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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육거리 시장을 갔다. 그곳은 전국에서도 이름 난 재래시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 가면 생기 넘치는 사람들 틈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마침 신발가게 앞을 지날 때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로 수놓아진 꽃신을 비롯해 각종 신발들이 진열돼 있다.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발을 멈추어 섰다. 그 중에서도 검정고무신이 눈에 띄었다. 옛날처럼 투박한 검정고무신이 아니고 얄팍하고 반들반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정고무신에 예쁜 꽃무니를 새겨 놓아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신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만지작거렸다. 손 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의 앙증맞은 신발도 눈에 띄었다. 참 귀엽고 예쁘다. 장식품으로 진열해 놓기 위해 만든 신발인 듯하다. 어린 시절 첫 선물로 받았던 꽃신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넋 놓고 바라보는 순간 내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명절을 며칠 앞둔 장날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봐 오셨다. 장보따리를 펼치는 순간 흰 바탕에 꽃무늬가 있는 코고무신이 번쩍 눈에 띄었다. 지금처럼 화려한 색상은 아니었지만 하얀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말표 코고무신이다. 검정 고무신도 좋았겠지만 꽃무늬 코고무신이라 더욱 좋았다. 아마 오늘날 메이커 신발을 선물 받는 것 보다 더 좋아했지 싶다. 지금은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지만 그때는 부모님이 사 주어야만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꽃신을 신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 얼마나 컸으면 가슴에 품어 안고 펄쩍펄쩍 뛰었을까. 꽃신을 신고 방과 마루를 오가며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보물단지처럼 소증하게 여기며 잠 잘 때도 머리맡에 고이 모셔 두고 잤다. 밖으로 뛰어나가 동무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몇날 며칠을 두고 명절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오늘날 새 신을 신는 기쁨보다도 100배도 넘는 기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때는 설날이나 추석 명절이 되어야만 새 옷과 새신을 신었던 시대다. 포목전에 가서 옷감을 떠다 어머니 손으로 꿰매고 다림질하여 만든 옷을 입었다. 새 옷 입고 꽃신을 신고 나서면 키도 홀쩍 커 보이고 발걸음도 가벼위길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마치 하늘을 날아오를 것만 같고 가슴이 콩닥콩다 뛰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신데렐라가 신었던 신처럼 신축성이 전혀 없는 유리 구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무신은 비 올 때 신어도 물이 새지 않을뿐더러 질기고 튼튼해서 좋았다. 투박한 검정 고무신보다 꽃신을 신는 것만으로도 호강이었다. 길을 가다 진흙길을 만나면 신발에 흙이 묻을까봐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단 한 켤레 밖에 없는 신발이라서 주구장창 그 신발이 닳고 떨어질 때까지 신고 다녔다. 신던 고무신이 찢어지면 굵은 실로 꿰매거나 형깊을 대고 꿰매 신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또는 장날이 되어야 장에 가서 땜장이의 솜씨로 때워서 신기도 했다. 신발 바닥이 닳고 낡아서 찢어져 더 이상 신지 못하게 될 때야 엿장수 몫이 되었다. 이제나 저제나 엿장수 오기만을 기다리며 달콤한 엿 생각뿐이다. 애타게 기다리던 엿장수가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못 신게 된 신발을 들고 뛰어나가 엿가락 장단에 맞취 엿을 잘라 주면 고무신과 바꿔 먹던 엿이다. 돈 주고 엿 사 먹는다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이에 끈적끈적 달라붙고 달달한 엿 생각을 하면 입안에 군침이 돈다. 이렇게 고무신 하나에도 수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는 신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해가고 있다. 신발은 웃과 함께 패션의 한 부분이 되어 그 종류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이 많다. 계절, 날씨, 옷, 장소, 디자인, 브랜드, 건강, 기능성 등등 그 용도에 어울리는 여러 컬레의 신발이 필요하다. 그 많은 신발 중에서도 만만하게 신는 신발이 있다. 우선 발에 충격을 가하지 않도록 쿠션을 있고 앞부분의 폭이 넓게 제작되어 발이 편하면 좋다. 앞볼이 좁고 얇아 발이 불편했던 신발하고는 질적으로 천양지판이다. 그런 신발을 찾다보니 내게는 운동화가 제격인 것 같다.

많은 신발 가운데 어머니께 드릴 예쁘고 편한 신발을 골랐다. 그 옛날 신발 선물을 받고 좋아했던 나처럼 새 신발을 보고 웃음꽃이 활짝 필 어머니 얼굴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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