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의 무형문화재와 정신 ⑧ 중국에 울려 퍼지는 ‘청주아리랑‘II

어린 며느리 시집살이 이야기··· 비애·해학 담겨

  • 웹출고시간2007.11.21 08:52: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국인은 ‘아리랑’을 우리 민족의 꽃씨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 민족이 가는 곳이면 어디서나 끈질기고 굳세게 자라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넘어서 이국에서 듣는 ‘아리랑’은 시련과 절망의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한 한민족 고유의 역사적인 강인한 인내력을 가슴에 묻어나게 해 준다.
‘아리랑’을 세계 도처의 한민족들이 함께 부를 때 감동이 몰려와 목이 메고 서로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은 노랫가락 구비마다에 그리고 노랫말 하나하나에 우리만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가 생명처럼 녹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철웅, 중국 연변에서도 사랑받는 ‘청주 아리랑’ 중
아리랑은 ‘아리랑 또는 이와 유사한 음성이 후렴에 들어있는 민요의 총칭’으로 남북을 통틀어 100종이 넘는 아리랑이 불려지고 있다.

국내에는 평안도의 ‘서도 아리랑’, 강원도 ‘강원도 아리랑’, ‘정선아리랑’, 함경도 ‘함경도 아리랑’, ‘단천 아리랑’, ‘어랑타령’, 경상도 ‘밀양 아리랑’, 전라도 ‘진도 아리랑’, 경기도 ‘긴 아리랑’ 등이 대표성을 띈 아리랑으로 구분된다.

이 밖에도 지역마다 각기 다른 아리랑이 있으며, 국외에서도 우리민족이 거주하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독립군 아리랑’, ‘사할린 아리랑’ 등이 각각 존재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독특한 정서를 담은 이들 아리랑 가운데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은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는 이들 3대 아리랑과는 달리 청주 아리랑은 앳된 소녀가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 아이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면서 느낀 소회나 감정을 구성진 가락에 실은 노래다.

이 아리랑은 경상도 아리랑이나 영천 아리랑과 같은 엇모리 장단이며 낮은 음으로 시작한다는 등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사가 독특하고 ‘아리랑 쓰리랑’ 이라는 후렴구 대신 ‘아리라랑 스리라랑’이라는 독특한 후렴구를 가지고 있어, 아리랑의 원형에 가깝다는 평이 내려지고 있다.

또 중국내에서 청주 아리랑은 서정적이고도 우아한 색채에 비애와 해학을 동반하고 있으며, 며느리와 복잡한 가족성원들간의 애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선율짜임새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기도 하다.
처음 청주 아리랑을 채록해 이 노래를 중국에 알린 연변민간예술가협회 김봉관(67)선생은 “청주 아리랑에는 다른 아리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고개’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제의 가혹한 압박과 착취 때문에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이별하고 넘어야했던 고개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 청주 아리랑이 일제강점이전부터 존재해 온 노래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청주 아리랑의 1절 첫음은 우리민요에서 사용되는 조성(調聲)이 모호하고, 희미한 상음(商音)을 사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김 선생은 “이런 (상)음을 첫 음으로 사용함에 따라 무언가 할 말을 다 하지못한 애매한 느낌을 주며 정서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그려내는데 유리하다”며 “한창 어머니 무릎에서 재롱을 피우며 놀 천진난만한 소녀에게 ‘결혼’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낡은 봉건제도에 대한 불만과 반항심을 보여 주고 있으며, 대항할 힘이 없는 소녀가 한숨짓는 심정에 알맞는 상음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암촌에 정착한 사람들은 당시 고향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과 일본군위안부의 위협, 일본의 시찰을 피하려했던 깊은 한을 지녔기 때문에 이 노래가 아직도 이 마을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며 “또 충북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고수하려는 집념, 호적관리제도 및 당국의 소수민족정책 등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내에서 청주 아리랑이 처음 소개됐을때, 중앙문화부 등은 정암촌 주민 가운데 가장 노래를 잘 부른다고 정평이 난 고(故) 신 철씨를 연길시노동자문화궁에 초청해 ‘민요 독창회’를 개최해 이 노래를 소개하기도했고, 소설가 리혜선씨는 청주 아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을 발간하는 등 이 노래를 알리기 위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노력이 전개됐었다.

하지만 중국사회가 개방의 물결을 맞기 시작하면서 ‘청주 아리랑’의 보존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다. 인구 이동이 잦아지자 정암촌 인구의 상당수도 도시로 빠져 나가고 많이 줄었으며, 학생수가 모자라 인근 초등학교가 폐교되기도 했다.

김봉관 선생은 ‘청주 아리랑’을 이제 청주에서 품어달라고 당부한다.

김 선생은 “연변지역에 불어닥친 급격한 사회변화로 더 이상 ‘청주 아리랑’의 보존을 정암촌에 맡겨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주 아리랑의 본 고장인 충북에서 이를 계승하고, 알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암촌 주민들이 참여한 청주 아리랑 음반이 도내에서 제작돼 청주MBC 공개홀에서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회에는 정암촌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모임 ‘정암회’를 이끌며, 청주 아리랑 발굴에 일조한 임동철 충북대 총장과 남상우 청주시장 등 각계인사들이 참석해 청주 아리랑을 지역민들이 쉽게 접하고, 대내외적으로 보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데 입을 모았다.

당시 청주MBC는 정암촌 주민 고(故) 신철씨의 육성으로 녹음된 청주 아리랑을 비롯해 리상철씨의 충청도 아리랑, 정암촌 주민들이 함께 부른 청주 아리랑, 국악인 강옥선씨와 충북예술고 학생들, 청주MBC 어린이합창단 등의 화음으로 이뤄진 현대적 감각의 청주 아리랑 등이 수록된 CD를 전국 문화방송 계열사와 도내 500여개 초·중·고교에 무료 배부했다.

또 이달 초에는 극단 늘품의 작가 천은영(30)씨가 대본과 연출을 맡아 청주 아리랑을 소재로 한 창작 연극 ‘잊혀진 귀향의 소리-정암촌의 청주 아리랑’을 문화공간 너름새에서 공연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작가 천 씨는 “정암촌과 청주 아리랑의 존재를 본 고장인 충북과 청주에서는 꼭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관객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의 메아리를 함께 하기 위해 연극을 마련했으며, 특히 우리 젊은이들이 연극공연을 통해 이 노래를 더 친근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되살아난 ‘청주 아리랑’의 보존은 청주시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60여 년만에 다시 이어진 ‘청주 아리랑’의 맥은 청주시민의 관심과 노력에 힘입어 보존되고 전승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새롭게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 기획취재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