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한 겨울의 추위가 매섭다. 그 추위를 즐기러 나는 또 캠핑장비를 챙긴다. 요즘 겨울캠핑이 묘미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캠핑장비 진화의 덕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 5년 됐다. 한 여름 더위를 피해 휴가차 떠나기 시작한 것이 캠핑인데 이젠 한 겨울이 더 좋다.

한 여름 모기, 날파리와의 싸움, 무더위와의 싸움이 이젠 하얀 추억이 돼 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한 여름은 피한다. 장비도 어느덧 하나 둘 늘어 아예 딴 살림을 차릴 정도다.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 시대가 온다고 했는데, 난 이미 근사한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셈이다. 아니 아름다운 우리 강산 어디든 내 집터로 삼을 수 있는 포터블 하우스(Potable House)다.

토끼같은 아내는 장비를 주문할 때면 도끼눈을 하고 날 쳐다본다. 또 사냐고.. 그런데, 이런 아내는 새로운 장비가 도착하면 먼저 뜯어보고 꼼꼼히 챙긴다. 더 즐기는 모습이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 초등학교 개구쟁이 들이었는데. 어느새 우리 아이들도 훌쩍 커 버렸다. 캠퍼들 사이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은 외계인이다. 그도 그럴것이 캠핑장에 아주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두 꼬마 아이들 일색이다. 그런데 우리집은 예외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내가 캠핑장비를 챙기고 있으면, 오히려 이것저것 참견이다.

난 그저 흐믓하다. 이런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좋다. 아이들이 좋은 건지. 캠핑이 좋은건지. 하여간 좋다. 우리 아이들이 캠핑의 매력 아니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주문을 걸 정도다.

이젠 아이들과 손발이 딱딱 맞는다.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나는 큰 짐 나르고 자리잡고, 우리의 포터블 하우스 터고르기 하면 아내와 아이들은 장비 펴고, 잡아주고, 집짓기가 척척 진행된다. 우리의 근사한 포터블 하우스는 1시간 남짓이면 완성된다. 그러고 보니 텐트를 치면서 어느새 부턴가 난 아내와 아이들과 말없는 소통을 하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나면 이때부터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이 시작된다. 텐트안에서 우린 알콩달콩 잠시 원시로 돌아간다. 작지만 우리 가족에겐 너무 큰 공간이다. 이 공간엔 인터넷, TV는 물론이고, 컴퓨터도 온데간데 없다.

나는 장작으로 불 짚이고, 밥도 짓고, 고기도 굽고, 고구마도 굽는다. 오뎅탕도 만든다. 아내는 신이 나서 거든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먹는데 바쁘다. 아빠가 해주는 밥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무슨 얘기를 그리 하는지·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텐트안에서의 겨울밤은 깊어간다.

누군가 '소통'은 '귀를 열고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너무 좋다. 언제부턴가 이 소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만의 작은 공간, 여기서 난 아내와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은 캠핑장에 오면 이런 나를 따르고 좋아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싶다. 난 그저 소통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을 뿐인데. 소통하려 의도한 것도 아닌데..

요즘 소통이 화두다. 온통 불통이니 말이다. 정치권도 불통, 지역사회도 불통, 직장에서도 불통, 가정도 불통, 특히 친구들간에 사제간에 불통이 문제다. 학교폭력도 불통이 원인이다.

사제간에, 부모자식간에, 상사와 직원간에 모두가 의도적으로 소통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다. '자 대화좀 하자', '뭐 어려운 것 없어·', '무슨 문제 있니·' 모두 이런 식이다. 나 너하고 소통하려 하니 알아달라는 식이다. 소통은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말없이 자연스럽게 가족이 하나로 공감할 수 있는 캠핑처럼 말이다.

요즘 SNS가 소통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나 여러분들과 이렇게 소통하고 있으니, 알아봐 주세요'하는 것 같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 부쩍 늘었다. 진정한 소통은 의도하는 것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고 함께 말없이 참여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캠핑 가는 아빠의 마음처럼 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