 다소 많은 손님들이 모여 있었지만, 평소 대비 1/10에도 미치지 못하자 업주들은 울상이다.
한 업주는 "평상시 장사가 안되면 불황이라고 제발 경기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지금은 그럴 말을 할 처지가 안 된다"며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데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을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외곽 지역인 청원군 오송읍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A식당. 평일 20팀과 주말과 휴일 40~50팀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 식당도 세월호 여파로 하루 5~6팀을 소화하기도 힘들 정도다.
세월호 침몰 여파로 사회 전반에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종일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던 시민들의 불안한 정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은 실수에도 욕설이 나오고, 옷깃만 스쳐도 싸움이 벌어질 듯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먼 산을 바라보는 사람. 일을 하다가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현상 모두가 세월호 후유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무기력증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데 있다.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해 TV 앞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혹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단한 사람들. 대화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망자 통계를 확인하는 사람들.
세월호 희생자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공황(恐慌)에 불황(不況)까지, 황해(黃海)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역습이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