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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2012년 새해 첫날 눈이 하얗게 내렸다. 서설(瑞雪). 무언가 상서로운 느낌. 이사 가는날 눈이 오면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올 한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

까까머리 중학교 졸업식 날, 그날도 오늘처럼 하얗게 눈이 내렸다. 존경하던 그 때의 교장선생님, 성함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우리에게 해주신 그 말씀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오늘 눈이 하얗게 내렸습니다. 여러분들 앞길을 축하해 주는 것 같습니다."

"설상초보란 말이 있습니다" 라며 해주신 말씀이다.

눈 내린 그날,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앞둔 어린 우리들에게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매사에 임하고 살아라' 라고 하신 그 말씀. 한참 사춘기를 겪을 나이에 멋진 말을 들으면 그냥 마음에 담던 그 시절. 그 때는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도 못했으려니와 그냥 '설상초보'란 말이 멋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처음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것 같긴 한데, 그때는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드렸던 것 같기도 하다. 하기여 17살 어린 중학생이 그 말의 의미를 어찌 다 이해했겠냐마는 이제 삶을 조금은 이해할 나이가 되다보니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삼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첫입학, 첫사랑, 첫아기, 첫여행, 그리고 첫날..

지나고 나면'첫'이라는 말만 들어도 왜그리 가슴이 떨리는지, 처음이 갖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첫발을 내딛는 그 때에 품은 그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다.

한참 힘들 때, 잔꾀가 생길 때, '설상초보'란 말을 떠올리며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했던 처음, 그 처음을 되새겨 보곤 하지만 나도 간사한 인간인지라 나에게 간사해지고 또 일에도 간사해는 지는 건 어떤 이유인지·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품은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다.

매주 일요일 아들 녀석과 함께하는 일상이긴 하지만, 새해 첫날이라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아이를 어루고 달래서 함께 상당산성에 올랐다. 눈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걷다가 그래도 아버지로서 새해 첫날 인데 멋진 말을 해주어야 할텐데 하던 차에, 중학교 시절 교장선생님 말씀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한껏 폼을 잡아가면서 설상초보란 말과 그 의미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녀석이 대뜸 '아빠 처음이 중요하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더니 이어 딸 녀석이 '오, 아빠 유식한데' 그러는 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내가 25년 전 받아들었던 것처럼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던 간에 그냥 기억하고 나중에라도 그 말처럼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뿐이다.

사실, 설상초보는 백범 김구 선생님이 어려운 결단을 내릴 때마다 되새겼던 서산대사의 선시에서 나온 말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아라

지금 내가 남긴 발자국이 마침내 뒷 사람의 길이 되리니

요즘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혼란해서 그런지 이 싯구가 더 와 닿는다. 올해도 경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힘들지만 우리 모두 처음 업(業)을 시작했을 때의 그 초심을 생각하며 다시한번 심기일전 했으면 한다. 모든 일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는데, 처음 가진 그 마음 죽 이어갈 수 있다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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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