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3년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화(戰禍)는 참혹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을 모두 폐허로 만들었다. 지리산은 오늘도 슬픈 역사를 묻어두고 있다. 한 쪽 가슴엔 빨치산의 슬픔을 담고 있다.·다른 한 쪽 가슴엔 토벌대의 아픔을 품고 있다. 빨치산 루트는 지리산 남·북·동쪽 능선과 계곡 일대에 대략 12개다. 대부분 기존 등산로와 조금 떨어져 있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극의 역사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탐사는 벽송능선 루트와 칠선계곡 루트로 나눠 진행됐다. 현대사의 역사탐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벽송능선 루트 벽송능선은 지리산의 대표적인 빨치산 루트다. 들머리는 서암정사다. 현대판 석굴암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암반에 무수한 불상들이 조각돼 있다. 사대천왕상이 압권이다. 오래 머물지 않고 벽송사로 걸음을 옮긴다. 벽송사가 조용히 반긴다. 비 그친 천년고찰이 고요하다. 절집 뒤로·도인송과 미인송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미인송이 생각보다 약해 보여 안타깝다. 탐사 당일에도 지지대에 기대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황홀하게 매력적이다. 벽송사는 6·25전쟁 중 인민군 야전병
[충북일보] 파란 괴산호가 뱃길로 까마득하다. 앙증맞은 들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사람 손 타지 않은 보석으로 빛난다. 피부에 닿은 공기가 달고 부드럽다. 그늘 햇빛이 교대로 순서를 바꾼다. 금빛 햇살이 들어 갑자기 환해진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절경이다. 호수 풍경을 동무 삼아서 따라 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남북 평화와 대화의 상징이 무너져 내렸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서울 불바다'를 다시 거론했다. 6·25전쟁 발발 70주년에 발톱을 드러냈다. *** 낙관론은 언제나 위험하다 북한은 3년여 간의 위장평화 쇼를 스스로 끝냈다. 핵보유국의 갑질을 제대로 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북관계가 보람되고 전쟁 위협도 제거됐다"고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배신의 충격은 엄청났다. 남한엔 굴욕만 남았다. 누가·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남북연락사무소의 뼈대와 잔해가 6·25전쟁의 상흔처럼 지나간다. 북한의 말과 행동은 지독하다. 끊임없이 호전적이고 모독적이다.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최근엔 남한 정부의 모호함을 질타한다. 궁극적으론 책임전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조함의 배설 통로다. 올해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남한은 세계적인 선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세계사에서 눈에 띄는 발전의 성취 사례로 꼽힌다. 북한은 전쟁 후 낙후국가로 전락했다. 핵무기 개발에만 집중했다. 물론 일단은 성공한 듯하다. 북한은 왜 남북연락사무소를 부셨을까. 왜 그랬을까. 무엇을 노
[충북일보] 호젓한 호수 따라 산막이옛길에 든다. 맑고 깨끗한 물 흘러 괴산호에 머문다. 물줄기가 지형을 바꾸어도 아름답다. 너럭바위와 절벽이 호수 풍경을 가꾼다. 녹음산빛 푸르러 산객 옷을 물들인다. 저녁 무렵 햇빛 비스듬히 산을 비춘다. 고요한 산길이 적막하게 문을 닫는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용유담 돌아 둔덕을 따라 오른다. 빨치산의 슬픈 노래가 이어진다. 돌격의 외침이 슬픔으로 남는다. 산골짜기마다 아픔의 흔적이다. 피로 물든 치열한 전투장면이다. 구천에 떠돌 영령의 애절함이다. 한과 슬픔마저 씻어주는 노래다. 시대의 아픔을 씨줄 날줄로 짠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한반도 기상(氣象)이 아주 흐리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북한의 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군사 도발이 걱정될 정도다. 기상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약속과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 *** 약속 위반 악순환 끝내야 지리산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여느 때 산행과 다르다. 빨치산 루트를 걷는다. 서암정사를 거쳐 벽송사로 들어선다. 비 그친 천년고찰이 고요하다. 그 옛날 인민군 야전병원을 떠올린다. 토벌군의 무차별 공격이 가해진다. 목장승의 전설이 길게 흐른다. 벽송능선을 걷는다. 6·25전쟁 전후 빨치산들이 오간 통로다. 물론 지금 그 흔적은 없다. 그 많던 비트도 사라지고 없다. 빨치산과 토벌대간 피로 얼룩진 상처만 남아 있다. 어느새 늙은 소나무가 슬픈 역사를 품에 안는다. 짧은 시간 많은 게 변했다.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남북연락사무소뿐만이 아니다. 동·서해 군 통신선, 통신시험시설, 정상 간 핫라인까지다. 한반도 비핵화 백지화도 암시했다. 군사적 무력도발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언사는 작심한 듯하다. 지난 4일 대북전단 비난성명 발표 뒤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초강경 담화를
[충북일보] 지리산 색깔이 완연하게 바뀐다. 빨치산 루트가 점점 더 은밀하다. 은폐 엄폐에 안성맞춤 녹음이다. 녹색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든다. 바람이 에둘러서 소식을 전한다. 핏빛 물들기 전의 청춘예찬이다. 마지막 빨치산들의 슬픈 노래다. 들꽃여인들의 한스러운 비가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귀때기청에 핀 꽃은 치열함이다. 살려는 몸부림의 고귀한 결과다. 연한 가지를 내밀어 기어이 핀다. 모진 세상에 보란 듯 얼굴 알린다.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이 없다. 어쩌다 생명 얻으면 기필코 핀다. 무채에서 유채로 귀한 순환이다. 오늘도 바위틈에 순한 꽃이 핀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1대 국회가 지난 5일 개원했다. 여당은 기필코 법정 시한 내 개원을 관철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파행이다.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 화근의 기저에는 언제나 '잘못된 정치'가 있다. *** 여야 진영적대 벽 허물어야 21대 국회 첫 회의는 미래통합당 없이 진행됐다. 의장단 선출은 반쪽에 그쳤다. 여야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원구성이 제대로 될까 걱정이다. 시작부터 대결 국면이다. 협력 정치와 일하는 국회는 말뿐이다. 21대 국회가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야당 몫 부의장은 뽑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퇴장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반발이다. 결국 시작부터 반쪽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여야가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다.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법사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었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쭉 그랬다. 여당의 입법 폭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원 구성은 그동안 교섭단체 간 협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려 한다. 모두 가져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의석수에 맞게 가져야 한다
[충북일보] 유월의 설악은 온통 초록빛이다. 용의 이빨과 공룡 등뼈가 보인다. 용아장성 공룡능선이 굽이친다. 장쾌함으로 야성미를 드러낸다. 장엄한 첨봉들을 첩첩이 쌓는다. 설악 삼매에 빠질 만큼 웅장하다. 깎아지른 벽은 경외의 공간이다. 흰 띠 두른 능선들이 굽이굽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쇠둘레의 땅을 찾았다. 쇠둘레는 강원도 철원(鐵原)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철원은 1914년 경원선이 놓이면서 교통의 요충지가 됐다. 실제론 일제 수탈자원의 통로였다. 지금의 철원읍은 수복지구(收復地區)다. 지도상으론 '38선 북쪽 휴전선 남쪽'이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일제강점기 수탈흔적과 6·25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노동당사에 박힌 총탄 자국이 당시의 참상을 웅변한 다.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팻말은 깊은 통증이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2012년 열렸다. 원점회귀형으로, 4.8㎞의 짧은 숲길이다.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지뢰꽃길 산책로다. 철책을 따라 곳곳에 '지뢰밭'을 알리는 표식이 있다. 속절없이 핀 수많은 풀꽃과 대비를 이룬다. 오전 10시30분, 저 멀리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는 초소가 보인다. 그 앞으로 골격만 드러낸 노동당사가 눈에 띈다. 탐방객 몇 명이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소이산 전망대 가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의 '알바' 끝에 알아챈다. 들머리는 노동당사 맞은편 큰길 건너다. 흙길이 이어진다. 찔레꽃과 함께 지뢰꽃길 명패
[충북일보] 번잡스런 도심을 벗어나 걷는다. 협곡전망대 소나무가 시원하다. 완만하게 흐르던 물이 굽이친다. 현무암의 절경이 협곡을 흐른다. 곳곳의 주상절리가 비밀스럽다. 비둘기낭 폭포소리는 은밀하다. 구라이골 가는 풍경이 다채롭다. 비밀스러운 독특함이 묻어난다. 글·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전체 의석수의 절반 이상이 초선(初選)으로 채워졌다. 16년 만의 초선 약진 시대다.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사뭇 기대된다. 진짜 일하는 국회가 그려진다. *** 초선의 실패는 교만 때문 21대 국회 초선 의원은 모두 151명이다. 전체 의석수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숫자다. 17대 국회(187명) 이후 가장 높다. 직전 20대 국회에 비하면 20명 가까이 많다. 여야 구성비율도 좋다. 일하는 국회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충북에서도 4명의 초선 의원이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 3명, 미래통합당 1명 등이다.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소명 의지가 강하다. 낮은 자세와 약속 실천을 강조했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를 강조한 초선 의원도 있다. 4명 모두 넘치는 의욕으로 무장했다. 성공 의지도 단단하다. 하지만 의욕이나 의지와 달리 잘 하긴 정말 어렵다. 국회의원으로서 초선의 성공은 정말 쉽지 않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른 초심(初心) 유지 여부가 관건이다. 총선에서 초선의 약진은 정말 오랜만이다. 새로운 문법으로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 막말과 꼰대, 꼴통과 적폐에
[충북일보] 철원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 진하다. 지뢰꽃길이 녹음을 선물로 내놓는다. 전쟁 마친 온 산이 초록으로 출렁인다. 울울창창 숲에서 산새들이 노래한다. 찔레꽃과 복분자꽃 향이 코를 찌른다. 풀향과 꽃향 가득한 숲길이 싱그럽다. 오뉴월 땀방울 식혀주는 초록길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현성산정에서 산 아래 들녘을 본다. 김을 매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퇴비 뿌리고 밭 갈며 생명을 가꾼다. 새 울음소리가 맑고 선명히 퍼진다. 우람하게 팔을 벌려 하늘을 맞는다. 상쾌한 바람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마음을 고요히 하니 지혜가 생긴다. 왔던 길 되돌아가니 새로 시작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미래통합당이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내년 4월 재·보선까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지휘를 맡는다. 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을 거쳐 결정됐다. 머잖아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게 될 것 같다. *** 돌고 돌아 다시 김종인 돌고 돌아 다시 '김종인'이다. 통합당의 절박감이 만든 고육책(苦肉策)이다. 통합당은 물론 보수 정치 존립의 마지막 기회다. 제 몫만 챙기는 꼰대 보수론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수구 야당이 할 수 있는 건 더 없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없인 불가능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차라리 새로운 보수 정당 출현을 기다리는 게 낫다. 아름다운 몸은 격렬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들어 진다. 근육의 혹사로 만들어진 결과다. 찢어지는 아픔이 만든 결실이다. 그런 훈련을 거쳐야 몸이 바뀐다. 그저 손쉬운 외과 수술로는 안 된다. 통합당은 그동안 기득권에 너무 안주했다. 지붕이 무너져 내려앉는 줄도 몰랐다. 군데군데 비가 새는데 땜질만 했다. 기득권부터 포기해야 한다. '왕년에…'만 외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새로 등장한 세대는 기득권 저항세대다. 보수나 진보를
[충북일보] 현성산 산길이 위험하고 매력적이다. 기암이 빚은 절경이 굽이굽이 간다. 절묘한 비율로 균형감을 유지한다. 넘치는 건강미가 한 눈에 느껴진다. 스릴 넘치는 암릉의 정점을 지난다. 짜릿한 쾌감이 발밑으로 전해진다. 바위 아래 질감을 예민하게 느낀다. 보석 같은 순간을 천천히 바라본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밤하늘 은하수가 꽃 정령을 지킨다. 아름다운 밤 장미가 꽃 향을 풍긴다. 넝쿨 따라 노랑 빨강으로 채색한다. 캄캄한 밤 맞아 빛을 내며 활짝 핀다. 털끝만한 흐트러짐도 없이 환하다. 노랑 빨강 꽃잎마다 품위가 넘친다. 내 뜰에서 금생의 인연을 정한다. 5월 장미향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미래통합당과 관련한 말들이 쏟아진다. 한 외부 인사는 "뇌가 없다"는 소리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당 내부에선 자성의 소리가 없다. 길 잃은 보수정당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잃어버린 뇌' 되찾아야 할 때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의 활동이 눈에 띈다.·최근 들어 벌이는 행보가 사뭇 비장하다.·진중권 전 교수까지 불러 쓴 소리를 들었다. 미래한국당과 합당 논의도 벌이고 있다. 물론 구체적 합당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수 재건 대응책과 다짐도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 마케팅도 부산하다. 그런데 본질적인 진짜 지도부 구성 의지가 없다. 한번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지도체제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게 훨씬 낫다. 30~40대 수도권 출마자들이 나섰다. '젊은 미래당'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길 잃은 보수 정치를 되살리는 길은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반성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초선 중심의 신진 그룹으로 지도부를 구성해보는건 신선한 대안이다. 신진 그룹이 중심이 돼 당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충북일보] 두 발로 걸어 푸른 비밀을 풀어 간다. 산과 들이 시시각각 여름으로 간다. 말간 빛이 초록색 숲으로 스며온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철이 바뀐다. 숲속이 빠르게 녹음으로 달려간다. 초록 숲의 채도가 점점 더 진해진다. 연두색 버리고 녹색으로 치장한다. 더 미루고 싶은 여름을 받아들인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13일 오후 진천읍 성석리 102-3 이팝나무길이 장관이다. 하얀 눈이 나무를 뒤덮는 광경을 연출한다. 쌀알처럼 작은 점들이 온통 하얗다. 하얀 꽃이 쌓이고 쌓여 고봉쌀밥을 만든다. 초록 잎 사이로 흰 점들이 눈꽃이 된다. '저 꽃들이 다 쌀밥이었으면' 하던 선조들을 떠올린다. 이팝나무꽃 한창이던 옛 보릿고개가 흘러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천왕봉 아래 칠선계곡이 고요하다. 해질녘 산마루의 바람이 잔잔하다. 산새들 울음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풍경도 한적해진 고요에 숨는다. 홀로 남겨진 감정이 꽤나 이슥하다. 깊은 곳서 차분해진 본래를 만난다. 맑고 투명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지리산 굽이굽이가 초록에 물든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입지가 오창으로 낙점됐다. 불을 켤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적인 설치와 가동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기획의 시간이다. 충북도가 할 일이 많다. *** 정상 설치와 가동될 때까지 "No pain, no gain(고생 끝에 낙이 온다)."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다. 괴로움이 다하면 좋은 일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힘든 고비를 참고 넘으면 평탄한 길이 나온다. 흥진비래(興盡悲來)란 표현도 있다. 즐거움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온다는 의미다. 겉 뜻은 완전히 다르지만 속뜻은 거의 같다. 세상일은 돌고 돈다. 눈앞의 현실에 너무 낙망도, 자만도 말라는 의미다. 고(苦)진(盡)감(甘)래(來)란 글자의 순서'에 마음이 박힌다. 왜 감(甘)이 뒤로 갔을까. 왜 고(苦)가 먼저일까. 살다 보면 금방 알게 되는 이치다. 고(苦)는 일종의 선행 투자다. 열매를 얻고 싶으면 제일 먼저 땅을 일궈야 한다. 그런 다음 씨앗을 뿌려야 한다. 꽃과 열매는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보고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사람 사는 이치다. 좋아하는 걸 하거나 얻으려면 감당할 게 많다.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최종 입지로 확정됐다. 충북도는
[충북일보] 신록이 녹음으로 바뀌는 시간이다. 두 숲 사이로 물길이 빠르게 지난다. 건너편 숲은 연초록 파도 물결이다. 산 빛이 푸르러 산객의 옷을 적신다. 너럭바위 운치가 풍경을 압도한다. 하얀 절벽 아래 푸른 소가 청량하다. 커튼처럼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칠선계곡 물이 웅장하게 흘러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지난 4일 지리산 칠선계곡을 찾았다. 예약 탐방제 추첨에서 운 좋게 기회를 얻었다. 전국에서 46명이 함께 특별한 산행을 했다. 코로나19 척결 소망 기도산행을 겸했다.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이 다시 열렸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동에서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4m)까지 9.7㎞ 구간이다. 오전 7시 마천면 추성주차장을 출발한다. 추성동을 지나 두지동 마을로 향한다. 들머리부터 노면이 날카롭게 선다. 도로가 끝나는 둔덕의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15분 정도 깔닥고개를 헐떡헐떡 넘으며 시험에 든다. 이내 계곡 길이다. 푸른빛을 띤 소(沼)와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춘다. 숲은 온통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높은 고도에 발바닥이 찌릿찌릿 하다. 때론 간질간질할 정도로 아찔하다. 발아래로 기암절벽이 펼쳐진다. 그 옆으로 울창한 수풀이 어우러진다. 찾는 이가 적어 원시적이다. 봄날 여름 멋을 제법 내려한다. 우람한 폭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자태가 우람하고 시원하다. 울창한 수풀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깨끗한 물이 흘러 시원하다. 그늘진 계곡을 따라 암반이 즐비하다. 연초록
[충북일보] 조그마한 글씨로 '미인계'라고 새겨진 널찍한 주물팬 위에 푸짐한 닭요리가 담겨 나온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 제품 대신 조리 도구부터 주문 제작한 것은 음식을 내놓는 순간부터 손님들의 먹는 시간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요리를 완성해서 내놓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마지막 양념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2022년 9월 청주 산남동에서 처음 문을 연 미인계는 여러 요식업계에서 수년간 일해온 이상호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미인계는 맛 미(味)와 닭 계(鷄)를 활용한 이름이다. 정성스러운 맛을 담은 닭 요리 전문점이라는 뜻으로 이 대표가 고심 끝에 결정한 상호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맛있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찾아 소, 돼지, 닭 등을 활용해 안 해본 요리가 없을 만큼 메뉴 선정에 주의를 기울였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밖에서 사 먹는 것이 아깝지 않은, 대중적이지만 만족도 높은 요리를 찾았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주재료는 닭으로 결정했다. 닭으로 주제를 정한 뒤에도 어려웠던 것은 특별한 양념이다. 매콤달콤한 양념 그 자체로는 호불호 없는 기준을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자칫 늘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지나간 대경기 불황을 돌아봐도 지금처럼 현장의 일이 없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길어진 고금리 상황과 국제적 원자재 가격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넨싱(PF) 부실 위기 등의 악조건은 충북도내 건설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건설 산업은 국가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기간 산업으로 해당 산업의 장기화되는 침체는 내수시장과 경기 부양을 저해시키는 요소가 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는 금융 조달의 어려움과 인건·자재비 인상으로 공사비 상승, 수요 위축 등 건설 경기 위기 요인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도내 건설 경기는 올해 건설자재 원가 상승·출하량 감소, 공공·민간 발주 위축, 건설 관련 사업체 폐업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충북 건설 수주는 전년 동분기 대비 63.7% 감소했다. 건설수주 감소세는 최근 5분기 연속 진행 중이다. △2023년 1분기 -38.8% △2분기 -51.5% △3분기 -47.3% △4분기 -27.8% △2024년 1분기 -63.7%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