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921년 출간된 현진건의 '술권하는사회'에는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고뇌가 잘그려져 있다. 동경유학까지 마치고 왔지만 마땅한 일거리 없이 술로서 세월을 보내는 남편은 아내의 타박에도 자신이 술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사회의 탓으로 돌렸다. 참다 못한 아내는 어느날 만취해 돌아온 주정뱅이 남편을 향해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 고"라고 중얼거리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남편은 인텔리인 자신이 일제식민치하에서 적응할 수 없었던 현실을 개탄하면서 술로서 울분을 달랠 수 밖에 없다고 절규한다.

이처럼 소설속에 비친 술은 삶의 애환을 달래는 술이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그 고비고비마다 술은 인생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흔한 말로 좋아서 한잔하고 기분 나빠서 한잔, 또 화나서 한잔, 기분좋다고 한잔 하는 것이 술이다.

삶의 여백을 촉촉히 적셔온 술은 그래서 인생의 벗이라고 예찬하는 사람도 있다.

몇년전 유명 연예인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펼친 술 예찬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세상에 술만큼 좋은 친구란 없다. 때론 슬픔도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기쁠땐 더 기쁘게 해준다. 또 어떨땐 보고싶은 사람의 얼굴을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내속으로 들어간 술은 또 내가 보고 싶다면 다시나와서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청소년 여러분 좋은 친구란 반드시 만나야 할 시간과 장소가 있다. 너무 일찍만나면 좋을 수도 있지만 해가 될수도 있다. 바로 술이 그렇다"고 말했다.

의미를 새길수록 공감이 되는 술예찬론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삶과 함께 온 우리의 음주문화는 이상 야릇한 음주 문화로 변질되고 있다.

인생의 반려자로서 즐기기 위한 술이 아니라 술과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 전쟁을 하는 것이 요즘의 술문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술문화도 그렇게 변질된 것인지는 몰라도 요즘의 술문화는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폭탄주도 모자라서 일명 '상끌이주'니 '딩동댕주'니 하는 이름도 생소한 주법이 난무하고 있다.

폭탄주가 돌아가는 주석에서는 으레껏 술잘마시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들러리가 되는 이상한 술풍토가 생겼고, 그러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이처럼 과시적인 기성세대의 술문화는 그대로 젊은층에 유입돼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지경에 달했다.

얼마전 괴산경찰서는 지난 4월 말 충북 증평군의 한 대학 환영식에서 술을 마신 뒤 숨진 채로 발견된 새내기 여대생 사망사건과 관련, 술을 강요한 학생 5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찰은 대학생들이 동료 학생이나 새내기 후배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등의 피해를 주는 음주문화의 폐해에 대해 형사처벌키로 한 것이다. 사건발생후 2개월이 넘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경찰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자유의사에 반해 술을 억지로 마시게 했다면 몰라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술을 권한 것이 과연 처벌 대상이냐 하는 법적인 판단이 남아있지만 젊은 세대들의 비뚤어진 음주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경찰이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비단 대학생들의 음주사고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해마다 신입생환영회나 MT 등에서 과다한 음주로 인해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그럴때마다 젊은세대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언제나 그 순간일뿐 해마다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짧은 생각이지만 각종 예법을 가르치는 기관 등에서 주도에 대한 예의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예부터 술은 아버지한테 배워야 탈이 없다는 말이 있다. 술과 관련된 예법에 대해 충분한 사전교육을 받는다면 그릇된 음주문화를 바로 잡고,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경우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술에 취해 한 행동에 대해 단순히 '술 먹고 한 것인데…'하는 관용적인 태도는 잘못된 술문화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인간사에서 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술을 삶의 윤활유로 삼자. 이 땅의 애주가 여러분, 더이상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 고"라는 소설속의 독설은 듣지 말길 바란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