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의 무형문화재와 정신 - ④ 궁시장(弓矢匠) 양태현씨의 고뇌

손끝에서 태어난 秀작

  • 웹출고시간2007.11.01 08:45: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우리 민족의 전통 공예 기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40여년간 전통화살을 만들며 장인의 길을 걸어온 충북도 무형문화재 16호 궁시장(弓矢匠) 기능보유자 양태현(57)씨.
양씨는 탁월한 화살 제작 기술과 불굴의 장인정신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충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인정됐다.
활을 만드는 명장을 ‘궁장(弓匠)’, 화살 만드는 명장을 ‘시장(矢匠)’이라고 한다.
화살만 만들고 있는 양씨는 엄밀히 말해 ‘시장’에 해당하지만 활과 화살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양쪽 명장을 궁시장으로 통칭해 사용하고 있다.
1950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양씨가 활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6세가 되던 해 이모부인 조귀선(84년 작고)씨로부터다.
조씨 밑에서 전통 화살 제작의 기본을 전수받으며 11년간 차곡차곡 기술을 쌓아온 양씨는 대나무와 꿩 깃 등 1년간 사용할 분량의 재료만 챙긴 채 독립을 선언했고, 이후 1983년 청주로 자리를 옮겨 제2의 고향인 이곳에서 전통 활 제작에 전념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양씨는 “집안 형편도 어려웠고, 몸도 불편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손기술이 좋아 화살을 잘 만들겠다’는 이모부의 말이 계기가 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화살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벌써 43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1970년대와 80년대까지만해도 화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주문받은 화살을 약속한 기간까지 제작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작업하기도 했다”며 “현재 전통방식으로 활을 쏘는 국궁장에서조차 전통화살인 죽시보다 카본(Carbon) 소재 화살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하나의 화살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큰 손만 84번, 세세한 작업까지 수백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한다.
양씨는 “화살은 모두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속도와 명중률 등이 제각각이 돼 모든 작업에 정성을 기울여야한다”며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오늬(화살의 머리를 활시위에 끼도록 에어 낸 부분)’를 만들고 소힘줄로 고정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양씨가 만든 화살은 국궁장뿐아니라 TV 사극과 영화 등에도 등장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공길과 장생을 겨냥해 연산군이 쏘아 올린 화살이 바로 양씨의 작품이다.
이렇듯 화면을 통해 자신이 만든 화살을 접할 때나, 자신이 만든 화살을 사용해 국궁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선수들의 연락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양씨가 하루에도 수천번씩 죽시 제작을 그만두려는 마음을 가졌던 때도있다.
“전통 화살을 사용해야하는 국궁장에서 조차 우리 화살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기술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50~60대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 후 말년을 보내기 위한 여가 활동 정도로 여기고 있어 작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며 “7~8년간 기술을 배우다 독립한 제자들이 1~2년도 안 돼 일을 그만두겠다며 가져갔던 재료를 들고 다시 찾아올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현재 양씨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작업실에서 홀로 죽시를 제작 하고 있다.
양씨는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후 일을 돕겠다고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생업을 포기하고 이 일에 매진하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전통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이 일을 권할 수가 없는게 사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어려움 등으로 인해 수천, 수만번씩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도 양씨는 화살을 손에서 내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 일이 나의 천직이고, 또 최고의 직업이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화살은 죽시(竹矢)라고 하는데 대나무로 만든 화살이라는 뜻이다.
화살을 만들때 쓰이는 재료는 대나무와 오늬를 만드는 데 쓰일 싸리나무, 오늬를 둘러싸는데 쓰일 화피, 꿩깃털, 소힘줄, 민어부레로 만든 풀 등이 있다.
사용되는 도구로는 톱, 줄칼, 송곳, 졸대, 인두, 저울, 자부, 자비, 통풀, 도가니, 귀알잔, 졸잡이, 화로, 나무집게 등이 필요하다.
화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해안가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자라는 시누대라는 특별한 종류를 사용하는데 이유는 시누대가 가늘면서도 단단하기 때문이다.
대나무의 세 마디가 고루 갖추어진 것을 골라 쓰며, 크게 몸채로 쓰는 대나무, 오늬를 만드는 싸리나무, 깃을 만드는 꿩깃, 촉을 만드는 탄피 껍질 등 네 가지 재료를 이용해 화살을 만든다.
대나무를 불에 구워서 휘어지지 않도록 하는 ‘부재비’ 작업을 거친 후, 구어진 대나무를 바로잡아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대나무는 잘 쪼개지기 때문에 오늬는 잘 쪼개지지 않는 싸리나무로 만든다.
그리고 오늬를 끼운 부분이 쪼개지지 않도록 소힘줄로 감는다.
민어부레를 끓여 만든 풀을 접착제로 사용하고, 깃은 보통 꿩 깃을 세 갈래로 붙이는데,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